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배우 고민시가 생애 첫 청룡 트로피를 들어 올린 순간을 떠올렸다.
고민시는 최근 서울 양천구 목동 스포츠조선 사옥에서 본지와 만나 "신인여우상 부문에 제 이름이 호명되자마자 너무 긴장이 됐다"며 "류승완 감독님의 이름도 '류승범 감독님'이라고 말할 뻔했다"라고 했다.
지난여름 한국 텐트폴 영화 중 첫 주자로 나선 '밀수'는 514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작품 안에서 강렬한 등장을 알린 고민시는 선배들 사이에서 '밀수' 판을 제대로 뒤흔들어놨다. 촌스러운 갈매기 눈썹부터 은갈치 색 한복까지 파격적인 스타일링은 물론, 극의 흐름의 중심에 선 김혜수, 염정아와는 환상적인 워맨스 케미를 만들어내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도록 센스 만점 연기력을 발휘하며 차세대 충무로를 이끌어갈 샛별임을 증명해 냈다. 심사위원들 역시 "고민시가 고춧가루처럼 매콤한 매력을 선사했다"고 극찬하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고민시는 지난 11월 24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제44회 청룡영화상에서 신인여우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수상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스포츠조선을 찾은 그는 "정말 이렇게 많은 분들이 늦은 시간까지 청룡영화상을 시청하고 계실 줄 몰랐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SNS를 확인했는데, 제가 상 받는 장면이 숏폼 영상으로 많이 올라와있더라. 그저 무대에 올라갈 때 안 넘어진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앞으로는 후보에 오르면 무조건 수상 소감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상 소감 당시 '밀수' 팀 식구들을 언급했는데, 딱 정민 오빠 이야기만 빼놨더라. 오빠가 가장 많이 축하해 줬는데 너무나 미안했다. 갑자기 긴장이 돼서 감독님 성함까지 기억이 안 났다. 류승완 감독님을 '류승범 감독님'이라고 말할 뻔했다"고 말했다.
올해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 후보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웠지만, 이 기쁨을 혼자서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고민시는 "청룡영화상은 모든 배우들의 꿈의 무대 아닌가. 근데 막상 신인여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 됐을 때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부모님께도 시상식 전날인가 이틀 전에 '혜수 선배님 청룡영화상 마지막 진행하시는 모습 보고 오겠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엄마가 시상식 당일에 생중계를 시청하시다가, 딸이랑 너무 닮은 애가 신인여우상을 받는 걸 보고 깜짝 놀라셨다더라. 왜 후보에 오른 걸 미리 말하지 않았냐고, 정말 내 딸이 상을 받은 게 맞는지 믿기지 않았다고 하셨다. 그만큼 저도 전혀 수상을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에 뭔가 말씀드리기가 어려웠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