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마무리 투수 고우석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계약. LG 트윈스의 첫 메이저리거 배출로 자부심이 생기는 경사스런 일이다.
하지만 반대로 보면 LG는 한국 최고의 마무리 투수를 잃었다. 당장 통합 우승 2연패를 향한 전력에서 큰 손실을 당한 셈이다. 최강 불펜으로 평가받는 LG지만 올시즌 우승을 위해서는 확실한 마무리를 찾아야 한다.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은 새 마무리로 유영찬을 낙점했다.
그야말로 '초짜'다. 배명고-건국대를 졸업하고 2020년 2차 5라운드 43순위로 LG에 입단했던 유영찬은 지난해 처음으로 1군에 올라와 필승조 한자리를 꿰찼다. 67경기에서 6승3패 1세이브 12홀드, 평균자책점 3.44를 기록했다.
한국시리즈에서 강심장을 보이며 마무리 투수로서의 가능성을 보였다. 11월 8일 2차전서 2⅓이닝 동안 무안타 2탈삼진 무실점의 철벽투로 팀의 역전승에 일조했고, 10일 3차전에서도 2이닝 동안 1안타 1볼넷 2탈삼진 2실점으로 홀드를 기록했다. 13일 5차전서 1⅔이닝 동안 2안타 2탈삼진 1실점을 기록해 한국시리즈 3경기서 6이닝 3안타 1실점을 기록.
염 감독은 당시 한국시리즈 MVP를 제외하고 자신이 '아차상'을 뽑아 자비로 상금 1000만원을 주기로 했는데 박동원과 유영찬을 뽑았었다. 2차전서 시리즈의 흐름을 바꾼 역전 홈런을 친 박동원을 뽑는게 당연했는데 유영찬의 피칭도 엄청났기에 염 감독은 2명을 뽑았고, 그래서 상금도 2000만원으로 올려 각자에게 1000만원씩 줬다.
염 감독은 유영찬을 새 마무리로 낙점한 이유로 좋은 직구와 변화구, 그리고 마무리 투수에 필요한 멘탈도 갖췄다고 평가했다. 염 감독은 "유영찬은 파워피처에 가까운 구속을 가지고 있다. 구속은 지금보다 1∼2㎞ 정도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어 "포크볼(유영찬은 포크볼이라기 보다는 스플리터라고 했다)과 슬라이더를 던지는데 스프링캠프에서 완성도를 더 높이면 리그에서 30세이브 이상을 할 수 있는, 성공할 수 있는 투수가 될 수 있다"라고 유영찬의 마무리로서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특히 멘탈 부분을 높게 봤다. 마무리 투수는 다른 불펜 투수들보다 정신적인 부담이 커 멘탈이 강조되는 포지션. 염감독은 "유영찬은 마무리 투수에게 필요한 멘탈 부분에서도 코칭스태프에게 좋은 점수를 얻었다"면서 "강한 멘탈이 필요한 한국시리즈에서 가장 큰 경험을 했다. 마무리 투수의 경험은 없지만 올시즌 책임지고 자리를 잡으며 성공할 확률이 높다"라고 했다.
염 감독은 마무리 투수가 되는 과정을 잘 만들어줘야 하고 그것을 자신과 코칭스태프가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염 감독은 "투수들이 항상 처음부터 잘하지는 않는다"면서 "그렇다고 그 선수가 버텨주는 것은 아니다. 구단과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지지해주고 버텨주고 이겨내 주느냐가 선수를 육성시키고 자리를 잡아가는데 중요하다"라고 했다. 이어 "선수가 어려움을 겪을 때 감독과 구단과 코치들이 믿어주고 시간을 주면 그 위기를 모면할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다. 우리는 그 준비는 돼 있다"라며 유영찬을 마무리로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염 감독은 이미 예전에도 '초짜' 마무리를 성공적으로 키운 전적이 있다. 넥센 히어로즈 시절인 2016년 마무리 손승락이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한 뒤 김세현을 새 마무리로 기용했고, 그 전까지 단 1세이브도 없었던 김세현은 그해 36세이브를 거두며 세이브왕이 됐다. SK 와이번스 감독이던 2019년엔 하재훈을 마무리 투수로 기용했고, 하재훈도 36세이브로 세이브왕에 올랐다. 한현희 이보근을 홀드왕으로 만드는 등 불펜 투수를 키우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인 염 감독은 지난해에도 LG 불펜진을 최강으로 만들었고, 국내 선발진이 약했음에도 최강 불펜으로 결국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염 감독은 "(유)영찬이가 어느 정도 해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야구는 생각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영찬이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그 어려움을 나와 코칭스태프가 이겨내게 도와줘서 마무리로 자리를 잡도록 할 것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