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금메달을 따는 순간, 올림픽 생각이 나더라고요. 일단 본선행에 모든 것을 맞추고 있습니다."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영광은 잊었다. 황선홍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56)의 머릿속에는 온통 '파리올림픽'으로 가득하다. 2024년 한국축구 최대 이벤트는 아시안컵, 그리고 파리올림픽이다. 항저우아시안게임이라는 미션을 퍼펙트 통과한 황 감독이 다시 시험대에 선다. 파리올림픽을 향한 최종예선인 2024년 U-23 아시안컵이 펼쳐지는 4월까지, 시간이 얼마남지 않은만큼 고민이 커보였지만, 자신감도 숨기지 않았다. 무릎 재활, 첫째딸 결혼, 그리고 본선행 준비까지 바쁜 시간을 보낸 황 감독을 지난해 말 만났다.
황 감독은 원점에서 새롭게 준비하고 있다. 그는 "아시안게임으로 성과에 대한 자신감은 생겼지만, 다음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처음부터 황 감독의 시선은 파리올림픽으로 고정돼 있었다. "금메달을 확정하자 올림픽 생각이 나더라. 아시안게임을 치르면서도 멤버에 대한 고민을 할 정도였다"고 했다.
그에게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많은 것을 줬다. 황 감독은 "포항에서 더블(리그+FA컵 우승)을 할 때보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더 기분이 좋았다. 개인적인 자존심도 있지만, 젊은 선수들이 성공을 해야 이 선수들의 경험이나 커리어가 향후 선수 생활에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값졌다"고 했다. 선수 차출 문제, U-23 아시안컵 예선전 패배 등 좋지 않은 흐름에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그는 흔들림이 없었다. 황 감독은 "중심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누가 뭐래도 내가 가진 생각이나 목표는 명확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계속해서 중심이 무너지면 안된다는 것을 선수들에게 주입했다. 욕은 내가 먹으면 된다. 어려움이 있어도 정확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는 생각만 갖고 있었다"고 했다.
젊은 선수들과 함께 하며 황 감독도 변했다. 그는 "세상이 변하고 있다. 좋은 성적을 내고 좋은 팀이 되기 위해서는 신뢰가 쌓여야 한다. 그런게 바탕이 안되면 무조건 따라오지 않는다"며 "내가 양보하는 대신 '이거는 내가 맞는 것 같아'라고 설득시켜야 한다. 이 방법이 맞으니까 '무조건 하자'는 생각은 위험하다. 하나를 오케이 하면 다른 약속 지켜주고, 그렇게 밀당을 해야 하더라. 요즘 친구들이 상황별로 중심을 잡아가는게 흥미로웠다. 아직도 가끔씩 '난 이렇게 하면 안 될 것 같아'라고 하는데 그때마다 코치들이 '하셔야 해요'라고 이야기 한다"며 웃었다. 대표팀 운영도 제법 익숙해졌다. 황 감독은 "처음에는 프로팀처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표팀은 선수들의 개성을 존중하고, 잘 분배하는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아시안게임 기간 동안 가장 고마웠던 선수는 '주장' 백승호(전북 현대)와 '득점왕'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이었다. 황 감독은 "승호와는 가장 많이 대화를 나눴다. 방법에 대해서도 '내 생각은 이런데 너희들은 어때'라고 승호와 계속 커뮤니케이션을 했다. 이 부분을 잘해줬다. 우영이는 이렇게까지 많은 골을 넣을줄 몰랐다. 다만 컨디션은 참 좋았다. 훈련할때 결정력이 정말 좋았다. 단기전에 미친 선수가 필요한데 우영이가 해줬다"고 했다. 정우영은 7경기서 8골을 몰아쳤다.
황 감독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에도, U-23 대표팀 운영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이 연령대는 2년 주기가 아닌 4년 주기로 운영이 돼야 한다. U-23 대표팀 운영의 궁극적인 목표는 A대표팀의 전력 강화다. U-23 선수들이 세계 대회에서 경험을 쌓고 좋은 성적을 내고 A대표팀에 가야 한다. 올림픽이 이 대표팀의 가장 큰 목표가 되어야 하는데 중간에 아시안게임이 있으니 애매해진다. 장기적인 계획을 위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U-23 대표팀에 대한 지원도 달라져야 한다. 열악하다. 예전에 그랬다고 그대로 하는 것은 아니다. 프로 선수들로 이루어진 대표팀인만큼, 그에 맞는 지원이 돼야 한다"고 했다.
황 감독은 이번 금메달로 감독 커리어에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지도력에 대한 의구의 시선이 바뀌었다는 질문에 "사실 나는 못 느끼고 있다"고 손사레쳤다. 황 감독은 "현역 지도자는 명장, 졸장이 없다. 그만뒀을때 평가를 받는거다. 현직에 있는 동안 평가는 바뀔 수밖에 없다. 내가 명장이라는 소리를 들으려고 무엇을 한 적은 없다. 내가 갖고 있는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뿐이다. 두려울 것도 문제될 것도 없다. 나는 지금 바람부는 언덕 위에 서 있는거다. 피해갈 곳은 없다"고 했다.
파리올림픽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머릿 속은 온통 4월 생각 뿐"이라고 했다. 상황은 썩 좋지 않다. 황 감독은 "현 상황에서 일본이나 우즈베키스탄이 우리보다 앞선다. 준비 기간이 다르다. 일본만 봐도 아시아는 안중에 없고, 유럽, 북중미에서 평가전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못 뛰어넘을 정도는 아니다"라고 했다. 로드맵은 나왔다. 황 감독은 "1월에 모여 훈련하고, 3월 A매치 기간에 평가전이나 대회에 참가할 계획이다. 4월 최종예선까지가 1차 로드맵이다. 본선행을 확정할 경우, 6월 A매치 때 평가전하고 ,7월에 본선을 치른다. 선수 선발이나 와일드카드 모두 윤곽만 잡아두고 있다. 일단 예선에 모든 것을 맞춰서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관심사는 선수 선발이다. 황 감독은 "선수 풀은 50~60명 선이다. 문제는 해외파다. 갑자기 해외파가 12명으로 늘어났다. 모두 불러오기는 어렵다. 일단 의지가 있는 선수나 구단들 위주로 나가서 접촉할 생각이다. 되기만 하면 최대한 정예로 갈 예정이다. 물론 해외파라고 모두 뽑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최정예를 위해 2004년생까지도 지켜보고 있다. 만약 본선에 나설 경우, 이강인(파리생제르맹)도 선발할 계획이다. 황 감독은 "대표팀은 최정예가 돼야 한다. 이강인이 원한다면 함께 하고 싶다"고 했다.
황 감독은 올림픽대표팀을 맡으며, A대표팀 감독에 대한 꿈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지금 눈앞에 놓인 올림픽만 생각하고 있다. "A대표팀은 내가 하고 싶다고 맡을 수 있는 팀이 아니다. 2003년에 선수 은퇴하면서 막연히 A대표팀 감독이라는 꿈을 꿨다. 2002년 월드컵을 치르면서 축구로 국민을 기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느꼈다. 지도자로 이러한 영광을 다시 누리고 싶다는 생각에 목표로 삼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길을 가고 있다. 대표팀 감독에게 뒤가 있나, 앞만 보고 가야 한다. 쉬운 승부는 없겠지만, 지금 현 시점에서 내가 한국축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10회 연속 올림픽 출전이다. 거기에만 매진하고 있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