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교육부가 새해 3월24일부터 시작하는 '최저학력제'를 둘러싸고 학교체육 현장이 시끌시끌하다.
2013년 3월 개정된 학교체육진흥법 제11조는 '학교장은 학생선수가 일정 수준의 학력기준(이하 최저학력)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에는 별도의 기초학력 보장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최저학력이 보장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필요할 경우 경기대회 출전을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2022년 7월 6일 발표된 학교체육진흥법 시행규칙 제6조에 따르면 중학교는 자유학기를 제외하고 해당학년 학기말 교과 평균성적(중간고사+기말고자+수행평가)의 40%, 고등학교는 평균성적의 30% 이상이어야 다음 학기 경기 출전이 허용된다. 적용학년은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학생, 적용교과는 초중학교는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5과목, 고등학교는 국어, 영어, 사회등 3과목이다.
최저학력제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중학생이다. 스포츠 진로가 본격화되는 고등학생의 경우 최저학력 미도달 과목의 기초학력보장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학교장이 출결, 이수현황을 확인해 대회참가를 허가할 수 있지만 중학생의 경우 구제책이 없다. 1학기 성적이 기준에 미달하면 2학기, 2학기 성적이 기준에 미달하면 다음해 1학기에 교육부령이 정한 모든 경기에 나설 수 없다.
수도권 스포츠클럽에서 야구선수를 꿈꾸는 중2 아들을 둔 학부모 A씨는 "단체종목의 경우 문제가 더 심각하다. '최저'를 맞추지 못해 선수가 부족할 경우 대회 출전이 무산되거나 벤치 멤버 없이 팀이 구성될 경우 아이들이 혹사될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수행평가만 성실히 해도 '최저'를 맞출 수 있다는 주장과 함께 최저학력제에 대한 입장도 엇갈린다. 팀 에이스가 성적 기준에 미달돼 경기에 못나갈 경우 운동능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더라도 공부를 잘하는 팀원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 최고의 경기력을 갖춘 선수가 경기에 나선다는 기본 룰이 흔들린다. 공부하는 선수를 키우고자 하는 선의의 정책이 자칫 '탁구신동' 신유빈, 골프, 축구선수들처럼 자퇴 등 공교육 이탈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일부 스포츠클럽 선수 학부모들은 '최저'를 맞추고자 평균성적이 낮은 지방학교 전학도 고려한다는 이야기까지 들려온다. 눈부신 운동재능을 가진 꿈나무 학생선수가 교실에서 '최저학력'이라는 반인권적 단어로 낙인 찍힐 경우, 교육 현장에서 스포츠의 가치가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학부모 B씨는 "최저학력제가 2024년 1학기부터 시작된다는 정보를 뒤늦게 접하고 다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학기말 고사 준비로 12월 내내 훈련도 제대로 못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프로선수의 경우 도덕적 물의를 빚어도 몇 경기 출전정지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한데, 운동선수를 진로 삼은 어린아이들이 가장 성장하는 시기에 국영수 성적이 안좋다고 몇 경기도 아니고 한 시즌을 다 날리게 하는 '징계'는 너무 가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현장의 학부모 대다수는 '공부하는 학생선수' 정책 자체에 반대하는 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일반학생 기준에서 국영수 일변도의 성적이 아닌 운동하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스포츠 관련 융합 커리큘럼, 읽고 쓰고 말하기 등 문해력과 외국어 능력을 키우는 교과 등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하고, 부족한 학업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최저학력제 시행의 날, 3월 24일을 앞두고 현장의 혼란과 시도 교육청 민원이 쏟아지는 가운데 교육부, 17개 시도교육청, 문체부, 대한체육회가 대책을 논의중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현장 학생선수들의 피해와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적극 행정'으로 대책 마련에 선도적으로 나섰다. "학교체육진흥법은 학생선수들이 공부와 운동을 잘 병행하도록 적극 지원하는 정책이 돼야지, 좋아하는 운동을 못하게 가로막는 정책이 돼선 안된다"는 취지다. 제도 '시행'이 '대회 출전 제한'인지 '성적 반영'인지 불분명하다는 법 해석 의견에 따라 2024년 1학기동안 학생, 학부모들에게 충분한 정책 홍보를 한 이후 2024년 2학기부터 성적을 반영하는 방향을 논의중이다. 지난해 말 17개 시도 교육청 장학관 회의를 통해 이를 교육부에 공식 제안한 데 이어 대한체육회 역시 '성적 반영' 시기를 한 학기 유예해달라는 공문을 최근 교육부에 발송한 가운데 교육부가 새해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학생선수와 학부모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