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부산 KCC가 서울 SK의 12연승을 저지했다.
KCC는 11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홈 경기에서 SK를 90대75로 완파했다.
KCC는 라건아(29득점, 15리바운드) 최준용(15득점, 8리바운드, 6어시스트) 허 웅(22득점)이 맹활약, SK는 자밀 워니(35득점, 10리바운드), 안영준(16득점)이 고군분투했지만, 나머지 선수들의 지원이 부족했다.
3연승을 달린 KCC는 16승12패로 5위를 유지. SK는 22승9패로 2위.
경기 시작 전부터 부상 변수가 있었다. SK는 김선형과 허일영이 결장. KCC는 송교창이 갑작스러운 무릎 통증으로 아웃. KCC 전창진 감독은 경기 전 "어제까지 정상 훈련을 했지만, 오늘 오전 무릎통증으로 뛰기 힘들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전반전
최준용의 3점포로 시작했다. SK는 워니의 미드 점퍼로 응수.
최원혁의 스틸에 의한 속공이 성공했다. 12연승을 달리고 있는 SK의 핵심 원인은 강력한 수비. 이 강점이 나오는 듯 했다. 단, 최준용의 '폭주'가 계속됐다.
스위치로 인해 라건아가 미스매치를 만들었다. 수비가 쏠리는 사이 최준용이 또 다시 3점포를 터뜨렸다. 이후 얼리 오펜스로 인한 골밑 돌파를 성공.
허 웅의 3점포를 연결하는 어시스트까지 했다.
SK의 공격이 불발되자, 허 웅의 속공이 나왔다. 워니의 플로터가 라건아의 수비에 막혔다. 라건아는 빠르게 치고 들어간 뒤 외곽으로 패스, 정창영까지 3점포를 성공시켰다. 17-6, KCC가 완벽하게 초반 기세를 잡았다.
경기 전 SK 전희철 감독은 "수비는 어느 정도 계산이 나온다. 단, 공격을 효율적으로 하지 않으면, 상대는 얼리 오펜스로 기세를 올린다. 이 부분이 핵심"이라고 했다. 우려가 현실이 된 1쿼터 초반이었다. SK의 작전 타임.
SK는 워니의 1대1에 집중하는 공격 루트에서 안영준과 2대2 공격을 시도. 3점 찬스가 났지만, 오세근이 불발. 그러자, KCC는 또 다시 얼리 오펜스, 라건아의 자유투 2득점.
SK는 워니가 막히자, 메인 볼 핸들러가 없는 약점이 드러났다. 김선형의 공백이 나오는 순간.
워니와 오세근의 합작으로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KCC는 라건아의 풋백 득점으로 응수. SK는 안영준과 오세근의 미스매치를 활용하는 공격 루트. 하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결국 27-15, 12점 차 KCC의 리드로 1쿼터 종료.
2쿼터 워니가 라건아를 따돌리고 1대1 포스트 업 성공. 최준용의 3점슛이 실패하자, 워니가 또 다시 플로터 작렬. 워니의 반격이 시작되는 듯 했다. 하지만, 허 웅이 안영준을 제치고 스텝 백 3점포. 안영준의 미드 점퍼는 실패. 전준범이 이번에는 또 다시 3점슛 성공. 워니의 골밑 슛이 실패하자, 최준용이 그대로 밀고 들어가면서 골밑 슛. 순식간에 KCC의 8-0 런, 35-19, 16점 차의 리드를 KCC가 잡았다.
양팀 모두 소강상태. SK는 수비를 강화하면서, KCC의 상승세를 차단하는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워니 중심의 단순한 공격 루트는 벗어날 수 없었다. 송창용은 반칙으로 얻은 자유투 2개를 모두 놓쳤다. SK의 야투율이 전반 유독 좋지 않았다.
SK의 압박에 의한 스틸, 그리고 워니의 속공이 나왔다. 하지만, 강한 압박으로 인해 팀 파울에 빨리 걸린 SK. 이호현이 파울을 얻어내면서 자유투 2득점. SK는 안영준의 사이드 돌파에 성공하면서 조금씩 리듬을 찾아갔다.
그러자, KCC는 이번에도 이호현이 SK의 압박을 뚫고 미드 점퍼를 성공. 안영준이 3점포로 즉각 응수. 조금씩 KCC의 리드가 좁혀졌다. 41-28, 13점 차.
KCC가 이호현 이근휘 전준범 등 윙맨진의 높이에 약점을 드러내자, SK는 이 부분을 집요하게 노렸다. 안영준 오세근이 차례로 미스매치를 공략하면서 워니와 연계 플레이. 확률로 맞섰다.
워니의 자유투 2득점, 그리고 오재현의 돌파가 이어졌다. 결국 48-36, 12점 차 KCC의 리드로 전반 종료.
KCC는 송교창이 없었지만, 최준용이 1쿼터 흐름을 제대로 잡았다. 외곽슛이 호조였고, 라건아가 워니를 잘 막아내면서 SK의 공격 루트를 차단했다.
SK는 워니의 득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공격 시스템에 약간의 '동맥경화'가 왔다. 게다가 슈팅 효율도 좋지 않았다. 2쿼터 3분16초에 터진 안영준의 3점포가 첫 3점슛이었다.
반면, SK는 워니 득점 의존도가 단순한 공격흐름으로 이어졌다. 공격 효율이 떨어지면서 KCC에게 얼리 오펜스를 많이 허용했다. 여전히 강력한 압박 수비와 10점 이상을 뒤진 상황에서도 저돌적 경기 운영은 위력적이었지만, 공격 효율은 여전히 떨어졌다.
▶후반전
허 웅의 칼날같은 패스. 라건아의 골밑슛으로 후반 시작. KCC의 위브 액션에 의한 상대 수비의 순간적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SK는 워니의 3점포가 터졌다. 3점슛 평균법칙이 있다. 전반 3점슛이 저조한 팀이 후반에는 호조를 보이면서 평균을 간다는 법칙이다. SK의 전반 3점슛 성공률은 14%(7개 시도 1개 성공).
변수가 발생했다. 최원혁이 라건아를 막다가 파울 트러블(4반칙). SK는 앞선의 수비가 매우 강한 팀이다. 오재현이 1대1에 능한 락 다운 디펜더라면, 최원혁은 1대1 수비 뿐만 아니라 팀 수비에도 능한 올 어라운드 디펜더다.
워니가 골밑 돌파. 52-43, 9점 차로 추격했다. 하지만, 라건아가 풋백 득점.
허 웅의 백도어에 의한 골밑 돌파가 성공했다. 단, 워니가 저돌적 돌파로 라건아의 반칙을 얻어내며 골밑 슛. 3점 플레이 성공. 흐름을 내주지 않았다.
게다가 워니는 공격 리바운드를 잡은 뒤 또 다시 골밑슛 성공. 8점 차 추격. 라건아는 자유투 2개 모두 실패.
KCC는 SK의 압박에 계속 실책이 나왔다. 전반과는 공격 흐름이 완전히 달라졌다. SK의 흐름이었다. 워니의 골밑 돌파 성공, 56-50, 6점 차 추격. 이제 승부는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렀다.
KCC는 여전히 SK의 압박에 고전했다. 허 웅의 사이드 스텝백 3점슛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송창용의 파울. 자유투 3개를 모두 성공했다. KCC 입장에서는 단비같은 3득점이었다.
그러나, 기세가 오른 워니는 이번에도 3점포를 터뜨렸다. 그리고 골밑 돌파. 4점 차 추격. 3쿼터 워니의 폭주가 터졌다.
이때, 허 웅의 골밑 돌파가 실패. SK의 속공 상황이었다. 하지만, 어이없는 실책이 나왔고, KCC의 역습. 허 웅의 3점포가 터졌다. 65-57, 8점 차 KCC의 리드로 3쿼터 종료.
SK는 워니의 강력한 '하드 캐리'로 맹추격. 하지만, 나머지 선수들의 부진했다. 게다가 3쿼터 막판 허 웅에게 맞은 3점포 장면은 아쉬웠다. 최대 2점 차까지 추격할 수 있었던 장면이 8점 차로 벌어지는 순간. 게다가, 쿼터 막판 기세가 다음 쿼터에 이어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기 때문에 더욱 뼈아팠다. 3쿼터 워니가 무려 19점을 집중하는 괴력을 발휘했지만, 스코어 차이는 많이 줄어들지 않았다.
4쿼터 워니가 또 다시 스핀 무브에 의한 플로터 득점. 그러자, KCC는 정창영이 골밑 돌파, 자유투 2득점. 여기에서 SK의 미세한 약점이 드러난다. SK의 포스트 업은 리그 최고 수준이지만, 세로 수비는 약한 편이다. 워니가 있지만, 순간 스피드가 좋은 편은 아니고, 최부경과 오세근도 마찬가지다.
워니가 또 다시 골밑 돌파를 감행하자, 최준용이 블록으로 도움 수비를 갔다. 워니의 슛이 불발. KCC는 최준용이 돌파 이후 재치있는 패스, 라건아의 미드 점퍼가 터졌다. 70-59, 11점 차 KCC의 리드. SK의 작전타임.
SK는 아시아쿼터 고메즈가 실책. 라건아의 속공으로 이어졌다. 흐름이 KCC로 완전히 흐르는 순간, 안영준이 3점포를 작렬시켰다. 하지만, KCC는 속공 상황에서 라건아가 또 다시 상대 반칙에 의한 3점 플레이 성공.
워니의 트랜지션으로 라건아의 기동력을 따라가기는 힘들었다. 이것마저 요구한다면 워니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일이었다. 75-62, 13점 차로 또 다시 벌어졌다.
KCC는 절묘한 2대2에 의한 라건아의 픽&롤 골밑 돌파. 파울까지 얻으면서 3점 플레이.
SK는 워니가 골밑 돌파에 성공한 뒤 기습적 트랩. 하지만, 허 웅, 최준용으로 연결된 볼은 이호현에게 완벽한 3점 오픈 찬스를 제공했다. 깨끗하게 3점포 성공. 남은 시간은 3분16초, 81-66, 15점 차의 KCC 리드.
사실상 여기에서 경기는 끝났다.
KCC는 송교창이 없었지만, 최준용이 공격에서 볼 핸들러와 수비에서 SK 최부경 오세근을 번갈아 수비하며 견고한 세로수비까지 만들어냈다. 역시 다재다능함은 리그 최상급이다. 라건아가 워니의 공격을 전반에 잘 막았다. 허 웅은 적재적소에 외곽포를 터뜨렸다. 이호현도 중요한 순간, SK의 압박을 해체시키는 의미있는 득점을 만들어냈다.
전체적으로 KCC는 템포를 빠르게 하면서 SK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 얼리 오펜스로 SK의 가장 강력한 디펜스를 무력화시켰다. SK 스피드의 약점, 공격의 약점을 제대로 공략했다.
경기 전 전창진 감독은 "송교창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모든 포맷을 다 바꿨다. 최준용과 라건아 중심으로 갈 것"이라고 했고, 제대로 적중했다.
반면, SK는 12연승을 마감했다. 김선형의 공백이 너무나 아쉬웠다. 공격에서는 워니를 위한 최적화된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고, 수비에서는 강력한 압박과 조직력을 가진 SK였다. 하지만, SK도 약점은 분명히 있었다. 트랜지션과 골밑의 세로 수비, 그리고 김선형 허일영의 부상으로 승부처 확실한 득점을 할 수 있는 선수는 사실상 워니 밖에 없었다. 이 약점들이 KCC전을 통해서 드러났다. 하지만, SK는 올스타 브레이크 이전까지 파죽의 12연승을 달리며 시스템의 힘을 보여줬다. 김선형과 허일영의 복귀, 오세근의 컨디션 상승이 나타나면 SK는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색이 없다. 부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