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독일 팬들은 '괴물'의 진가를 알고 있었다.
'몬스터' 김민재(27·바이에른 뮌헨)가 팬들이 선정한 독일 분데스리가 전반기 베스트 11에 이름을 올렸다. 독일 분데스리가 사무국은 6일(한국시각) 공식 채널을 통해 전반기 베스트 11을 공개했다. 김민재가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김민재는 4-3-3 포메이션에서 마츠 후멜스(도르트문트)와 함께 중앙 수비수로 선정됐다. 분데스리가 사무국은 '김민재는 지난해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시즌 최고의 수비수로 지명됐다. 독일에 온 뒤에는 15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하는 등 빠르게 적응했다'며 '김민재는 90분당 터치 1위(113회), 패스 개수 2위(1402회) 등을 기록했다. '괴물'은 아시안컵에 출전하기 위해 한국 대표팀에 합류하기 전 2023년 올해의 한국 축구 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전반기 베스트11은 1, 2위를 달리고 있는 레버쿠젠과 바이에른 천하였다. 레버쿠젠은 4명, 바이에른은 3명의 선수를 배출했다. 레버쿠젠에서는 그라니트 자카, 플로리안 비르츠가 미드필드 부문에, 알렉스 그리말도와 제레미 프림퐁이 수비 부문 좌우 풀백으로 선정됐다. 바이에른에서는 김민재를 비롯해 해리 케인과 르로이 자네가 뽑혔다. 도르트문트에서는 후멜스와 골키퍼 그레고르 코벨이 뽑혔다. 라이프치히의 사비 시몬스가 미드필드 한자리를 차지했고, 스리톱에는 놀라운 득점력을 과시한 슈투트가르트의 세루 기라시가 뽑혔다.
김민재는 올 시즌 나폴리를 떠나 바이에른 유니폼을 입었다. 김민재는 적응기도 없이 곧바로 바이에른의 핵심 수비수로 자리매김했다. 혹사 논란이 나올 정도로 쉬지 못하고 뛰었다. 전반기 거의 모든 경기에서 풀타임 활약했다. 하지만 독일 언론의 평가는 박했다. 독일 빌트는 바이에른 선수단의 전반기 성적을 매겼다. 빌트는 좋은 활약을 펼칠수록 점수를 낮게 준다. 최고점이 1점, 최하점이 5점이다. 전반기 평균 평점을 보면, 김민재의 순위는 16위로 최하급이었다. 약 3.26점으로 뒤에서 5등이었다. 빌트는 시즌 내내 김민재에게만은 유독 박한 평점을 매겼다. 그것이 그대로 수치로 증명됐다. 김민재는 올 시즌이 첫 시즌인데다, 군사 훈련 여파까지 남아 있었고, 무엇보다 파트너들의 잦은 부상으로 사실상 '독박 수비'를 펼쳐야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나름 제몫을 해줬다.
다른 평가가 이를 입증한다. 김민재는 후스코어드닷컴 독일 분데스리가 전반기 베스트11에 포함됐다. 김민재는 3-4-3 포메이션의 중앙 수비수로 선정됐다. 평점은 7.14점이었다. 김민재는 바이에른에서 해리 케인, 르로이 자네, 자말 무시알라 등과 함께 뽑혔다. 주관적 평점을 내리는 독일 언론과 달리 기계식 평점을 내리는 후스코어드닷컴에서는 진가를 인정받았다.
분데스리가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김민재는 2023~2024시즌 독일분데스리가 15라운드 현재, 스프린트(속력 25.2km 이상 전력질주) 횟수 302회로 전체 선수 중 36위, 센터백 중 압도적 1위다. 빠른 발을 지닌 김민재는 공격 흐름이 풀리지 않을 때나 위험이 감지되면 하프라인 부근까지 스프린트해 커트하거나 빌드업에 적극 가담한다. 최고 속력은 34.43km/h로 전체 48위, 바이에른에서 6위다. 빠른 스피드로 유명한 대표팀 동료 윙어 정우영(슈투트가르트·34.36km/h)에 견주어도 큰 차이가 없다.
빠른 동시에 많이 뛴다. 총 144.6km로 경기당 평균 10km 이상 뛰고 있다. 전체 42위, 팀내 1위다. 이밖에 공중볼 경합 성공 횟수 54회로 전체 공동 11위(팀내 1위), 지상 경합 성공 138회로 공동 23위(팀내 2위), 오픈플레이 패스 성공률 94.94%로 전체 3위(팀내 1위)다. 바이에른의 14경기중 7경기, 역대 최다 무실점은 '빨리 뛰고 많이 뛰는' 김민재의 괴력에서 비롯된 것이라는게 수치로 증명된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민재는 영국 언론 선정 2023년 세계 최고의 센터백으로 인정받았다. 글로벌 스포츠전문매체 스포츠키다는 지난달 2023년 세계 최고의 센터백 '톱 5'를 선정, 발표했는데, 1위에 김민재가 이름을 올렸다. 스포츠키다는 '더 이상 센터백이 수비만 하는 시대가 지났다. 현대 축구의 센터백은 수비의 견고함뿐 아니라 빌드업 등 팀 전체 플레이의 유동성과 창의성에 크게 기여를 하고 있다'며 김민재를 최고의 수비수로 꼽았다. 이 매체는 '김민재는 나폴리가 2022~2023시즌 33년 만에 세리에A 타이틀을 얻는데 큰 역할을 해냈다. 김민재는 순수한 신체적 강점을 넘어, 침착함과 기술적인 특성을 보여줬다. 이런 김민재는 세계 최고의 센터백 중 한 명으로 널러 알려졌다'며 '지난 여름 김민재는 바이에른으로 이적했고, 이곳에서도 높은 수준을 선보이며 주전으로 자리를 잡았다. 바이에른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김민재는 포백을 구축하는데 뛰어나고, 탁월한 리더십도 보여주고 있다'고 극찬했다
김민재 뒤에는 후벵 디아스(맨시티), 다비드 알라바(레알 마드리드), 윌리엄 살리바(아스널), 버질 판 다이크(리버풀) 등 역대급 수비수들이 자리해 있다. 김민재는 올 시즌 발롱도르에서 수비수 중 최고 순위인 22위에 오르며 기염을 토한데 이어, 이번 스포츠키다 세계 최고의 센터백 선정으로 다시 한번 그 가치를 입증 받았다.
지난 5일에는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IFFHS)이 선정한 '월드 베스트 11'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IFFHS는 공식 채널을 통해 지난해 그라운드를 누빈 전 세계 선수들 가운데 선발한 '월드 팀 2023'을 발표했는데, 김민재는 3-4-3 포메이션에서 가운데 수비수로 낙점됐다. 팀 동료 알폰소 데이비스와 맨시티의 디아스와 함께 후방을 책임진다. 김민재는 국제축구연맹(FIFA)과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가 선정하는 '2023 월드 베스트 11'에서는 후보 명단에도 들지 못했지만, IFFHS 월드 베스트11에 포함되며 아쉬움을 달랬다. IFFHS 월드 베스트11에는 김민재를 포함해,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 엘링 홀란드, 케빈 더 브라이너, 로드리, 에데르송(이상 맨시티), 해리 케인, 킬리앙 음바페(파리생제르맹) 등 현존 최고의 선수들이 이름을 올렸다.
김민재는 '2023 KFA(대한축구협회) 어워즈'에서 남자 '올해의 선수'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수비수가 '올해의 선수'에 선정된 것은 2015년 김영권(33·울산) 이후 8년 만이다. 김민재는 '캡틴' 손흥민(32·토트넘)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2010년 제정된 '올해의 선수'는 손흥민의 독무대였다. 최근 4년 연속 수상을 비롯해 절반이 넘는 7차례나 그 영예를 안았다. 2021년과 2022년, 2년 연속으로 손흥민에 밀려 2위에 그친 김민재는 축구협회 출입 언론사 축구팀장과 협회 기술발전위원,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 등 50명의 투표에서 총 137점을 얻어 1위에 올랐다. 손흥민은 113점으로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84점을 받은 이강인(23·파리생제르맹)이다.
김민재는 "좋은 상을 받게 돼 너무 영광스럽다. 지난 시즌 많은 팬이 밤낮 가리지 않고 응원해주시고, 소속팀이나 대표팀이나 많은 응원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아시안컵 선수들 잘 준비해서 꼭 좋은 성적 거둘테니까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이어서 있을 2024년 파리올림픽도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민재는 이날 아시아축구연맹(AFC) 국제선수상도 수상했다. AFC는 지난해 11월 김민재를 수상자로 선정했다. 그는 "이렇게 깊은 뜻이 있는 상을 받게 돼 정말 영광스럽다. 앞으로 더 잘하라는 뜻으로 알고, 열심히 당연히 하겠지만 잘하도록 하겠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2023년은 김민재에게 잊을 수 없는 한해다. 김민재는 지난 시즌 '수비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 '수비의 왕'이 됐다. 김민재는 단 한 시즌만에 이탈리아를 정복했다. 김민재는 '2022~2023시즌 세리에A 최우수 수비수상'을 수상했다. 김민재는 '팀동료' 지오반니 디 로렌초(나폴리)와 AC밀란의 특급 풀백 테오 에르난데스를 제쳤다. 2018~2019시즌 처음 제정된 세리에A 최우수 수비수상을 아시아 선수가 수상한 것은 김민재가 최초다. 우승팀 멤버가 이 상을 차지한 것 역시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김민재는 빗장수비를 탄생시킨 '수비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 '수비를 가장 잘 하는 선수'가 됐다. 김민재는 세리에A 공식 '올해의 팀'에도 선정되며, 올 시즌 세리에A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임을 재확인했다.
김민재는 2022~2023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김민재는 지난 여름 나폴리 유니폼을 입었다. '레전드' 칼리두 쿨리발리를 첼시로 보낸 나폴리는 대체자로 튀르키예 페네르바체에서 한 시즌 동안 최고의 모습을 보인 '한국인 센터백'을 낙점했다. 나폴리는 바이아웃인 2000만유로를 지불하며, 스타드 렌의 적극적인 구애를 받던 김민재를 하이재킹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영입했다.
이 선택은 결국 최고의 한 수가 됐다. 생소한 왼쪽 센터백으로 선 김민재는 시즌 초반부터 맹활약하며 빠르게 중심으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9월 김민재는 세리에A '이달의 선수'에 뽑혔다. 2019~2020시즌부터 시상한 세리에A 이달의 선수에 아시아 국적 선수가 선정된 것은 김민재가 최초였다. 10월에는 이탈리아 축구선수협회 선정 이달의 선수상 영광을 안기도 했다. 초반부터 강한 인상을 남기며 '철기둥'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리그 35경기에 출전한 김민재는, 각종 통계 사이트에서 세리에A 센터백 중 평점 1위에 올랐다.
이탈리아를 넘어 세계 최고의 센터백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공격적인 루치아노 스팔레티식 전술 속 김민재는 공격적인 수비로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다. 파비오 칸나바로, 알렉산드로 코스타쿠르타 등 레전드들의 칭찬 릴레이가 이어졌다. 맨시티의 디아스, 존 스톤스, 바르셀로나의 로날드 아라우호, 레알 마드리드의 에데르 밀리탕 등과 함께 올 시즌 최고의 센터백으로 불렸다. 단 한 시즌의 활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폴리 역대 베스트11에 거론될 정도다.
김민재의 맹활약 속 나폴리는 33년만에 감격스러운 리그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나폴리가 우승을 차지한 것은 '레전드' 고 디에고 마라도나가 활약하던 1986~1987시즌, 1989~1990시즌 이후 세 번째다. 김민재는 한국인 최초로 스쿠데토를 차지했다. 유럽 5대 리그 기준으로, 한국인이 우승 트로피를 차지한 것은 맨유의 박지성, 바이에른 뮌헨의 정우영 이후 세번째다. 수비수로는 첫 번째 우승이다. 아시아 선수가 세리에A 우승을 차지한 것도 2000~2001시즌 AS로마의 나카타 히데토시 이후 처음이다.
놀라운 활약으로 시즌 내내 빅클럽의 주목을 받은 김민재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가치가 상승했다. 트랜스퍼마르크트 기준 6000만유로까지 상승했다. 한국 선수로는 손흥민 보다 높은 최고 몸값이었다. 김민재는 올 여름 내내 맨유, 맨시티, 뉴캐슬, 리버풀, 첼시, 아스널, 토트넘,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파리생제르맹 등 빅클럽의 러브콜을 받았다. 한국 선수의 이적설이라고는 볼 수 없는, 그야말로 역대급 사가였다. 김민재 영입전은 마지막까지 뜨거웠다. 맨유와 뉴캐슬의 하이재킹 시도까지 있었다. 하지만 결론은 바이에른이었다.
당초만 하더라도 김민재는 맨유행을 확정짓는 분위기였다. 구체적인 연봉과 이적 날짜까지 나왔다. 뒤이어 아예 '맨유행이 확정됐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탈리아 일마티노는 '김민재가 맨유 이적에 대한 준비를 마쳤다. 바이아웃 금액이 지불된다면 7월1일 합류할 것'이라고 했다. 더선은 '김민재의 맨유 이적이 확정됐다'며 '김민재는 올 여름 맨유의 첫번째 영입으로, 7월1일 공식 합류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민재와 맨유의 이야기는 한 달 넘게 지속됐다. 라파엘 바란-리산드로 마르티네스 콤비가 수비를 지키는 맨유는 두 선수의 내구성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빅토르 린델로프와 에릭 바이 역시 잦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김민재 영입을 통해 확실히 우승권 수비진을 갖고 싶어했다. 에릭 텐 하흐 감독이 김민재를 점찍은 배경이다. 하지만 맨유는 많은 연봉을 받고 있지만, 계륵으로 전락한 해리 매과이어의 방출 문제가 풀리지 않는데다, 가장 중요한 인수 문제까지 꼬였다.
그 사이 바이에른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김민재가 군사훈련을 받으러 간 7월15일, 기류가 완전히 바뀌었다. 플로리안 플레텐베르그의 보도가 시작이었다. 산티 아우나, 로마노 등 유력 기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특히 토마스 투헬 감독이 김민재를 영입에 열을 올렸다. 빌트에 따르면 투헬 감독은 김민재와 직접 화상통화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자철 박주호 등과 함께 한 바 있는 투헬 감독은 이같은 사실을 적극 어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길고 긴 협상 끝에 마침내 오피셜이 떴다. 철옹성 같았던 유럽 엘리트의 상징, 최고의 클럽인 '레바뮌(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에서 모셔간, 주전으로 뛸 가능성이 높은 한국선수가 탄생하는, 역사적인 순간이 펼쳐졌다. 바이에른은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나폴리에서 뛰던 김민재를 영입했다. 계약기간은 2028년까지로, 5년이다. 김민재는 3번 유니폼을 입는다'고 했다. 김민재는 정우영(슈투트가르트)에 이어 두번째로 바이에른에 입성한 한국 선수가 됐다.
이적료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5000만유로(약 710억원)으로 추정된다. 김민재는 나폴리와 계약 당시 바이아웃을 설정했는데, 5000만유로로 알려져 있다. 최근 나폴리와 협상 문제로 이적료가 다소 올라갔다는 보도도 있는만큼,그 이상이 될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한국 선수 최고 이적료이자 아시아 선수 최고 이적료임은 분명하다. 이전까지 한국 선수 최고 기록은 손흥민이 2015년 토트넘으로 이적할때 기록한 3000만유로(약 426억원), 아시아 선수 최고 기록은 나카지마 쇼야가 알두하일에 합류하며 기록했던 3500만유로(약 497억원)이었다. 김민재는 뤼카 에르난데스(8000만유로·약 1136억원)과 마타이스 더 리흐트(6700만유로·약 951억원)에 이어 바이에른 역사상 세번째로 비싼 사나이가 됐다.
김민재는 바이에른에서도 핵심 수비수로 활약했고, 전반기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리며, 다시 한번 자신의 진가를 입증하는데 성공했다. 김민재는 전반기 일정을 마친 후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 대표팀에 합류했다. 김민재는 클린스만호에서도 핵심 수비수로, 이번 대회 우승을 위한 키맨으로 주목받고 있다. 왼쪽 센터백으로 활약 중인 김민재는 최근 대표팀의 6경기 무실점을 이끌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