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편견을 버려라, 야구만 잘하면 최고 대우 해준다!
키움 히어로즈는 돈 관련, 업계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는 구단 중 하나다. 특이하기 때문이다.
모 기업이 있는 다른 구단들은 그룹 지원에 의존해 팀을 운영하는 반면, 키움은 자생 구단이다. 네이밍 스폰서 외 별도로 지원받는 돈이 없다. 스스로 살림을 꾸려간다. 그래서 미국 메이저리그든, 국내 다른 팀이든 선수를 팔아 운영비를 버는 사례가 많다. 부정적으로 표현하면 '셀링 클럽'이지만, 시각을 바꿔서 보면 10개 구단 중 순수한 의미의 '흑자'를 내는 유일한 프로 구단이라 할 수 있다.
과정은 당연히 힘들다. 아껴 써야 한다. 프로야구에서 가장 많은 지출은 당연히 인건비다. 선수단 연봉을 줄여야 전체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다. 키움은 선수단 총 연봉 집계를 하면 대체로 리그 최하위다. 그럼에도 좋은 성적을 꾸준히 내니, 많은 돈을 쓰고도 하위권인 팀들은 배가 아플 수밖에 없다.
그래도 키움이 아예 '안 쓰는' 구단이라고 할 수는 없다. 가끔 깜짝 놀랄 만한 발표를 한다. 2024 시즌 선수단 연봉 협상 결과가 그랬다. 키움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하고, 캡틴으로 복귀한 간판스타 김혜성에게 무려 6억5000만원이라는 거액 연봉을 안겼다.
김혜성은 연봉은 4억2000만원에서 2억3000만원이 올랐다. 김혜성은 지난 시즌 137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3푼5리 7홈런 57타점 104득점을 기록하며 간판 타자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3년 연속 골든글러브로 팀 스타로서의 위상을 지켜냈다.
성과에 걸맞은 대우를 확실히 해줬다. 6억5000만원은 종전 8년 차 최고 연봉 기록인 KIA 타이거즈 나성범의 5억5000만원을 무려 1억원이나 경신한 최고 기록이다. 팀 내 최고 연봉이자 최고 인상액.
김혜성이 잘한 건 맞지만, 사실 인상 액수를 조금 줄였어도 충분한 대우를 해줬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키움은 화끈했다. 키움 구단이 팀 내 어린 선수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
사실 키움의 현실은 여전히 어렵다. FA, 다년 계약 등을 제외한 연봉 협상 대상자 44명 중 억대 연봉 선수는 김혜성 포함, 단 6명에 불과하다. 그 중 2명(김태진, 김휘집)은 1억원을 간신히 넘긴 1억1000만원이다. 다른 구단들과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하다.
A구단의 경우 FA, 다년 계약 선수 제외한 같은 조건에서 억대 연봉자가 15명이다. B팀의 경우 10명이 조금 넘는데, 이 팀은 주전 야수들이 대부분 FA 계약을 한 경우다. C팀도 FA와 다년 계약 선수가 매우 많은 팀인데도, 8명의 억대 연봉자가 있다.
지출을 줄이기 위해 어린 선수 위주의 팀 구성을 한 영향이 크다. FA도, 다년계약 선수도 많지 않고 총액도 '헉' 소리 나는 선수가 없다.
그렇다고 선수들이 야구를 대충할까. 아니다. 오히려 더욱 눈에 불을 켜고 운동을 한다.
일찌감치 주전 기회를 잡을 수 있고, 훗날 '이정후-김혜성'처럼 될 수 있다는 확실한 본보기와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키움은 지난해에도 미국 진출을 앞둔 이정후에게 무려 11억원이라는 엄청난 연봉을 안겼다. 단년 계약 연봉 최고액이었다. FA를 앞두고 있다면, 보상금 관련 선수 연봉을 예상보다 높게 책정하는 경우가 있지만, 키움은 그걸 바란 것도 아니었다. 분명 명확한 의도가 있었다.
아낄 때는 아끼고, 쓸 땐 쓰는 키움의 합리적 지출이 생각보다 큰 임팩트를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젊은 선수들에게 키움은 그야말로 '기회의 땅'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