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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은 100%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LG는 왜 고우석 ML행 전격 허락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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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LG는 왜 고우석의 미국행을 전격 허락했을까.

LG 트윈스 마무리 고우석이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한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유니폼을 입는다.

3일 오후 메디컬 테스트와 계약을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이미 큰 틀에서 조건에 대한 합의는 마쳤다. 이변이 없다면 샌디에이고 선수가 된다. 김하성과 한솥밥을 먹는다.

고우석은 지난 시즌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올시즌을 마치면 FA가 되는 상황이었다. 해외 진출 가능성 얘기가 나온 적은 있었지만, 물밑에서 빅리그행을 추진하는 줄은 몰랐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갑작스럽게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신분 조회 요청이 들어왔다. 그 때까지만 해도 '설마'라는 얘기가 나왔다. FA를 앞두고 '몸값 올리기' 수순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고우석의 에이전트가 LG 차명석 단장과 면담을 했고, 메이저리그 도전이 '진심'이라는 얘기를 전했다.

LG는 포스팅 도전을 수락하되, 조건을 붙였다. 선수나 구단이 납득할 수 있는 규모의 조건을 제시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프로는 비지니스다. 귀한 자원을 보내는 상황에서 '헐값'에 보낼 수는 없었다. 포스팅 시스템은 메이저리그 구단이 선수를 영입할 경우, 연봉 총액에 따라 원소속구단에 지급되는 보상금이 달라진다.

12월 초 고우석 포스팅 절차가 시작됐다. 기한은 한달. 한국시각으로 4일 오전 7시가 마감이었다. 조용했다.

미국 진출이 무산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샌디에이고가 막판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샌디에이고에서 코치 연수를 했던 LG 염경엽 감독에게 자문을 구했다. 염 감독이 고우석의 성공 가능성을 샌디에이고 측에 적극 어필했다. 그리고 3일 미국 현지 언론을 통해 고우석과 샌디에이고의 계약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LG는 2일 밤 이 사실을 알았다. 곧바로 그룹 고위층에 보고를 올렸다. 왜 보고를 했느냐, 금액이 애매했기 때문이다.

구단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는데, 그렇다고 자존심을 뭉개는 '헐값'도 아니었다. 2년 총액 450만달러인 것으로 알려졌다. 2년 보장 400만달러에 옵션이 50만달러가 붙었다.

곧바로 그룹 결재가 떨어졌다. 보내주라는 허락. 돈, 자존심도 중요하지만 선수의 꿈을 막아서는 안된다는 대승적 차원의 결정이었다. 차 단장은 "구단 전력 측면에서는 당연히 손해다. 하지만 선수가 가고 싶어 안달인데,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 이제 고우석이 잘되라고 응원하는 일만 남았다"고 결정 과정을 소개했다. 염 감독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자질을 가진 선수다. 꼭 성공하고 향후 웃으며 LG에 돌아오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LG 입장에서는 1년 뒤 FA로 떠나는 것보다 현실적으로 나은 선택일 수 있다. 포스팅으로 떠나면 미국 생활을 마무리하고 돌아올 때, 보류권 규정상 무조건 LG로 와야하기 때문이다. 고우석이 잘해서 '롱런'하는 게 베스트 시나리오지만, 만약 실패할 경우도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