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나이스볼! 벌써부터 대포를 쏘네!"
비까지 오락가락하는 차가운 날씨. 따뜻한 남쪽 나라라곤 하지만, 1월초 부산도 춥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롯데 자이언츠 구승민(34)은 잠시나마 그라운드로 나섰다. 소속팀 후배 현도훈(31), 그리고 지난해 방출된 문경찬(32)과 함께였다.
몇 구 안되긴 했지만, 가벼운 롱토스가 아닌 피칭이었다. 구승민은 "풀컨디션은 아니고, 120~130㎞ 정도는 나올 것 같다"며 웃었다. 스프링캠프 시작과 함께 컨디션을 조금씩 끌어올리고, 개막과 함께 100%에 맞추고자 한다.
"중간에 페이스가 떨어지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조금씩 해놔야한다. 자칫 시즌 초에 몸이 안 올라오는 불상사가 없어야하고, 아프지 않아야한다. 이제 내 몸을 내가 알 나이니까."
롯데 역사상 첫 100홀드의 주인공이다. 2018년 7승4패 14홀드 평균자책점 3.67을 기록하며 처음 궤도에 올랐고, 2020년부터 필승조로 완전히 자리잡으며 KBO리그 역사상 2번째 4년 연속 20홀드(1호 안지만)를 넘겼다. 만약 올해 5년 연속 20홀드를 달성하면 리그 최초 대기록이다. 롱런이 쉽지 않은 불펜이기에 더욱 소중한 기록이다.
하지만 롯데는 6년 연속 가을야구 문턱에서 좌절했다. 어느덧 마무리 김원중과 더불어 리그 대표 뒷문으로 자리잡은 구승민의 진한 아쉬움이다. 구승민은 "팀성적이 좋아야하는데, 가을야구를 못가니 아쉽다. 시즌 막바지에 어깨에 피로감이 있었던 게 아쉽다"며 한숨을 쉬었다.
원체 빠른 템포의 대명사라 올해부터 도입되는 피치클락의 부담은 크지 않다. 그래도 빠른 적응이 필수다. 투수는 예민한 동물이다. 막상 초시계가 눈에 들어오면 마음이 급해질 수 있다. 구승민은 "한번 걸리기 전까진 괜찮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구승민은 팀내 소통을 책임지는 부드러운 리더십의 소유자다. 엄격하기보단 다정하게 다가가며 팀 전체를 하나로 묶는 존재감이 빛난다. 외국인 투수 찰리 반즈, 애런 윌커슨과도 각별하다. 올해 롯데는 윌커슨-반즈와 재계약하며 박세웅-나균안까지 안정된 선발진을 구축했다.
구승민은 "둘다 다시 만날 생각을 하니 든든하다"면서 "특히 반즈는 한국사람 다 됐다. 형, 선배 이런 한국문화에도 익숙하고, 장난도 많이 친다. 난 영어를 잘 못하지만, 반즈는 콩글리시도 다 알아들으니 걱정없다. 야구적인 얘기나 사적인 거나 어색함이 없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태형 감독과 박준혁 단장을 중심으로 팀이 대격변을 겪었다. 조세범-백어진 전력분석 코치를 제외한 1군 코치진 전체가 바뀌었다. '최고참' 전준우가 주장의 무거운 짐을 짊어진다. 구승민이 책임져온 투수조장은 올해부터 김원중(31)이 맡을 예정이다.
지난해 기적처럼 부활한 손아섭은 롯데 선수들에게도 많은 자극이 되고 있다. 2022년까지 한솥밥을 먹었던 그는 시즌을 마친 뒤 '매년 가을야구에 도전하는 팀'이라며 NC로 유니폼을 갈아입었고, 양의지(두산 베어스)가 떠난 팀을 이끌며 자신의 말을 증명했다. 개인으로도 생애 첫 타격왕, 4번째 최다안타왕을 거머쥐며 제 2의 전성기를 보냈다.
전준우는 손아섭의 초대로 플레이오프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구승민은 "(손)아섭이형을 중심으로 오며가며 이야기가 많이 나오더라"면서 "그땐 개인적인 일이 있어 못갔다. 플레이오프는 올해 관중 아닌 선수로 가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올시즌을 순조롭게 마치면 생애 첫 FA가 된다. 올해 34세, 대졸인 구승민에겐 한층 더 간절한 FA다.
"평소와 똑같이 준비하고 있다. 내가 FA만 보고 야구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 올시즌을 잘 치른 뒤 FA가 따라오는 거지. 크게 부담을 느끼거나 생각해본 적은 없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