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트레이드 후 2년간 팬들의 아우성이 빗발쳤다. 29년만의 우승을 이룬 지금은 웃고 넘어갈 수 있는 과거가 됐다.
LG 트윈스가 좌완 필승조 함덕주 잔류에 성공했다. LG 구단은 24일 함덕주와 4년 총액 38억원(계약금 6억, 연봉 14억, 인센티브 18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함덕주는 LG에서 3시즌을 뛰었다. 2021년 트레이드를 통해 두산에서 LG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맞트레이드 상대인 양석환이 펄펄 날면서 함덕주의 입지는 흔들리는듯 했다. 양석환은 두산 이적 후 3년 연속 20홈런을 넘기며 총 69홈런을 쏘아올렸다. 홈구장은 똑같이 잠실이고, 유니폼만 갈아입었을 뿐인데 달라졌다. 2018년 LG에서 22홈런을 때렸던 그 시절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기량을 과시했다.
반면 함덕주는 첫 2년간 29경기, 23⅔이닝 소화에 그쳤다. 나오기만 하면 성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거듭된 부상으로 좀처럼 마운드에 나서지 못했다.
올해는 특급 불펜으로 거듭났다. 57경기에 등판, 55⅔이닝을 소화하며 4승4세이브16홀드, 평균자책점 1.62로 환상적인 성적을 거뒀다. 고우석이 부상으로 빠졌을 땐 마무리 역할까지 책임졌다.
시즌 중반 팔꿈치 통증으로 이탈하며 악몽이 되살아나는듯 했다. 하지만 충분한 휴식기를 가진 뒤 등판한 한국시리즈에서 자신의 역할을 120% 해냈다.
4경기에 등판, 3⅓이닝 1승 평균자책점 2.70으로 호투하며 29년만의 LG 우승을 이끈 주역 중 한명이 됐다. 두산 시절 주축 투수로 2번(2015 2019)이나 우승을 맛봤던 '위닝 멘털리티'가 제대로 역할을 해냈다. 특히 박동원의 극적인 역전 투런포가 터진 2차전에서는 데뷔 첫 한국시리즈 승리투수가 되는 기쁨도 누렸다.
함덕주 개인의 부활은 팀 우승과 결혼, FA 대박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함덕주는 시즌이 끝난 뒤 걸그룹 출신 아내 조이안씨와 2년간의 교제 끝에 결혼, 하와이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차명석 LG 단장은 "우리 FA는 다 잡겠다"고 공언했고, 그 말대로 착착 협상을 진행했다. 우승을 맛본 모기업의 지원도 받았지만, 임찬규와 함덕주 공히 총액은 높되 인센티브가 다수 포함된 합리적인 계약이 돋보인다.
LG는 주전 마무리 고우석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상황. 고우석이 빠진다면 당장 마무리를 맡을 선수는 베테랑 김진성, 또는 함덕주다. 놓칠 수 없는 선수였다.
함덕주 역시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신분조회를 받았다. 하지만 선수 본인이 미국 진출 의향이 그리 크지 않았다.
계약을 마친 함덕주는 "올해가 가기전에 계약을 마칠 수 있어 마음이 가볍다. 이번시즌 팀이 최고의 성적을 냈고, 나도 부상없이 던지면서 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서 기쁘다. 앞으로도 아프지 않고 팀이 계속 강팀이 되는데 보탬이 되고 싶다"는 속내를 전했다.
LG는 임찬규에 이어 함덕주까지 계약을 마쳤다. 미국 진출을 노크중인 고우석을 제외하면 내부 FA는 내야수 김민성만 남았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