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김태군의 아픔을 잊었던 것인가.
FA 포수 김민식이 위기에 빠졌다. 보장됐던 몸값 하락이 불 보듯 뻔해졌다. 너무 욕심을 내다,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난 케이스다.
SSG 랜더스는 12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사인앤드트레이드 소식을 발표했다. FA 포수 이지영을 영입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깜짝 뉴스였다.
왜 예상하지 못했느냐. SSG는 '집토끼' 김민식과의 협상을 이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민식 계약을 추진하는데 이지영 영입을 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지영 영입의 의미는 뭐냐. 김민식과의 협상 방향을 완전히 틀겠다는 것이다. 기존에 제시한 금액보다 훨씬 더 줄어든 돈을 받기로 한다면 손을 잡을 가능성은 남아있지만, 김민식이 그런 선택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시장에서 정말 마지막까지 갈 팀을 구하지 못했을 때 가능한 시나리오다.
양측 협상 과정을 100% 속속들이 알 수 없고, 서로간 입장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현 상황은 김민식쪽에서 협상 전략을 잘못 짠 영향이 커보이는 게 사실이다.
SSG는 2022 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에 공헌한 포수 김민식에 대한 예우로 총액 25억원 규모의 비FA 다년계약을 제시했다. 하지만 FA 대박을 꿈꾼 김민식이 이를 거절했다.
그리고 FA가 됐다. 확실한 주전포수 없이 이재원, 이흥련과 이별한 SSG는 김민식이 꼭 필요했다. 김민식이 이 상황에 너무 안도하고, 방심한 것으로 보인다. 구단의 제시액과 조건에 꿈쩍하지 않고 해가 넘어갈 때까지 자신들의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 구단 포수 구성과 시장에 나오는 포수진 등을 고려했을 때, SSG가 자신을 잡지 않으면 방법이 없을 거라 생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하루 빨리 전력 구성을 마쳐야 하는 SSG는 플랜B를 가동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이지영이었다. FA로 나왔지만 B등급으로 보상 부담이 있어 시장에서 인기가 떨어진 선수였다. 하지만 가진 능력은 확실했다. 사인앤드트레이드라는 묘수를 양측이 만들어냈다. 김민식은 이런 움직임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완전히 똑같지는 않아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2020 시즌을 앞두고 있었던 김태군(KIA) 케이스다. 첫 FA 자격을 얻은 김태군은 포수가 귀했던 당시 시장 상황 때문에 인기 매물이었다. 실제, 포수를 찾았던 롯데 자이언츠가 제법 큰 규모의 제안을 건넸다는 건 야구계에 널리 퍼진 소문이었다. 하지만 자신감 넘쳤던 김태군이 롯데의 콜을 거절했다. 같이 FA를 취득한 이지영이 당시 1호 FA로 키움 히어로즈 잔류를 선택했다. 자신의 가치가 더 오를 것이고 예상해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롯데는 한화 이글스에서 트레이드로 지성준을 데려오며 시장에서 철수해버렸다. 김태군은 갈 곳이 없어졌다. 원소속팀 NC 다이노스에는 '철벽' 양의지가 있었다. NC가 김태군에게 주전급 대우를 해줄 필요가 없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4년 최대 13억원에 도장을 찍어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실망하지 않고 야구를 열심히 해 결국 이번 비시즌 KIA 타이거즈와 3년 25억원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하며 설움을 풀었다는 것이다. 과연 김민식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