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야구를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에요."
활짝 웃는 얼굴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그날'의 암담함과 공포는 마음속에 새겨져있다.
롯데 자이언츠 이민석(19)이 드디어 다시 기지개를 켠다.
26일 김해 상동의 롯데 2군 마무리캠프장에서 이민석을 만났다. "드디어 캐치볼을 시작했다"는 반가운 이야기가 나왔다.
"10월 중순에 병원에서 CT촬영을 하고 OK를 받았어요. 지금은 겨우 20m 거리, 캐치볼만 하고 있어요. 하루 쉬고 하루 던지는 스케줄인데 오늘이 4번째예요. 딱 일주일하고 하루중 반 지났죠."
구단이 미는 차세대 스타였다. 1m90의 거대한 체격과 압도적인 직구에 뜻밖에도 귀여운 눈웃음과 매력발산의 기회를 마다하지 않는 성격까지 갖췄다.
고교 시절에도 많은 이닝을 소화한 투수는 아니었다. 데뷔 시즌 27경기(선발 1) 33⅔이닝을 소화하며 1승1패5홀드 평균자책점 5.88을 기록했다.
고교 때보다 구속이 더 빨라졌다. 프로 무대에서 한화 이글스 채은성을 상대로 무려 155㎞를 던져 화제가 됐다.
그런데 참을 수 없는 팔꿈치의 고통이 그를 괴롭혔다. 그것도 개막전이었다.
이민석은 올해 4월1일 두산 베어스와의 잠실 개막전에 8회말 필승조로 등판했다. 하지만 1⅓이닝 27구 만에 통증을 느껴 교체를 요청한 뒤 자진 강판했다. 그리고 그대로 수술대로 직행했다.
강력한 구위를 앞세워 2년차 시즌에는 필승조까지 올라섰지만, 개막과 함께 부상으로 이탈하는 처지가 됐다.
이민석은 "웬만하면 계속 던졌을 텐데 도저히 던지기 힘들 정도로 아팠어요"라며 "느낌이 안 좋았죠. 마운드 내려가면서 '쉽지 않겠구나' 싶었는데, 병원 갔더니 팔꿈치 인대가 손상됐더라고요"고 덧붙였다.
정밀 검진을 거쳐 2주 뒤 토미존(팔꿈치 내측인대 수술) 수술을 받았다. 필요한 인대는 왼쪽 손목에서 채취했다. 수술하는 김에 뼛조각까지 깔끔하게 제거했다. 이민석은 "첫 시즌 마치고 아프진 않았지만 꾸준히 관리를 받았는데, 예상보다 빨리 왔을 뿐이에요"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기나긴 재활의 시간이었다. 팔을 쓰지 못하니 할 수 있는 건 러닝과 하체 등 무리가 가지 않는 부위의 웨이트 뿐이다.
155㎞ 직구를 던지던 고졸 2년차 프로 투수다. 그런 그가 어느날 갑자기 공을 던질 수 없게 됐을 때의 절망감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답답한게 엄청 많았는데, 이제 공을 던지게 되니 기분이 좋네요. 이젠 공을 잘 못던지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을 차례지만…살 것 같아요. 야구를 처음 시작할 때 느낌이 이럴까 싶어요. 기분이 좋습니다."
입단 동기 윤동희의 1군 활약을 보며 조세진과 '인생 모른다'며 웃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윤동희가 출전한 아시안게임도 뜨겁게 응원했다.
부러운 마음도 있었다. 그는 "(윤)동희는 잘할 수밖에 없는 선수"라면서도 "나도 다치지 않았다면…하는 생각을 했어요. 요즘은 토미존 받아도 3급이라 현역보단 상무를 노리려고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10월초까지 상동에서 숙식하며 훈련했다. 부상당한지 약 200일만에 다시 공을 잡았다.
더이상 아프지 않다면 내년 2~3월에 몸을 본격적으로 만들 예정, 4월 퓨처스리그, 5월 1군 등판이 목표다. 이민석은 "구속 걱정은 전혀 없어요. 운동을 전보다 훨씬 많이 했거든요"라며 웃었다.
"김태형 감독님 오시면서 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어요. 적응하려고 노력중입니다. 재활군에 있다보니 아직 뵙진 못했네요. 마음은 편합니다. 다 회복되고 나면 제 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김해=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