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몸값, 이름값, 통산 기록으로 따지면 최고의 필승조인데….
삼성 라이온즈의 '광폭 행보'에 대구팬들이 설레고 있다. 이종열 단장은 취임 후 삼성 부진의 이유로 불펜을 지목했다.
진단이 확실이 내려졌으니 처방도 확실했다. FA 투수 3명과 계약을 했다. 오승환, 김재윤, 임창민이다. 세 사람 외에 2차드래프트에서 양현과 최성훈을 지명하며 언더핸드, 좌완 구색을 맞췄다. 방출 시장에서는 이민호를 데려왔다.
FA 베테랑 3총사에 관심이 모아진다. '살아있는 전설' 오승환에 2년 22억원, 리그 최강 마무리 중 한 명인 김재윤에 4년 58억원을 투자했다. 임창민의 경우 2년 총액 8억원으로 몸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NC 다이노스 전성기 시절 붙박이 마무리였던만큼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선수다. 당장 지난 시즌 꼴찌팀 키움 히어로즈에서 26세이브를 기록했다.
7-8-9회를 책임질 3명의 베테랑에게 총액 88억원을 썼다. 세 사람이 지난해 올린 세이브만 더해도 88세이브. 통산 기록으로 따지면 무려 691세이브다. 이름값과 기록만 놓고 보면 역대 최강 수준이다. 이들이 아프지 않고 경기 후반 2~3이닝을 책임져준다면, 지난해 10개 구단 최다 38번의 역전패 아픔은 지울 수 있다는 계산을 충분히 해볼 수 있다.
상대 입장에서 보자. 9회 강력한 마무리 1명이 대기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압박인데, 7회와 8회에도 그만큼 훌륭한 마무리급 투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타자들이 타석에서 쫓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모든 걸 '장밋빛'으로 바라봤을 때 가능한 얘기다. 세상 모든 일에 100%는 없듯, 우려되는 부분도 분명 있다.
오승환 42세, 김재윤 34세, 임창민 38세다. 몸 관리를 잘하는 선수들이라고 하지만, 세월 앞에 장사 없다.
체력, 구위 측면에서 전성기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승환의 경우 지난 시즌 초반 떨어진 구위로 애를 먹었다. 김재윤도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에서 LG 타자들을 압도하지 못했다. 임창민도 건강 이슈에 촉각을 세워야 한다.
교통 정리도 필요하다.
일단 삼성은 3명의 보직은 정해지지 않았고, 마무리도 경쟁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구위, 몸값 등을 고려했을 때 임창민이 필승조로 빠진다고 하면 오승환과 김재윤 중 1명은 마무리 자리를 맡지 못한다. 최고 마무리 투수들 입장에서 8회 필승조 자리도 중요하지만, 마무리 보직을 받지 못한다는 건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경기력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심리적 요소다.
그렇다고 집단 마무리 체제를 쓰기도 무리다. 선수들은 고정적인 자리가 있을 때 더욱 편안하게 경기를 준비할 수 있다. 매 경기 언제 어떤 보직으로 나갈지 모르는 상태로 불펜 대기를 하면 정신적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일단 최고의 선수들이 모였다. 삼성 불펜이 어떻게 새로운 그림을 보여줄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된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