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카타르)=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이기제(33·수원 삼성)는 없다. '수능'인데 '모의고사'가 되는 상황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A대표팀은 25일(이하 한국시각) 카타르 알 와크라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말레이시아와 카타르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최종전을 치른다. 한국은 앞선 두 경기에서 1승1무(승점 4)다. 바레인과의 첫 경기는 3대1로 이겼다. 요르단과는 2대2로 비겼다. 한국은 요르단과 나란히 1, 2위를 달리고 있다. 다만, 득실차에서 밀려 요르단(+4)이 1위과 한국(+2)이 2위다. '클린스만호'는 말레이시아와의 최종전을 통해 최종 순위를 정한다.
변수가 발생했다. 개막 전부터 한국의 발목을 잡았던 '부상 리스크'가 더욱 커졌다. 특히 수비진 공백이 매우 크다. 한국은 개막 전 왼쪽 풀백 김진수(전북 현대)가 왼쪽 종아리를 다쳤다. '결전지' 카타르에 도착한 뒤에도 줄곧 재활에 몰두했다. 앞선 1, 2차전도 관중석에서 지켜봤다.
또 다른 왼쪽 풀백 이기제도 부상했다. 그는 요르단전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전반 15분 만에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에서 소리가 났다. 전반은 참고 뛰기는 했다. 아쉽게 2실점 했다. 그래도 후반에 선수들이 분발해서 했다. 햄스트링은 오늘 갑자기 그랬다"고 했다. 그는 21일 회복 훈련, 23일 팀 훈련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이기제는 숙소에서 쉬고 있다. 햄스트링이 아프다보니 최소 일주일은 어려울 것 같다. 말레이시아전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해 2월 부임 이후 줄곧 포백 수비를 활용했다. 시작은 김진수였으나 경기 중 부상으로 이탈하며 이기제로 바꿨다. 이후 줄곧 이기제를 신뢰했다. 사실 이기제는 개막 전 경기력 논란을 야기했다. 소속팀에서 한동안 경기를 치르지 못한 탓에 실전 감각이 뚝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왼쪽 풀백은 카타르아시안컵까지는 일단 이기제와 김진수가 같이 간다. 두 선수 모두 본인 포지션을 지키고 있고, 충분히 카타르아시안컵과 같은 큰 대회를 치를 자질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기제와 김진수가 부상한 탓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이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설영우 시프트', 이른바 '좌(左) 영우'다. 오른 풀백 설영우(울산 HD)은 왼쪽에서도 뛸 수 있는 멀티 자원이다. 실제로 설영우는 1, 2차전 모두 오른쪽으로 선발 출전해 왼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기제가 빠진 자리에 설영우가 들어가고, 설영우 자리는 김태환(전북)이 채웠다. 김태환이 한동안 종아리 통증을 호소했지만, 훈련에 정상적으로 복귀했다. 현재로선 가장 유력한 활용법이다.
또 하나의 카드는 스리백 전환이다. 문제는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 단 한 번도 스리백을 가동한 적이 없단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경기 중 '변형 스리백'을 활용한 적은 있지만, 그 마저도 풀백 자원을 양 옆에 둔 형식이었다. 또 스리백 활용시 윙백 고민도 이어진다. 과거 황희찬(울버햄턴)을 윙백으로 활용한 적이 있지만 결과적으론 실패였다. 손흥민(토트넘)도 소속팀에서 레프트윙처럼 뛴 적은 있지만 오히려 포지션 대란만 가져올 뿐이었다.
왼쪽 풀백이 완전히 무너지면서 한국은 말레이시아전 수비 변화가 불가피하다. 현재 소속팀에서 풀백 경험이 있는 이순민(광주FC)을 왼쪽 풀백으로 돌리는 가능성 등도 폭 넓게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 클린스만 감독은 "일단 많은 옵션을 두고 내부적으로 코치들과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부상도 부상이지만 경고도 상당히 많다. (특정) 선수가 뛰지 못하면 어떤 변화를 가지고 가야하는지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테스트 없이 보수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던 '클린스만호'가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모의고사를 치르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도하(카타르)=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