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1년 사이에 국가 대표팀만 3번 차출. 이제는 '국대' 외야수지만, 마냥 쉴 마음의 여유는 없었다.
SSG 랜더스 최지훈은 지난해 대표팀을 3번 경험했다.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대체 선수로 최종 엔트리에 발탁돼 첫 성인 국가대표를 경험했고, 정규 시즌 도중이었던 10월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주전 외야수로 활약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시즌이 끝난 이후에도 차출이 이어졌다. 소속팀 SSG가 포스트시즌에서 3경기만에 탈락한 아픔을 추스리기도 전에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으로 발탁되면서 다시 한번 도쿄돔 무대를 밟았다. WBC는 1라운드 탈락이라는 성적표를 손에 들었고, APBC에서는 일본에 패하며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다.
최지훈에게도 숨 쉴 틈 없이 바쁜 1년이었다. 미국 플로리다 스프링캠프 도중에 WBC 국가대표에 발탁됐고, 1차 캠프를 마무리 하기도 전에 소속팀 선배들과 함께 대표팀 훈련이 열렸던 애리조나로 이동했다. 이후 서울, 도쿄로 이어지는 일정을 소화했다. 계속해서 대표팀 차출 및 훈련 그리고 해외 출국이 이어지면서 정신 없이 한 시즌을 보냈다.
사실 소속팀에서의 최지훈에게는 아쉬움이 더 많았던 시즌이었다. 팀의 2번타자, 주전 중견수로 도약한 이후 가장 성적이 좋지 않았다. 2022시즌에는 3할 타율로 팀의 우승 주역이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던 최지훈이지만, 지난해에는 대표팀 등 여러 이유로 117경기 출장에 그쳤고 여러 차례의 타격 슬럼프도 겪었다. 팀 성적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결국 내년을 기약하며 아쉬움을 뒤로 하고 시즌을 마쳤다.
최지훈은 "태극마크를 달았다는 자부심은 있었지만 몸은 힘들었다. WBC는 거의 후보 선수로만 나가서 온 것이지만, 이후 두 대회는 몸으로 부딪히며 생각이 많아졌다"고 이야기 했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맞붙으면서 느낀 점도 많다. "대만 선수들도 절대 만만하게 보면 안되고, 일본에는 야구 잘하는 선수들이 정말 많다고 느꼈다"는 최지훈은 "그래도 조금만 더 하면 우리도 해볼만 하다는 생각도 했다"고 자부심을 강조했다.
지난해 개인 성적에는 핑계대지 않겠다고 했다. 최지훈은 "뭘 말해도 다 핑계다"라면서 "APBC 다녀와서 11월 말부터 바로 운동을 시작했다. 봉사 활동까지 하느라 운동 양이 부족한데 캠프에 가서 몸을 다시 만들 것이다. 컨디션도 어느정도 회복했다"고 돌아봤다.
1년전 캠프를 앞두고는 체중 증량에 성공했던 최지훈이지만 1년 사이 다시 체중이 감소했다. 힘든 여정의 결과였다. 최지훈은 "국제 대회만 3번을 갔다오니 음식 문제도 있고 생활 사이클이 너무 왔다갔다 해서 영향이 있었다. 또 발목 등 자잘하게 다친 곳도 많았다. 컨디션 올라갈 타이밍에 많이 다쳐서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새해가 밝았으니 또 새로운 시즌이 아닌가 새로운 마음으로 빨리 몸을 만들어야 한다. 개막도 앞당겨졌으니"라며 새 시즌을 앞둔 각오를 다졌다.
어느덧 프로 5년차. 나이도 2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팀내 역할은 더 늘어나고 어깨도 무거워졌다. "유지하는게 가장 힘든 것 같다. 어느정도의 평균치를 만드느냐가 5년차 최지훈에게 주어진 미션인 것 같다. 영원한 주전은 없다. 내가 빼어나게 잘다고 생각 안한다. 더 노력해서 어느정도 커리어를 만들어야 한다"는 그는 "이제 챙겨야 할 후배도 많아질 것 같다. 올해 잘하면 경기에 나가고 못하면 다른 선수가 나가는 것이다. 쉬운 자리가 아니다"고 마음 가짐을 드러냈다.
SSG는 추신수가 올해 현역 마지막 시즌을 보낼 예정이고, 재계약을 마친 기예르모 에레디아를 비롯해 한유섬, 하재훈, 오태곤 등 쟁쟁한 외야 경쟁이 예상된다. 최지훈 역시 절대 밀릴 수는 없다는 각오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