[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메이저리그 진출을 놓고 구단과 신경전을 벌인 지바 롯데 마린스 사사키 로키가 올시즌 재계약에 합의하면서 2개월 넘게 이어져 온 양측 간 갈등이 일단 봉합되는 분위기다.
교도 통신은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각) '스프링트레이닝 개막을 6일 앞두고 사사키가 2024년 시즌 연봉 재계약에 합의했다고 지바 롯데가 오늘 발표했다'며 'NPB 역대 최연소 퍼펙트 게임의 주인공인 사사키는 그동안 마린스 구단이 실질적 이적료를 보장받기 전이라도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요구해 미디어의 관심을 받아왔다'고 전했다.
지바 롯데는 오는 2월 1일부터 오키나와현 이시가키에서 스프링트레이닝을 시작한다. NPB 선수들 중 유일하게 미계약으로 남아있던 사사키도 이제 캠프에 정상 참가할 수 있게 됐다. 교도 통신에 따르면 지바 롯데 구단은 조만간 사사키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사사키는 이 자리에서 메이저리그 진출과 관련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이는데, 올해 말 다시 포스팅 요청을 하겠다는 내용이 담길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사사키는 왜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만 25세' 기준을 채우기 전 메이저리그에 가려고 하는 걸까.
미일선수계약협정에 따르면 25세가 되기 전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할 경우 구단별로 정해진 국제 아마추어 보너스 풀 범위에서 사이닝보너스를 지급할 수 있고, 계약 방식도 마이너리그 계약, 즉 스플릿 계약 이외에는 할 수 없다.
사사키가 만 25세가 되는 2026년 11월 이전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려면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다. 100만~200만달러 정도의 사이닝보너스를 받을 것이며, 3시즌 채울 때까지는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을 받고 뛰어야 한다.
만 25세 이전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로 건너간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오타니 쇼헤이다. 오타니는 2017년 12월 LA 에인절스와 사이닝보너스 약 231만5000달러의 조건으로 입단했으며, 2018년 54만5000달러, 2019년 65만달러, 2020년 25만9259달러의 연봉을 받았다. 그리고 2021년 2년 850만달러 계약을 하면서 돈을 만지기 시작했다.
오타니가 이처럼 입단시 '헐값'의 조건을 알고도 메이저리그에 가려했던 이유는 장기적 포석 때문이었다. 그는 2022년 11월 일본 스포츠매거진 넘버와의 인터뷰에서 "난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명예의 전당에 오를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메이저리그 입성 시기를 맞췄다"고 밝혔다. 바꿔 말하면 당장의 사이닝보너스나 거액의 입단 계약보다는 메이저리그에서 루키 신분으로 시작해 6시즌을 채운 뒤 FA 대박을 터뜨리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그는 지난해 12월 전세계 스포츠 역사상 최대 규모인 10년 7억달러에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사사키는 지난해 3월 WBC 때 ESPN 인터뷰에서 메이저리그 진출 시기를 묻자 "그것은 나의 꿈"이라면서도 "지금은 일본에서 야구를 할 것이고, 그 이후에 리그를 옮길 때가 되면 뭔가 확실해질 것 같다"며 확답을 하지 않았다.
당시 ESPN은 '오타니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사키에게 메이저리그 진출 시점에 관한 조언을 건네왔다'며 '그때까지 메이저리그 팀들은 사사키가 미국 땅에 나타나는 날을 숨죽이며 기다릴 것'이라고 전했다.
즉 오타니가 자신처럼 25세 이전 미국으로 건너올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에 대한 생각을 사사키에게 조언해줬다는 얘기다.
25세를 채우고 메이저리그로 건너가 대박을 터뜨린 대표적인 선수는 야마모토 요시노부다. 그는 오릭스 버팔로스에서 7시즌을 던졌고, 지난해 포스팅을 통해 다저스와 12년 3억2500만달러에 입단 계약을 맺었다. 메이저리그 역대 투수 최고 몸값 기록을 쓴 것이다.
사사키에게는 선택의 문제인데, 현재로서는 '오타니의 길'을 가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바 롯데가 당장 사사키의 뜻을 받아줄 것 같지는 않다.
고스카 스케 지바 롯데 사장은 사사키의 해외진출과 관련해 "우리는 어느 정도 팀에 공헌한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겠다고 하면 전폭적으로 지원하려고 한다"고 밝혀왔다. 예를 들면 지바 롯데의 리그 우승이나 재팬시리즈 우승 정도는 이끌고 난 뒤 메이저리그 포스팅을 주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오타니는 니혼햄 파이터스 소속으로 2016년 정규시즌 MVP 및 재팬시리즈 우승을 일궜고, 야마모토는 오릭스 버팔로스에서 3년 연속 퍼시픽리그 MVP 및 2022년 재팬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반면 사사키는 2021년 1군 데뷔 이후 지난해까지 재팬시리즈 출전은 커녕 단 한 번도 정규시즌 규정이닝을 채운 적이 없다. 스케 사장의 요구가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2022년 4월 NPB 역대 최연소 퍼펙트 게임을 달성한 사사키는 건강할 때는 메이저리그 에이스로도 손색없다는 평가를 듣는다. 지난해 WBC에서는 최고 101.9마일, 평균 100.1마일의 직구를 뿌렸다. 언제 오느냐가 관건일 뿐, 수많은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포스팅에 달려들 것으로 보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