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이죠. 마지막이란 각오도 있습니다."
새해를 맞이하는 롯데 자이언츠 최설우(32)의 속내는 간절하다.
새 시즌을 앞두고 이름을 최영환에서 최설우로 개명했다. 어느덧 프로 데뷔 11년차 투수다. 2014년 한화 이글스에 입단했고, 이후 고향팀으로 옮긴지 올해로 9년째. 쉽지않은 야구선수 인생의 돌파구를 찾아 개명을 택했다.
롯데에서 그의 위치는 대체선발 또는 불펜 롱맨이다. 143~144㎞ 안팎의 직구와 슬라이더에 섞어던지는 '매직' 커브를 지녔다.
구위보단 차분한 멘털과 경기 운영능력이 장점이다. 선발등판시 상대 타순이 한바퀴 돈 이후의 대처가 아쉽다는 평가를 꾸준히 받아왔다. 부상만 없다면 매년 퓨처스에서 15경기 60이닝 이상을 소화했지만, 1군에선 좀처럼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유망주가 많은 팀 특성상 1군의 문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2021년에는 20경기(선발 7)에 등판해 40⅔이닝을 던졌지만, 이듬해 1군 기회는 선발등판 단 1번(2⅔이닝 6실점 강판)이었다. 지난해에는 불펜으로 8경기 10이닝을 소화한게 전부다. 8월 12일 KIA 타이거즈전에선 뜻하지 않은 '고의낙구'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최설우의 목소리는 어둡지 않았다. 비활동기 동안 김해 상동연습장을 찾아 꾸준히 땀을 흘렸다. 그는 "마무리캠프 끝자락 즈음 개명을 신청했고, 최근 허가를 받았다. 유명한 작명소에서 받은 8~9개의 이름 중 하나를 골랐다"고 했다. 본래 꽃부리 '영'에 빛날 '환'자를 썼다. 새로 바꾼 이름은 사람이름 '설' 나라이름 '우'다.
최영환으로 30년 넘게 살았다. 야구선수로 이름도 얻었다. 이름을 바꾼다는 건 큰 결심이었다.
아내의 적극적인 권유가 있었다. 최설우는 "뜻보다는 획수가 중요한 이름"이라며 "아내가 어릴 때 개명을 한번 했다. '막상 바꾸고나면 금방 적응된다'고 하더라. 새출발하는 마음이니까, 부모님도 '잘해봐라'고 격려해주셨다"고 설명했다.
야구선수들 중에는 최설우와 같은 마음으로 이름을 바꾼 선수들이 여럿 있다. 특히 롯데에선 손아섭(전 손광민) 이후 개명이 한때 유행이기도 했다. 나균안(전 나종덕) 같은 대성공 사례도 있다. 다만 손아섭과 같은 작명소는 아니라고.
"막상 이름을 바꾸고 나니 결심이 남다르다. 그간 미처 신경쓰지 못했던 생활패턴이나 습관, 행동 하나하나 바꾸려고 노력중이다."
2022년 마지막날 딸 이서를 얻었다. 최설우는 "사실 육아에서 힘든 부분은 모두 아내가 감당하고 있다. 난 딸을 예뻐할 뿐"이라며 아내에게 공을 돌리는 한편 "딸의 얼굴을 보면 힘이 난다. 또 내가 아빠라는 책임감이 강하게 든다"고 강조했다.
롯데는 최근 몇년간 리빌딩을 진행했다. 최설우에게까지 돌아가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지난해 후반기엔 8월 10일부터 10월 3일까지 1군에 머물렀는데, 3주~1달만에 등판하는 일도 흔했다.
최설우는 지난 아쉬움을 딛고 새로운 마음으로 2024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잘해보고 싶습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