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카타르)=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2001년생 '동갑내기' 이강인(파리생제르맹)과 구보 다케후사(레알 소시에다드)는 대한민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재능이다. 어린 시절 스페인으로 건너가 커리어를 쌓았다. 특히 2021~2022시즌엔 레알 마요르카에서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둘은 국적을 뛰어 넘는 우정을 과시했다. 서로 생일을 챙겨주는 훈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강인과 구보는 잠시 우정을 내려놓고 우승을 향해 경쟁한다. 두 사람은 13일(이하 한국시각) 개막한 카타르아시안컵에서 정상을 두고 경쟁을 벌인다.
구보는 우승 경쟁에서 '절대' 물러설 마음이 없음을 드러냈다. 12일 카타르 도하의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만날 일본 축구 전문 매체 사커다이제스트의 에쿠니 신 기자는 "구보에게 이강인에 대해 물었다. 구보는 '아시안컵 결승에서 이겨서 우승하면 (유럽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은 비겨도 괜찮을 것 같다. 1차전 정도는 (이강인에게) 양보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고 농담했다"고 전했다.
한국과 일본은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최근 A매치 6연승을 달렸다. 사우디아라비아(1대0)-튀니지(4대0)-베트남(6대0)-싱가포르(5대0)-중국(3대0)을 연달아 제압했다. 지난 6일 이라크와의 최종 모의고사에서도 1대0으로 웃었다. 이강인을 비롯해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각 포지션별로 유럽 빅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이강인은 '클린스만호'에서 핵심으로 활약 중이다. 그는 지난해 10~11월 A매치에서 4연속 공격 포인트를 달성했다. 지난해 2월 출범한 '클린스만호'에서 부상으로 이탈한 9월 A매치 2경기를 제외하곤 매 경기 출격했다. 이강인은 소속팀에서도 에이스로 뛰고 있다. 그는 지난 4일 프랑스 슈퍼컵에서 결승골을 넣으며 파리생제르맹의 우승을 이끌었다. 대회 MVP도 거머쥐었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끄는 일본은 2023년 12월 기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17위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국가 중 1위다. 일본은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2회 연속 16강 무대를 밟았다. 이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6월 15일 엘살바도르전(6대0 승)을 시작으로 A매치 9연승이다. 공식적으로 치른 엘살바도르(6대0)-페루(4대1)-독일(4대1)-튀르키예(4대2)-캐나다(4대1)-튀니지(2대0)-미얀마(5대0)-시리아(5대0)-태국(5대0)전에서 모두 승리했다. 39득점-5실점을 기록, 놀라운 공수 위력을 보였다. 아시안컵을 앞두고 치른 요르단과의 비공개 친선 경기에서도 6대1로 이겼다. 일본은 이번 대회 구보를 비롯해 미토마 가오루(브라이턴), 엔도 히로시(리버풀) 등 유럽파 선수들이 총출동한다.
구보도 매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페인 프리라리가에서 6골-3도움, 유럽챔피언스리그(UCL)에서 1도움 등 공식전 6골-4도움을 기록 중이다. 최근 축구 이적 시장 전문 사이트 트랜스퍼마켓은 구보의 시장 가치를 아시아 선수 중 가장 높은 6000만 유로로 추정했다. 아시안컵 합류 전 부상했지만, 현재는 팀 훈련에 정상적으로 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조별리그 E조에서 레이스를 펼친다. 일본은 D조에 속해있다. 각 조 '최상위 랭커'다. 한국과 일본 모두 조 1위로 토너먼트에 진출한다면 결승에서 만난다.
구보는 "(이강인과) 만나자는 이야기는 했지만 애초에 일본 대표팀에는 쉬는 날이 없었다. 아마도 한국 대표팀도 그럴 것이다. 결승전에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고 했다.
한편, 이강인과 구보는 다음달 13일부터 열리는 UCL 토너먼트에서 소속팀 격돌을 예고했다. PSG와 레알 소시에다드는 홈 앤드 어웨이로 열리는 16강전에서 격돌한다.
도하(카타르)=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