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LG 트윈스의 장신 왼손 투수 이상영에게 2023년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같았다.
부산고를 졸업하고 2019년 2차 1라운드 5순위로 입단한 이상영은 1m92의 장신 왼손 투수로 미래의 왼손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다.
2022년 상무에서 10승3패로 다승왕에 올랐던 이상영은 지난해에도 상무에서 8연승을 달렸다. 초반 LG의 국내 선발진이 무너지면서 이상영이 LG 선발의 희망으로 여겨졌다. LG 염경엽 감독도 이상영이 제대해 돌아오면 곧바로 선발로 중용할 뜻을 밝혔다. 6월에 제대해 돌아온 이상영 역시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첫 등판이었던 6월 14일 삼성전서 4이닝 4안타 2실점을 기록한 이상영은 두번째 6월 20일 NC 다이노스전서 1⅓이닝 2안타 4볼넷 3실점(2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된 뒤 2군으로 다시 내려갔다.
상무 입대전 오버핸드였던 이상영은 상무에서 스리쿼터 형태로 팔을 내렸는데 그 때문인지 입대전 140㎞대 후반이었던 구속이 140㎞대 초반으로 내려와 있었고, 1군 타자들을 이겨내지 못했다. 그외에도 힘을 쓰지 못하는 투구폼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 염 감독은 자연스럽고, 힘을 낼 수 있는 투구폼 교정을 지시했다. 이상영은 이후 투구폼을 새로 찾는데 집중해야 했다.
그리고 20일 그는 정우영 등과 함께 선발대로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애리조나로 조기 출국했다.
인천공항에서 만난 이상영에게 2023년을 묻자 아쉬움이 가득한 소회를 말했다. 이상영은 "나도 제대하고 잘될 줄 알았는데 방심했던 것 같다. 그래서 또 배울 수 있었던 한해였다"라면서 "상무에서 잘해서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1군과 2군의 차이가 컸다. 1군의 벽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구속에 대해 묻자 "팬들께서 구속부분은 실망을 하셨을 것 같다"면서 "솔직히 상무에서 무브먼트나 제구에서는 늘었다고 생각을 했고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1군에서 잘 안됐다"라고 했다.
새 투구폼은 잘 진행중이라고. 이상영은 "팔을 올린 것도 있지만 그동안 크로스로 들어온 부분도 바꾸는 등 예전에 내가 던졌던 것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투구폼으로 던지고 있다"면서 "가장 간결한 폼으로 편하게 공을 던질 수 있게 바꿨다. 시즌 중에 바꾸다보니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내 폼이 돼 자연스럽게 나온다. 스피드는 물론 제구도 좋은 것 같다. 그래서 올시즌 기대를 하면서 준비하고 있다"라고 했다.
올시즌 보직은 불펜이다. 염 감독은 시즌 구상을 밝히면서 이상영을 김유영 성동현 윤호솔 김대현 등과 함께 필승조로 키울 불펜 후보군에 올려놓았다.
이상영에겐 기회다. 올해 FA 계약을 한 왼손 필승조 함덕주가 팔꿈치 수술을 받았기 때문. 함덕주가 후반기에나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이상영이 대체 왼손 불펜 요원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교정한 투구폼이 효과를 본다면 자리를 꿰찰 수도 있다.
이상영은 "군에서 제대도 했고 나이를 생각했을 때 이제는 야구를 잘해야될 시기다"라며 "그리고 나에게 기회도 왔다. 올해가 나에게 제일 중요한 해가 될 것 같다"라며 스스로에게 2024년의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이상영은 "1군에만 있을 수 있다면 보직은 어디든 상관없다"
라면서 "첫번째 목표는 스프링캠프에서 조기 귀국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혼자 쓸쓸히 귀국하기 싫다"고 한 이상영은 "스프링캠프를 잘 치르고 시범경기까지 잘해서 개막 엔트리에 들어가고 싶다. 그리고 그 이상까지 된다면 작년엔 한국시리즈에 함께하지 못했는데 올해는 내가 주축으로 활약하면서 한국시리즈 2연패를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조기 귀국을 안해야 한다. 그게 제일 큰 목표다"라고 말했다. 인천공항=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