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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참사 대체 왜?' 클린스만은 좋은 재료를 함부로 썼다…'손·이'로 뻔한 공격전술+'김'으로 6실점 자동문 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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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이유없는 참사는 없다. 입이 열개여도 할 말 없는 경기력에는 응당한 대가가 따랐다.

클린스만호는 25일 오후 8시30분(이하 한국시각)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말레이시아와 카타르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최종전에서 충격적으로 3대3 무승부를 기록했다. 정우영의 선제골로 전반을 1-0 앞선채 마친 한국은 후반 이강인과 손흥민의 득점에도 수비진이 와르르 무너지며 3골을 허용하는 대망신 끝에 승점 1점도 간신히 얻었다. 대표팀은 이로써 승점 5점에 그치며 순위 변화 없이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E조 1위를 할 경우 만날 수 있는 D조 2위 일본과 '16강 한-일전'을 피한 게 이날 경기의 유일한 소득이다. F조 1위와 16강에서 맞붙을 예정인데, 현재로선 F조 선두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유력하다.

기록을 보면 더욱 황당하다. 한국은 무려 81.2%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말레이시아를 압도했다. 패스 840대198, 크로스 41대4, 슈팅수 19대7, 유효슈팅수 8대4였다. 필드골 한 골 정도는 충분히 기대해도 무방한 스탯이지만, 놀랍게도 3골 중 필드골은 한 골도 없었다. 부정확한 크로스가 난무했다. 상대 박스 부근에서 상대의 혼을 빼놓을 연계플레이는 찾아볼 수 없었다. 측면에서 동료 선수가 돌아 뛸 때까지 기다렸다가 빈 공간으로 패스를 찌르는 게 주된 공격 루트였다. 필드 플레이어 10명 전원이 대부분의 시간 동안 자기 진영으로 내려서있던 말레이시아가 간파하고 공을 막기엔 어렵지 않은 전술이었다. 경기 중 플랜B, 플랜C는 찾아볼 수 없었다. 1-2 상황이던 후반 38분 이강인의 프리킥에서 비롯된 상대 골키퍼의 자책골은 이강인의 개인 전술이 만든 작품이었고, 후반 추가시간 4분 손흥민의 재역전골은 페널티였다. 한국은 같은 경기에서 코너킥, 프리킥, 페널티킥으로 골을 뽑아내는 진기록을 썼다.

한국은 3대1로 이긴 바레인과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3골을 모두 인플레이 상황에서 넣었다. 2대2로 비긴 요르단과 2차전에서 한 골은 페널티, 한 골은 자책골이었다. 그리고 이날은 필드골이 없었다. 토너먼트를 향해 갈수록 필드골이 줄어드는 광경을 목격하고 있다. 갑작스레 찾아온 득점력 부진이 아니었던 셈이다.

실질적으로 3경기에서 평균 3골에 가까운 8골을 넣었으니, 득점이 부족하다곤 할 수 없지만, 문제는 득점 못지않은 실점율에 있다. 한국은 3경기에서 6실점, 경기당 평균 2골씩 내줬다. 대회 전 7경기 연속 무실점한 안정성은 본선에선 온데간데 없다. 필드골은 점점 줄어들고 실점은 1골, 2골, 3골로 점점 늘어났다. 토너먼트가 다가올수록 좋아져야 하는 경기력이 더욱 안 좋아지고 있는 셈이다. 빅클럽 소속인 '괴물' 김민재가 3경기에 모두 출전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공격진에선 토트넘의 손흥민, 파리생제르맹의 이강인이 출격했다.

도리어 말레이시아는 4개의 유효슛으로 후반 파이살 할림과 로멜 모랄레스가 인플레이 상황에서 2골을 뽑아내는 놀라운 집중력을 선보였다. 슈팅 정확도는 말레이시아가 57.1%로, 42.1%인 한국을 앞질렀다. 지상 경합 성공률은 46.9%대53.1%, 공중볼 경합 성공률은 42.4%대57.6%로 밀렸다. 일대일로 경합하는데 있어 FIFA 랭킹 130위인 말레이시아가 겁을 먹지 않았다는 얘기다. 한국이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승리하지 못한 건 1985년 멕시코월드컵 아시아 예선(0대1) 이후 39년만이다. 말레이시아엔 '도하의 기적'과 같은 일인 셈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