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16강 '경우의 수'가 요란한 가운데 '카드 세탁' 실패는 또 다른 고충이다. 더 이상 털어낼 기회도 없다. 이제는 각자가 조심 또 조심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23위)이 25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각) 카타르 알 와크라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0위 말레이시아와 카타르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최종전을 치른다. 무려 7명이 '옐로카드' 1장을 갖고 있다.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박용우(알아인) 조규성(미트윌란) 이기제(수원)가 1차전 바레인전(3대1 승), 황인범(즈베즈다)과 오현규(셀틱)가 요르단과의 2차전(2대2 무)에서 경고를 받았다.
경고 2장이 누적되면 다음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옐로카드'는 8강까지 유효하다. 걱정은 손흥민 김민재 황인범, 공격과 수비, 중원의 핵이 모두 '카드 폭탄'을 안고 있는 점이다. '진검 승부'인 16강전부터 세 선수가 없는 베스트11은 상상하기 힘들다.
아시아 최고 공격수 손흥민은 상대 수비수 2~3명을 몰고다닌다. 요르단전에선 선제골로 골시계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이에른 뮌헨의 대명사 김민재의 결정적인 수비는 기본이다. 요르단전에서 김민재가 없었다면 패전의 멍에를 안을 수 있었다. 빌드업을 통한 어시스트로 연결고리 역할도 하고 있다. 영리한 경기 운영이 돋보이는 황인범은 중원사령관이다. 바레인전에선 선제골, 요르단전에서는 극장 동점골을 이끌어내는 믿음직한 플레이로 신뢰를 듬뿍 받고 있다. 손흥민 김민재 황인범은 '대체 불가'다. 이들의 경고는 64년 만의 아시아 정상에 도전하는 클린스만호에 '대재앙'이 될 수 있다.
요르단전의 찜찜한 뒷맛을 털어내야 하는 말레이시아전은 새로운 시작이다. 1970~1980년대 단골 상대였던 말레이시아는 부담스러운 존재는 아니다. 김판곤 감독이 이끌고 있는 말레이시아는 2전 전패로 이미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다. 이번 대회에선 승점이 같을 경우 승자승 원칙이 적용된다. 말레이시아는 승점과 승자승에서 E조의 어느 팀도 넘을 수 없다.
A대표팀이 말레이시아와 대결하는 것은 1989년 6월 5일 이탈리아월드컵 1차예선 이후 35년 만이다. 상대 전적에선 26승12무8패로 우세하다. 현재 4연승을 기록 중이다. 그동안 말레이시아와 A매치가 없었던 것은 수준차가 워낙 커 친선경기 상대가 안됐다. 결국 월드컵 예선이나 아시안컵에서 만나야 되는데 이번 대회에서 마침내 대결이 성사됐다.
23세 이하(U-23) 대표팀의 경우 손흥민(토트넘)이 와일드카드로 참가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조별리그에서 말레이시아와 만나 1대2로 패한 악몽은 있다. 대한민국은 그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말레이시아전은 상처였다. 김민재와 황희찬(울버햄턴)도 당시 멤버였다.
이번에는 '경고 누적'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적절한 교체나 로테이션을 통해 경고에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손흥민 김민재 황인범은 한 순간도 '경고'를 머릿속에서 지워선 안된다. 경고가 소멸되는 4강전까지 '카드 빌미'가 되는 플레이도 금물이다.
현재 E조에선 대한민국과 요르단이 나란히 1승1무(승점 4)를 기록 중이다. 골득실차에서 앞선 요르단(+4)이 1위, 클린스만호(+2)는 2위다. 바레인은 1승1패(승점 3)로 3위에 자리했다. '카드 관리'는 이번 대회의 '최대 변수'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