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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리포트]귀화선수 라건아의 태극마크를 향한 '찐심'…"전쟁치르는 각오, 마지막 모든것 바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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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팬들께 죄송한 마음 마지막으로 덜고 싶다."

17일 원주 DB와의 경기를 앞두고 라커룸 사전 인터뷰를 하던 전창진 부산 KCC 감독이 느닷없이 "재미난 얘기 해드릴까요? 꼭 전하고 싶은 게 있다"며 정색을 했다.

그러면서 전 감독이 일화는 라건아와의 면담 뒷이야기였다. 지난 올스타전 브레이크때 전 감독은 라건아와 담소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때 전 감독의 심금을 울리게 한 말을 라건아가 했다는 것.

라건아가 조심스럽게 꺼낸 이야기는 농구대표팀에 관한 자신의 심경이었다. 사실 현재의 한국농구대표팀은 작년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졸전과 초라한 성적표로 국내 농구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상태.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는 라건아는 먼저 팬들에게 사죄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 전 감독에 따르면 라건아는 "당시 대표팀에서 마무리하는 단계라 생각하고 출전했지만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활약을 하지 못했고 성적까지 좋지 못했다"면서 "팬들께 너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때의 죄송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 기회를 잡고 싶다는 뜻을 강하게 피력했다. 현재 안준호 감독 체제로 새로 출범한 농구대표팀은 오는 2월 말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2025 예선 조별리그를 앞두고 대표팀에 소집할 전력을 탐색하는 중이다.

라건아는 이번에 만약 대표팀에 차출될 경우 정말 열심히 온몸을 불사른다는 각오로 뛰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라건아는 "한국 선수들도 그런 비장한 각오를 하지 않았다면 대표팀에 뽑히더라도 오지 말라는 얘기도 하고 싶다"는 '경고'도 덧붙였다는 게 전 감독의 설명이었다. 라건아는 "대표팀이 불러주면 전쟁을 치르는 각오로 달려가겠다"며 유난히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전 감독은 "사실 라건아의 얘기를 듣고 놀랐다. 이제 계약기간도 끝나고 하니 대표팀을 회피할 줄 알았는데 정반대였다"면서 "한국농구를 위해 그런 마음가짐을 가져준다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대견하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취재진 인터뷰에서 라건아의 마음을 꼭 전해달라고 부탁하게 된 이유도 설명했다. "라건아는 내심 피해의식 같은 게 있던 모양이더라. 자기가 팀 내 최고 활약을 하더라도 수훈선수 인터뷰 기회는 국내 선수들에게 주로 주어지기 때문에 언론과 소통할 기회가 없었다고 한다"면서 "라건아는 이런 마음을 진작에 전하고 싶었는데 기회를 찾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감독인 나를 통해서 전하고 싶다고 하기에 내가 꼭 그렇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전 감독은 귀화선수지만 태극마크를 향한 진심과 책임감은 여느 국내 선수보다 막중하다는 데 감동받은 표정이었다. 부산=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