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지금 진짜 쉴 때가 아니다.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어요."
SSG 랜더스 유격수 박성한은 주전이 된 이후 가장 고뇌의 시즌을 보냈다. 2021~2022시즌 2년 연속 3할 가까운 타격을 해냈고, 팀 수비의 핵심으로서도 최고의 시간을 보냈던 그다. 하지만 2023시즌에는 예상보다 더 깊었던 타격 슬럼프 동굴에 갇히면서 고민을 거듭했다.
성실함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선수다. 김원형 전 감독도 늘 가장 믿음이 가는 선수 중 한명으로 박성한을 꼽았었다. "성한이는 못할 때도 걱정을 하지 않는다"는 김 감독이었다. 늘 야구장에 나와서 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착하지만 또 야구 욕심만큼은 뒤지지 않는 박성한을 유독 아꼈다. 그러나 열심히 성실하게 운동을 하는 것과, 실전에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서로 결이 다른 문제였다.
후반기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차출되면서 동료들과 합심해 영광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표팀 유격수 자리를 두고 김주원(NC)과 선의의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복귀 후 소속팀 SSG가 단 3경기만에 준플레이오프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본인도, 팀도 아쉬운 시즌이 막을 내렸다.
박성한은 거의 쉬지 않고 바로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2022년에는 우승하고 나서 한달 가까이 쉬었다. 올해는 시즌 끝나마자마자 일주일도 안쉬고 운동을 시작했다. 올해는 마지막이 정말 허탈한 느낌이었다. 많은 팬들이 기대도, 응원도 많이 해주셨는데 제 자신에게 많이 부끄러웠고, 반성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모든 경기가 다 끝나고 되새겨봤을때 부족한 부분들밖에 생각이 안나더라. 쉴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더 빨리 운동을 시작했다"는 박성한은 "제가 생각했던 목표치가 있었는데, 그 목표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 같다. 제 자신에게 실망도 많이 했고, 대표팀에 가고 나서 제 수준을 한번 더 생각하게 됐다.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비시즌이지만 매일 오전에 인천 홈구장에 나와 거의 매일 거르지 않고 운동을 하는 박성한이다. "11월에는 중량을 올리면서 몸을 다시 만든다는 개념으로 운동을 했고, 이제 타격을 하면서 하체 움직임, 방망이 나오는 결 등을 신경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6년 청소년대표팀에서 인연이 생겼고,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성인 국가대표로 함께 뛴 키움 히어로즈 김혜성은 박성한에게 친구이지만, 선생님이기도 했다. 리그 최정상급 타격을 겸비한 내야수로 성장한 김혜성에게 적극적으로 먼저 다가가 많은 것을 물었다. 박성한은 "혜성이한테 도움도 받고 이야기도 많이 해봤다. 여러가지를 잘 알려준다. 근데 야구 잘하는 사람들은 '이게 왜 안돼?' 이런 느낌이어가지고. 제가 어떻게 잘 받아들여야하느냐가 관건"이라며 미소지었다. 매일 야구장에서 같은 시간 운동하는 박대온도 "성한이가 혜성이한테 들은 이야기들을 나한테도 많이 알려준다"며 웃었다. 박성한은 "대온이형도 같이 잘하면 좋으니까"라며 수줍게 웃었다.
우승도 해봤고, 국가대표로 금메달도 목에 걸어봤다. 이제 더 높은 목표를 세워서 도달해야 할 때다. 오지환(LG) 박찬호(KIA) 김주원(NC) 등 리그 톱 유격수들의 전성시대. 여기에 올해는 김혜성까지 "다시 유격수를 하고싶다"고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박성한 역시 이들과의 선의의 경쟁 그리고 자존심 대결을 펼쳐야 한다. 개인 타이틀은 물론이고, 국가대표 주전 유격수를 꿰차야 한다.
박성한은 "구체적인 목표는 매년 가지고 있다. 골든글러브는 당연히 받고 싶은 타이틀이고, 세부 타이틀도 욕심이 나지만 그걸 노리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날 하루하루 경기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새 시즌 포부를 밝혔다.
SSG 구단은 박성한의 '3년 연속 풀타임 유격수' 기여도를 인정해 2024시즌 연봉 3억원을 제시했다. 프로 데뷔 첫 연봉 3억원 돌파. 박성한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