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트레이드 마감일을 앞둔 지난해 7월 29일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간의 빅딜이 있었다. LG가 선발 투수 최원태를 데려오면서 이주형과 김동규, 그리고 2024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 등 3명의 유망주를 내주는 1대3의 트레이드를 한 것이다.
1위를 달리는 LG는 29년만에 목전에 둔 우승을 위해 국내 선발이 필요했고, 키움은 이정후가 있을 때 야심차게 우승을 노렸으나 부상으로 꿈이 산산조각 나면서 팀의 기조가 유망주 육성으로 바뀌며 서로의 필요에 의해 트레이드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서로 윈-윈이었다. 최원태를 데려온 LG는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최원태는 LG에 온 이후 성적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키움에서 17경기에 등판해 6승4패 평균자책점 3.25를 기록했던 최원태는 LG에서 9경기에 등판해서는 3승3패 평균자책점 6.70에 그쳤다. 그래도 당시 선발이 불안하던 LG에 오자마자 다음날인 두산전서 6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며 팀에 정신적인 안정감을 가져왔고, LG는 당시 7연승을 달리며 당시 2위였던 SSG 랜더스와의 승차를 2.5게임에서 5.5게임으로 벌리며 1위를 굳혔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최원태는 2차전서 선발로 나섰지만 1회초 아웃카운트 1개만 잡고 강판되는 어이없는 부진을 보였다. 하지만 최원태는 아담 플럿코가 부상으로 한국시리즈에서 빠지게 되는 상황에서 선수들이 동요없이 훈련을 할 수 있도록 2선발을 맡은 '이름값'을 했었다. 정작 자신의 성적은 좋지 않았으나 팀에 정신적인 안정감을 준 역할은 컸다.
키움도 성과가 컸다. 이정후가 미국으로 가는 것이 정해진 상황이라 이정후 다음을 이끌 타자가 필요했는데 이주형이 그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이주형은 키움에서 51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3푼(200타수 66안타) 6홈런 34타점을 기록했다.
2023년 2라운드 17순위로 입단한 고졸 신인인 김동규는 아직 키워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주형만으로도 충분히 트레이드의 성과를 봤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키움은 9월 14일에 열린 2024 신인 드래프트에서 LG 차례인 1라운드 8순위로 서울고 투수 전준표를 지명했다.
시즌이 끝난 뒤 연봉 협상이 있었고, LG와 키움이 최근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이주형은 지난해 3300만원에서 100% 인상된 6600만원에 계약했다. 올해 키움의 연봉 협상 대상자 가운데 최고 인상률을 기록했다. LG에서는 자리가 없어 2군에 있어야 했던 이주형에겐 그야말로 트레이드가 신의 한수가 됐다고 할 수 있다. 김동규도 3000만원에서 100만원이 올랐다.
최원태는 LG에서의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우승과 올시즌이 끝난 뒤 FA가 된다는 예비 FA 프리미엄이 더해져 지난해 3억5000만원에서 14.3%가 오른 4억원에 재계약했다.
그런데 분명히 성적을 봐도 이주형이 더 잘했고,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았는데 정작 재계약 액수를 보면 최원태가 더 많은 액수의 인상을 기록했다.
최원태는 14.3%지만 5000만원이 인상됐고, 이주형은 100% 인상이라고 해도 3300만원이었다. 인상률로는 이주형이 위너지만 실제 액수는 최원태가 이겼다고 볼 수도 있을 듯.
2024년에 LG가 최원태에게 4억원을 지급해야 하는데 키움은 이주형게게 6600만원, 김동규에게 3100만원을 준다. 그리고 신인 전준표에게 계약금 2억1000만원과 연봉 3000만원 등 총 2억4000만원을 쓴다. 이 3명에게 지불할 돈을 다 합쳐도 3억3700만원이다. 최원태의 연봉보다 적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