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당장의 인센티브보다 멀리 봐야하는 고우석.
어찌보면 이정후(샌프란시스코)보다 더 큰 관심이 쏠리는 것 같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입단한 고우석 얘기다.
이정후는 지난해부터 일찌감치 메이저리그 진출을 준비했다. 받는 액수가 얼마냐, 팀이 어디냐의 문제였지 그의 미국행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낸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고우석이 메이저리그 입성이 더 신선할 수 있다. 전혀 예상치 못했다. 포스팅 시도를 할 때만 해도 '갈 수 있을까' 했는데 당당히 펫코파크에서 파드리스 유니폼을 입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금의환향했다.
이제 관건은 고우석이 어떤 보직으로 빅리그 데뷔 시즌을 치르느냐다. 현지에서는 마무리 후보 중 한 명이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마무리 자리를 꿰차긴 쉽지 않다. 이미 팀에서 필승조 역할을 해온 일본 세이브왕 출신 로베르토 수아레스가 가장 유력한 후보다. 그가 아니더라도 고우석보다 몸값이 훨씬 높은 일본인 투수 마쓰이 유키도 넘기 힘든 산이다.
사실 7, 8회 필승조 역할만 잘해준다 해도 고우석에게는 매우 성공적인 시나리오다. 우리야 고우석에 대한 팬심이 더해져 그렇지, 2년 450만달러 보장 계약이 된 선수가 붙박이 마무리로 활약해주기를 바라는 것도 무리다. 다른 리그에서 뛰던 선수를 데려올 때 주는 몸값은, 그 리그와 구단이 그 선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알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척도다. 사실 고우석이 받는 돈은 메이저리그에서 최저임금 수준으로 봐도 무방하다.
문제는 고우석이 체결한 인센티브 조건이다. 고우석은 세이브 여부와 관계 없이 마무리로 경기를 마치는 경기가 늘어날 때마다 받는 보너스가 대폭 늘어난다. 3년차 상호 옵션 300만달러 계약 외에 걸린 돈이 총 240만달러다. 선수 입장에서는 욕심이 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당장의 푼돈(?)보다 멀리 보는 게 중요하다. 일단 필승조로 자리를 잡고, 2년동안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샌디에이고와 연장 옵션을 발동할 수 있고 더 큰 계약을 따낼 수도 있다. 필승조로 인정을 받으면, 그 다음 마무리로 올라갈 수 있는 발판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당장의 마무리 욕심에 스프링캠프나 시즌 도중 오버 페이스를 보이거나 한다면 안그래도 낯선 리그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첫 2년은 연봉 보장이지만, 마이너리그 거부권도 없다. 고우석 입장에서는 마무리 옵션은 없는 돈이라 생각하고, 일단 리그와 팀 적응을 우선 과제로 삼는 게 중요해 보인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