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각한 공동주택용지의 분양대금 연체액이 1조5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23일 LH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건설사의 공동주택용지 분양대금 연체 규모는 전체 45개 필지 약 1조5190억원 수준이다. 연체금액이 1조원을 넘은 것은 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2022년 말(7492억원)의 2배를 넘는 수치다.
연체가 급증한 이유는 지난해 건설사들이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겪으며 신규 사업 추진을 중단한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고금리와 분양 경기의 악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이 영향을 미쳤다.
택지별로는 파주 운정지구의 연체규모가 7개 필지, 약 5439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체 연체금액의 3분의 1을 넘게 차지했다.
인기 택지로 분류되는 성남 복정1지구의 2개 필지도 2962억원이 미납됐고 인천지역 검단·영종·청라 등 11개 필지에서 2253억원, 화성 동탄2지구는 5개 필지에서 1758억원이 각각 연체됐다,
이에 따라 공동주택용지의 신규 판매도 부진한 모습이다.
LH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분양을 시작한 공동주택 63개 필지 중 20%가 넘는 13개 필지가 팔리지 못했다. 화성 동탄2 연립주택 부지와 인천영종, 고양창릉 등 일반 아파트 분양용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작년 말 기준 미매각 용지는 총 32개 필지로 늘었고, 미매각 대금도 총 1조9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이 택지 연체 규모가 커지고, 미매각 토지가 늘면서 부실사업장 인수 등 LH의 공적기능 확대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경제정책방향과 연초 대통령 주재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등에서 3기 신도시 건설과 5년 내 '주택 270만가구+α' 건설 등 LH의 공적기능을 대폭 확대했다.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는 건설사의 사업부지를 LH가 매입해 직접 시행 또는 매각하고, 3기 신도시 주택 조기 착공 및 공공투자 조기집행 등을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당초 건설 경기 연착륙을 위해 LH의 공적기능을 강조하던 정부의 계획이 틀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공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공사채 발행이 필수인데 현 상황에서는 LH의 부채비율이 증가하는 등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LH는 2020년 논란이 됐던 땅 투기 사태 이후 재무 구조 개선에 노력해 작년 상반기 기준 부채비율을 219.8%까지 줄였다.
지난해 6월 말 기획재정부가 LH를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하면서 부채비율은 200% 미만으로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올해 PF 부실사업장 인수 등을 위해서는 부채 증가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작년 LH는 3기 신도시 보상 등을 위해 약 11조원 규모의 공사채를 발행했다. 올해는 이보다 더 큰 규모의 채권 발행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학계에서는 LH가 현재 지고 있는 부담이 과도해 공적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하려면 정부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LH가 자체사업을 위해 연 35조∼40조원의 자금을 투입하는데 지난해 택지 중도금이 연체되고 미매각 토지가 누적되면서 자금 사정이 안 좋아졌다는 것이다.
즉 LH가 공사채 발행을 늘리면서 부채비율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고려해 재무위험기관에서 제외하는 등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강우진 기자 kwj12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