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혁명적인 인사이동'이 잉글랜드 프리미어구단 사이에 벌어졌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로 지역 라이벌 구단인 맨체스터 시티의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영입한 것. 상식의 틀을 넘는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데일리메일과 더선 등 영국 매체들은 21일 일제히 '맨유가 맨시티의 COO였던 오마르 베라다를 신임 CEO로 영입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맨유 구단 역시 홈페이지를 통해 '베라다를 새로운 CEO로 임명하게 됐다. 축구와 경기장에서 이뤄지는 성과를 우리가 하는 일의 핵심으로 되돌리려 한다. 베라다의 선임은 이 여정의 첫 번째 단계다'라고 발표했다.
라이벌 구단에서 팀 운영의 최고 결정자 역할을 하던 인물을 데려온 것은 새로운 지배 주주로서 팀을 이끌고 있는 짐 랫클리프 구단주의 결정으로 볼 수 있다. 소유기업인 이네오스 그룹을 영국 최대 기업집단으로 성장시키며 '잉글랜드 최고갑부' 반열에 오른 인물답게 구단 경영에서 최대한의 효율을 추구했다. 데일리메일은 '베라다의 CEO 선임은 랫클리프가 맨유를 지배하게 된 이후 첫 번째로 내놓은 가장 의미있는 결정이다. 이네오스 그룹이 본격적으로 맨유를 운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베라다는 맨시티와 전 세계 12개 축구 팀을 소유하고 있는 시티풋볼그룹(CFG)의 축구 최고 운영 책임자로 지난 2011년 맨시티에 합류해 운영의 주요 보직을 두루거친 뒤 2016년부터 COO로 활동해왔다. 특히 베라다는 엘링 홀란 영입을 주도한 핵심 인물이다.
프랑스에서 태어난 모로코인인 베라다는 상당히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모로코에서 미국식 교육을 이수한 바라다는 미국 메사추세츠주의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6개월만에 학교를 관뒀다. 이후 유럽으로 건너간 베라다는 3년 과정의 EU비즈니스 스쿨에 입학했다.
여기서 마지막 3년째에 FC바르셀로나 구단에 취업하게 된다. 처음에는 단순히 스페인어를 배우고, 세계 최고 수준의 축구를 볼 수 있다는 이유로 바르셀로나에 입단했지만, 이후 축구단 운영에 있어 뛰어난 적성을 발휘하며 결국 주요 글로벌 브랜드 및 기업과의 거래 협상을 담당하는 구단의 운영 책임자로 승승장구했다.
바르셀로나에서 8년간 뛰어난 성과를 낸 베라다는 2011년 맨시티로 이적해 여러 분야를 거치며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다. 맨시티가 EPL 최고 구단으로 자리잡으며 지난 시즌 트레블을 달성하는 데 일정부분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랫클리프 경은 이런 베라다의 커리어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바르셀로나와 맨시티에서 거둔 성공적인 경험을 맨유에 이식하려는 결정이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