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한국리그에 대해 잘 알고 있죠."
곽빈(25·두산 베어스)은 지난 11월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 챔피언십(APBC)에서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대만 선수인 구린뤼양(23·퉁이 라이온스). APBC 첫 경기에서 일본에게 아찔한 순간을 선사했던 투수다.
예선전에서 일본을 상대로 선발로 나섰던 구린뤼양은 5이닝을 퍼펙트로 막았다. 진땀을 뺀 일본 타선은 6회가 돼서야 첫 안타를 쳤고, 7회 홈런을 치면서 간신히 구린뤼양을 내리는데 성공했다.
경기를 마친 뒤 이바타 히로카즈 대표팀 감독은 구륀뤼양의 피칭에 "스트라이크존에서 승부를 걸 수 있는 투수라고 본다. 일본에서도 보기 드문 선수다. 밀리는 가운데에서도 스트라이크존에서 승부를 하더라.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선수"라고 감탄했다.
구린뤼양은 "일본타자를 상대로 굉장히 강한 부담이 있었다. 좌우타자 모두 주의했다"라며 "오늘은 좋은 제구를 한 거 같다. 오늘 피칭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일본 혹은 미국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2000년생인 구린 뤼양은 일찌감치 대만리그에서 주목을 받고 있던 투수다. 올 시즌 13경기에 나와 5승2패 평균자책점 1.80를 기록했다. 통산 49경기에서 22승13패 평균자책점 평균자책점이 2.88에 불과했다. 대만 기자는 "국가대표 에이스"라고 설명했다.
곽빈과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인연이 생겼다. 곽빈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선수촌에서 우연히 대만 선수와 이야기를 하게 됐는데 구린뤼양이더라. KBO리그에 대해서도 알고 있고, 야구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둘은 SNS '맞팔로우'를 하는 등 연락을 이어갔고, 약 한 달 반만에 다시 만났다.
한국과 대만이 맞붙었던 11월18일. 한국은 대만을 6대1로 승리하며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경기 후 선수단은 홈·원정 상관없이 숙소와 직접 연결된 통로가 있는 1루 측으로 빠져나간다.
1루를 사용했던 곽빈은 통로에 서성였다.
곽빈은 1루 측에서 서성였다. 구린뤼양을 기다린 것. 짐을 싸서 나온 구린뤼양과 곽빈은 1루에서 만났고, 서로의 얼굴을 보고 환하게 웃었다.
곽빈은 다음 날이었던 일본과의 결승전에 등판했다. 구린뤼양은 경기에 앞서 곽빈의 선발 등판 이야기에 "고(Go) 빈"이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구린뤼양의 응원 기운이 전달됐을까. 곽빈은 5이닝 1실점으로 일본 타선을 묶었다.이바타 감독은 "한국 선발투수 4명 구속이 다 시속 150㎞가 넘었다. 이렇게 젊은데 훌륭한 선수를 4명 데리고 온 건 앞으로 더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감탄했다.
"세계의 벽을 느껴보고 싶다"고 일본전 각오를 전했던 곽빈은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또 일본 타자를 보면서 많이 배웠다"고 미소를 지었다.
둘은 오는 11월 열리는 프리미어12에서 다시 만나기로 다짐했다. "맞대결을 펼쳐도 재미있을 거 같다"고 입을 모았다.
구린뤼양은 "한국리그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라며 "곽빈은 아주 좋은 선수다. 정말 열정적으로 한다. 투구할 때나 경기할 때 문제가 있으면 서로 연락하며 이야기를 하곤 한다"라며 "함께 좋은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곽빈은 "구린뤼양은 대만 무대를 넘어 충분히 더 큰 무대로 갈 수 있는 선수"라며 "피칭을 보고 많이 배우게 되더라. 밀리지 않도록 더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