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카타르)=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요르단→대한민국→바레인. E조가 '혼돈'에 빠졌다.
20일(이하 한국시각) 카타르 일대에서 대한민국과 요르단, 말레이시아와 바레인의 카타르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의 2차전이 펼쳐졌다. 이날 경기를 통해 순위표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였다. 어설픈 예측이었다. 이날 경기를 통해 E조는 혼돈에 빠졌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요르단과 2대2 무승부를 기록했다. 앞서 1차전에서 승리를 챙겼던 두 팀은 나란히 1승1무(승점 4)를 기록하게 됐다. 뒤이어 열린 경기에선 바레인이 경기 종료 직전 나온 결승골을 앞세워 말레이시아를 1대0으로 제압했다. 1차전에서 패했던 바레인(승점 3)은 2차전 승리로 16강 진출의 희망을 살렸다. 반면, 말레이시아는 2패로 사실상 토너먼트 탈락했다.
이로써 E조는 한국, 요르단, 바레인이 16강 진출을 두고 격돌하게 됐다. 이번 대회는 24개국이 4개팀씩 6개조로 나눠 실력을 겨룬다. 각 조 1, 2위는 16강에 직행한다. 각 조 3위는 성적을 비교한 뒤 상위 4개 팀이 16강행 티켓을 챙긴다. 순위는 승점-승자승-골득실-다득점 순으로 정한다. E조 1위는 D조 2위, E조 2위는 F조 1위와 16강에서 붙는다. 한국이 E조 1위로 올라가면 D조 2위가 유력한 일본과 대결한다. E조 2위는 F조 1위 가능성이 높은 사우디아라비아 대진이다.
E조의 복잡한 사정에 D조의 일본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일본은 이라크와의 2차전에서 1대2로 충격패했다. 이날 패배로 일본은 지난해 6월 엘살바도르전부터 이어온 연승 행진을 '11'에서 마감했다. 자존심을 제대로 구겼다. 일본은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다. 일본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7위로 이번 대회 나선 24개국 가운데 가장 높다. 이라크는 63위다. 하지만 일본은 전반 45분 동안 유효 슈팅을 하나도 기록하지 못할 만큼 엉성했다.
이름 값에 걸맞지 않았다. 일본은 이번 대회 최종 26명 중 20명을 유럽파로 채웠다. '탈 아시아급 라인업'이다. 이날도 구보 다케후사(레알 소시에다드), 미나미노 타쿠미(AS 모나코), 엔도 와타루(리버풀) 등 유럽 '빅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모두 선발로 나섰지만 웃지 못했다. 경기 뒤 모리야스 감독이 "반성해야 한다"고 말한 이유다.
더 큰 문제는 16강 대진이다. D조 2위는 16강전에서 E조 1위와 대결한다. 상황에 따라 16강에서 '역대급' 한-일전이 성사될 수 있다. 물론 성사 가능성은 미지수다. 일본이 인도네시아와의 최종전에서 패하면 조 3위로 추락한다. 이 경우 A조 1위 혹은 B조 1위와 대결한다.
경기 뒤 도안 리츠(프라이부르크)는 "일단은 인도네시아와의 경기에 집중하겠다. 길을 찾아 가야 한다"고 말했다. 구보도 "한국전을 생각하다고 인도네시아에 당할 수 있다. 일단은 인도네시아와의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이날 부상을 털고 돌아온 도미야스 다케히로(아스널)는 한국 기자들과 별도로 만난 자리에서 "한국은 스쿼드가 좋은 팀이다. 그들을 결승에서 상대하길 바란다"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일본은 24일 인도네시아와 최종전을 치른다. 한국은 하루 뒤인 25일 말레이시아와 붙는다. 이날 경기 결과에 따라 운명의 16강 대진이 완성된다.
도하(카타르)=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