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제가 부족했기 때문에 못 나갔죠."
지난해 NC 다이노스는 박세혁(34)과 4년 총액 46억원에 계약했다.
양의지가 두산 베어스로 떠나면서 안방에 물음표가 생겼다. 2019년 두산의 우승을 이끈 박세혁은 양의지 공백을 채울 수 있는 적임자였다.
정규시즌 4위로 마친 NC는 두산 베어스와 SSG 랜더스를 차례로 제압하며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일궈냈다.
NC의 가을 행진에 박세혁은 1경기 밖에 나오지 못했다.
정규시즌 부상이 이어졌고, 그 사이 김형준(25)이라는 젊은 포수가 성장했다. 김형준은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 주전 포수로도 활약했다. 향후 10년 동안 국가대표를 책임질 포수 재목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가을야구를 벤치에서 지켜본 박세혁은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졌다. 박세혁은 "그 시간이 좋은 경험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경기에 나가고 싶은 열망도 있었다. 받아들여야 했다. 몸이 아팠고, 부족했기 때문에 못 나갔다고 생각한다"고 반성했다.
그동안 박세혁의 최고 장점은 '아프지 않다'였다. 두산 시절부터 어지간한 부상에도 박세혁은 티를 내지 않고 뛰면서 후배 선수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됐다. 지난해 손목 부상 등은 그런 박세혁조차 버틸 수 없는 시간이었다. 그는 "잔부상이 많지 않은데 처음으로 재활군으로 빠져봤다. 빨리 나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더디더라. 진짜 아쉽다는 생각만 있더라. 팀에 보탬이 됐다면 더 높은 위치에서 시즌을 마쳤을 거 같다. 몸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겼다"고 말했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겪은 시련. 더욱 단단해졌다. 그는 "올해는 조금 어떤 상황이든 흔들리지 않고 하기 위해서는 준비를 잘해야겠다"고 이야기했다.
주위에서는 '김형준에 밀렸다'는 이야기도 나오기 시작했다. 비슷한 실력이면 '젊은 피'에게 기회를 주는 건 당연한 구단의 입장. 박세혁은 더욱 날을 갈았다.
박세혁은 "고참이라고 해서 자존심만 부릴 게 아니다. 현실에 맞게 준비하고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고 한다. 주위 상황이 어떻든 내가 할 것을 하면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일찍 미국으로 떠났다. 1월 중순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킹캉 스쿨'을 찾았다. 메이저리거 출신 강정호가 운영하는 타격 레슨장이다. 지난해에는 손아섭이 효과를 보며 타격왕 타이틀을 따냈다.
박세혁은 "(손)아섭이 형도 좋지 않은 시즌을 거치고, 벽에 부딪히면서 미국으로 갔다고 생각한다. 가서 많은 도움을 받으려고 한다. 선수로서 마지막 경기도 나가지 못하고 포스트시즌도 못 나갔다. 이런 건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준비할 부분을 많이 생각했는데 미리 한 번 해보자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박세혁은 "똑같이 시즌을 시작하지만, (FA) 2년 차에 접어들고, 고참이 되면서 책임감과 마음이 다르다"라며 "(김)형준이 너무 좋은 선수다. 국가대표에서도 잘했다. 내가 준비가 덜 돼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전 포수 경쟁에 다시 한 번 도전장을 냈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