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카타르)=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일본이 '대한민국의 덫'에 걸렸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끄는 일본 축구 A대표팀은 24일(이하 한국시각) 카타르 도하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인도네시아와 카타르아시안컵 조별리그 D조 최종전을 치른다. 승리가 절실한 상황이다. 일본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베트남에 4대2로 승리했다. 한때 1-2로 밀렸지만, 유럽파를 앞세워 승리했다. 하지만 이라크와의 두 번째 경기에선 1대2로 고개를 숙였다. 일본은 상대의 날카로운 역습에 허덕였고, 단단한 수비벽에 눈물 흘렸다. 일본은 1승1패를 기록, D조 2위에 랭크돼 있다. 최종전 결과에 따라 16강 운명이 결정된다.
일본의 운명은 '한국의 덫'을 어떻게 이겨내느냐에 달렸다. 일본의 마지막 상대는 인도네시아다. 신태용 감독이 이끌고 있다. 물론 객관적 전력만 놓고 보면 일본이 압도적으로 앞선다. 일본은 2023년 12월 기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7위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국가 중 가장 높다.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다. 일본은 구보 다케후사(레알 소시에다드), 엔도 와타루(리버풀), 이타쿠라 고(묀헨글라트바흐), 미나미노 다쿠미(AS모나코) 등 최종 명단 26명 중 20명을 유럽파로 채웠다. 반면, 인도네시아는 조에서 가장 낮은 146위다.
일본은 직전 요르단전 패배로 위기감이 팽배했다. 일본 선수들은 22일 카타르 도하의 알 에르살 트레이닝 사이트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러닝 등으로 25분 가까이 몸을 풀었다. 이후 50분 정도 비공개 전술 훈련을 했다. 선수들은 훈련 뒤 개별적으로 슈팅 감각을 익히며 마무리했다. 구보는 훈련 뒤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인도네시아는 전혀 다른 유형의 팀인 것 같다. 초반부터 밀리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했다. 이타쿠라는 "인도네시아는 어린 선수들이 많다. 스피드 좋은 선수가 많다고 느꼈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현장의 일본 기자들은 신태용 감독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신 감독이 한국의 지휘봉을 잡고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독일을 제압한 것을 언급했다. 다만, 이들은 또 하나의 기록을 기억했다. 복수의 기자들은 "신 감독은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일본에 패한 적이 있다. 일본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당시 2골을 넣었던 아사노 다쿠마(보훔)가 이번 대표팀에서도 활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한국 23세 이하(U-23) 대표팀 사령탑 시절 일본과 격돌했다. 리우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을 겸해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결승에서 대결했다. 당시 한국은 2-0으로 앞서다 2대3으로 역전패했다.
신태용 감독은 경기 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일본 축구는 내가 많이 알고 있다. 선수, 지도자 하면서 일본과 대결을 많이 했다. 현재로서 일본이 인도네시아보다 좋은 팀이다. 배운다는 입장으로 좋은 경기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큰 대회에서 일본과 만나서 감회가 새롭다"고 이를 악물었다.
일본은 인도네시아전 결과에 따라 한국과의 격돌 여부가 정해진다. 대진상 D조 2위는 E조 1위와 대결한다. 한국은 E조에서 경쟁 중이다. 한국이 E조 1위, 일본이 D조 2위하면 16강에서 대결한다.
일본은 한국과의 조기 격돌이 편하지 않다. 앞서 구보는 "한국전을 생각하다가 인도네시아에 당할 수 있다. 일단은 인도네시아와의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도미야스 다케히로(아스널)도 한국 기자들과 별도로 만난 자리에서 "한국은 스쿼드가 좋은 팀이다. 그들을 결승에서 상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이 말 그대로 '한국의 덫'에 걸렸다.
도하(카타르)=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