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빈(25기 슈퍼특선)이 시즌 마지막 날인 지난 12월 31일 광명스피돔에서 열린 '2023년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 그랑프리 경륜'에서 챔피언 자리에 오르며 1인 독주체제를 공고히 했다.
2020년 25기로 데뷔한 임채빈은 이듬해인 2021년 첫 그랑프리 왕좌에 오르며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고 89연승 대기록 달성 등 최고의 한해를 보낸 2022년 그랑프리에서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나섰다. 하지만 그랑프리 최다 승자인 정종진의 아성을 넘어서지 못하며 그랑프리 3위로 시즌을 마감해야 했다.
오로지 그랑프리 설욕을 위해 '와신상담'한 임채빈은 2023 그랑프리를 위해 12월 초부터 창원 원정 훈련에 나서는 등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며 대회를 준비했고 결국 그 결실을 보게 됐다. 임채빈은 그랑프리를 앞두고 출사표에서 "타이밍이 온다면 주저하지 않을 생각이며 임채빈 답게 당당하게 타겠다"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한 해의 최강자를 가리는 2023 그랑프리 경륜은 시작 전부터 임채빈과 정종진의 라이벌 구도 속에 누가 우승컵을 차지할지 팬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었다.
이날 그랑프리 결승에는 29일 예선과 30일 준결승전을 거쳐 임채빈(25기 슈퍼특선), 정종진(20기 슈퍼특선), 성낙송(21기 특선), 정해민(22기 특선), 신은섭(18기 특선), 황인혁(21기 특선), 류재열(19기 특선)이 진출했다.
수도권을 대표하는 김포 1명과 동서울 2명, 경상권 수성 2명, 창원 상남 1명, 충청권 세종 1명으로 지역별로 고르게 결승에 진출하며 지역 간 대결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경기 전 강약 구도는 임채빈, 정종진 2강에 정해민, 성낙송, 황인혁, 신은섭, 류재열 5중으로 혼전 양상이었다.
결승전 직전까지 시즌 전승을 거두며 파죽지세의 행보를 보인 임채빈이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한 가운데 전년도 그랑프리 우승자인 정종진이 그 뒤를 잇고 있었다. 임채빈과 정종진의 우승 다툼 외에도 틈새를 파고들 복병이 누구냐에 관심을 모아졌는데 류재열과 정해민이 각각 인기 순위 3, 4위권을 형성했다.
드디어 팬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조현재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의 시총과 함께 그랑프리 결승 경주가 시작됐다.
초반 자리 잡기부터 신경전은 대단했다. 일단 초주 선행은 성낙송이 나선 가운데 동서울팀인 정해민과 신은섭이 함께 자리하며 협공을 이뤘고 그 뒤쪽으로 임채빈, 정종진, 류재열 등 인기순위 상위권 선수들이 뒤를 따랐다.
선두 유도원이 퇴피함과 동시에 동서울팀이 먼저 서두르는 모습 속에 한 바퀴 반을 남겨두고, 정종진과 임채빈이 동시에 외선 반격에 나서며 주도권 다툼을 펼쳤다. 타종지점 주도권을 선점한 정종진이 기습 선행 작전에 나섰고 3, 4코너 지점까지 선두를 유지했다.
타종지점 내선에서 정종진의 후미를 확보한 임채빈은 스퍼트 시점을 최대한 늦춰 잡다가 4코너 지점을 벗어나며 불꽃 추입 승부를 펼치며 여유 있는 모습으로 가장 먼저 결승을 통과했다.
앞선에서 버티기에 나선 정종진과 임채빈 마크에 성공한 정해민의 2착 경합도 뜨거웠다. 결국 임채빈과 함께 직선주로 힘찬 페달링에 나선 정해민이 정종진을 제압하며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해 준우승으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전년도 그랑프리 우승자인 정종진은 과감하게 선행 작전을 펼쳐보았으나 막판 뒷심 부족을 드러내며 아쉽게 3위로 경기를 마쳤다.
임채빈은 우승 소감 인터뷰에서 "빠른 판단 하에 선두를 장악한 부분과 가장 의식되었던 정종진 선수를 적절히 활용한 것이 승리의 요인이었다"라고 밝혔다. 임채빈은 이번 우승을 통해 시즌 전승이라는 또 하나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최강경륜 설경석 편집장은 "이번 그랑프리 우승을 통해 60연승을 확보한 임채빈의 연승 행진이 다시 시작되었다며 현재 페이스라면 꿈의 기록인 100연승 달성도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강조했다. 다시 시작된 임채빈의 연승 기록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2024시즌의 또 다른 볼거리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