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흔들림은 있었지만, 김연경이 이끄는 흥국생명이 만원 관중에 연패 탈출로 보답했다.
흥국생명은 24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시즌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정관장전에서 세트스코어 3대1(25-17 25-20 13-25 25-21)로 승리했다.
이로써 흥국생명은 14승4패 승점 39점을 기록, 도로공사-현대건설전 연패의 충격을 벗어났다. 전날 IBK기업은행에 패한 현대건설(승점 41점)을 다시 승점 2점 차이로 따라붙었다. 3위 GS칼텍스와의 차이도 8점으로 다시 벌렸다. 올시즌 첫 매진(6150명)이자 역대 홈경기 최다관중을 이룬 인천 홈팬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공격 최전방에 선 김연경(22득점, 공격 성공률 48.8%)의 맹활약이 돋보였다. 옐레나(20득점) 레이나(10득점)가 뒤를 받쳤다. 김수지(7득점 2블록)도 모처럼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절친'을 뒷받침했다.
반면 정관장은 3연패에 빠졌다. 지난해 승점 1점 차이로 아쉽게 봄배구에 실패했던 정관장이다. 올해는 시즌을 거듭하며 손발이 맞기보단 점점 경기력이 가라앉는 추세라는 점이 염려스럽다. 메가(22득점 3블록) 지아(19득점) 쌍포가 분투했지만, 두 선수만 합쳐도 15개에 달하는 범실이 아쉬웠다. 공격성공률도 40%안팎에 그쳤다. 이날 정관장은 22개, 흥국생명은 15개의 범실을 기록했다.
흥국생명은 1세트부터 정관장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초반부터 김수지의 서브에이스, 옐레나의 연속 득점으로 앞서갔다. 반면 정관장은 리베로 노란과 세터 염혜선이 나란히 흔들렸다. 흥국생명은 12-6, 17-10으로 무난한 리드 끝에 첫 세트를 따냈다. 정관장의 리시브 효율은 20.8%에 불과했다.
2세트에도 정관장은 쏟아지는 범실에 반전을 이루지 못했다. 흥국생명은 막판 23-17에서 4연속 실점으로 추격을 허용했지만, 김연경이 세트를 마무리지었다.
3세트는 정관장의 반격. 흥국생명의 리시브가 흔들린 반면 정관장의 지아의 공격이 살아났다. 흥국생명은 9-16, 12-20으로 크게 뒤진 끝에 3세트를 무려 12점차로 완패했다.
결국 4세트 들어 '해결사' 김연경이 직접 나섰다. 혼자 7득점을 올리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정관장은 마지막까지 따라붙었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범실을 쏟아내며 무너졌다.
김연경은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 "1~2세트 잘했는데 3세트에 흐름을 넘겨줬다. 4세트에 다시 흐름을 잡고 승리해서 기분좋다"며 이날 경기를 돌아봤다. 연패에 대해서는 "다음 경기 어떻게 할지 잘 준비했다. 현대건설에게 졌지만 굴하지 않았다. 결국 선수들이 자기 자리에서 자기 역할을 다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세터 이원정에겐 "잘하고 있다가 한번 흐름을 놓치면 다시 잡는걸 어려워한다. 상대 블로킹이나 수비 움직임을 보면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공격이 다소 몰리면서 35세인 김연경의 나이에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김연경은 "실력이 안나오면 체력 얘기가 나온다. 나이는 있지만 괜찮다. 끝까지 응원해달라"고 다짐했다.
김연경은 이날 4세트 도중 상대 블로킹에 가로막히자 플로어에 냅다 스파이크를 하며 답답한 심경을 표출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서는 "결정을 내야되는 순간에 그러지 못한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면서 "열정의 표출이다. 경기의 일부분이다. 더 많은 열정을 (그런 모습보다는)경기력으로 보여드리고 싶다"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