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악몽 같은 일이 있다. 한화 이글스는 지난해 개막 2연전이 그랬다.
4월 1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원정 개막전. 외국인 투수 버치 스미스가 선발 등판해 2⅔이닝 2실점하고 교체됐다. 60구를 던지고 부상으로 자신강판했다. 불펜이 잘 버텨줘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할 수 있었다. 히어로즈 선발 안우진을 상대로 6회까지 무득점에 그쳤지만 7,8회 1점씩 따라가 2-2 동점을 만들었다.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어렵게 좋은 흐름을 만들었는데 연장 10회말 카운터 펀치를 맞았다. 마무리 투수 장시환이 2사 만루에서 이형종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았다.
4월 2일 열린 두 번째 경기도 6대7, 1점차로 패했다. 6-6 동점에서 9회말 지옥을 경험했다. 무사 만루에서 밀어내기 볼넷으로 경기가 끝났다. 주현상이 아웃카운트 1개를 못 잡고 연속 안타, 연속 볼넷 내주고 고개를 숙였다. 2경기 연속 1점차 끝내기 패.
'멘붕'에 빠진 한화는 추락했다. 4월 4일 대구 원정경기에서 또 6대7로 져 개막 3연패에 빠졌다. 5일 연패를 끊었으나 이어진 SSG 랜더스전에서 3연패했다. 개막전부터 7경기에서 1승6패.
개막 2연전에서 1경기만 잡았다면 다른 분위기로 가져갈 수도 있었다. 시즌 초반 잘 버텨야 한다고 했는데 바람이 무참히 깨졌다.
2023년 뒤로 하고 '리셋'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3일 KBO가 공개한 2024년 정규시즌 일정을 보고 한화 사람들은 경악했다. 눈을 비비면서 다시 봤을 것 같다.
개막전부터 8경기 상대팀이 지난해 1~3위팀이다.
3월 23~24일 원정 개막 2연전 상대가 지난해 통합 우승팀 LG 트윈스다. LG는 올해도 유력한 우승 후보다. 26~28일 SSG 랜더스와 인천 원정 3연전을 치르면 29~31일 KT 위즈와 홈 개막 3연전이 이어진다.
KT, SSG는 지난해 2~3위 팀이다. 현장의 야구인들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맞대결한 LG, KT를 올시즌 '투톱' 전력으로 평가한다. 강력한 우승 후보 두 팀을 초반부터 상대한다.
정상적인 일정으로 간다면 개막 2연전에 LG 외국인 '원투 펀치'를 만날 가능성이 높다. 홈 개막전에선 KT 1~2선발을 마주하게 된다. 강력한 선발진을 구축한 '양강'이다.
한화는 지난해 LG, KT를 상대로 6승1무9패, SSG전에서 5승1무10패를 했다.
중위권 도약을 노리는 한화는 이번 오프시즌에 외부 전력을 끌어왔다. FA 내야수 안치홍(34)을 영입하고, 베테랑 외야수 김강민(42), 포수 이재원(37)을 데려왔다. 젊은 팀에 베테랑들의 경험을 수혈했다. 뎁스가 두터워졌다. 또 지난해 아쉬움이 컸던 외국인 타자를 교체했다. 지난해 팀 타율, 득점 꼴찌를 했는데, 타선 업그레이드가 이뤄졌다.
긍정적인 요소는 또 있다. 최고의 4번 타자로 올라선 노시환(24), 투구 이닝수 제한이 풀리는 문동주(21), 고졸 2년차가 되는 문현빈(20)이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한화를 중위권 전력으로 보기 어렵다. 최상급이 아닌 두 외국인 투수가 대안부재로 잔류했다. 곳곳에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확인해야할 게 많다. 시즌 초반 밀리면 지난해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도 있다. 초반부터 시험대에 올라가는 한화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