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가 아닌 다른 팀 유니폼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글스에서 시작해 사실상 평생 이글스 선수로 남는다. 베테랑 투수 장민재(33)가 한화와 FA(자유계약선수) 계약에 합의했다. 지난달 18일 FA 공시가 나고 한 달여 만이다.
계약기간 최대 3년에 총액 7~8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겨울 재계약한 장시환(36·3년 9억3000만원) 보다 적은 금액이다. 한화는 2021년 오프 시즌에 포수 최재훈(34·5년 54억원)을 잔류시켰다. 3년 연속으로 내부 FA를 잡았다.
한화는 지난달 장민재 측에 계약 조건을 제시하고 답을 기다렸다. 양측이 합의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장민재도 한화도 꼭 잡은 손을 놓을 수 없었다.
광주일고를 졸업한 장민재는 2009년 신인 드래프트 2차 3라운드 지명으로 입단했다. 15년을 한화 선수로만 던졌다. 현재 한화 선수 중 가장 오랜 시간 대전야구장을 지켰다. 장민재보다 한해 앞선 2008년 입단한 오선진(34)이 지난달 열린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했다.
장민재가 프로 선수가 된 2009년 이후 한화는 2018년, 딱 1번 가을야구를 했다. 한용덕 감독이 팀을 이끌었던 시기다. 그해 장민재는 26경기 중 22경기에 선발 등판해 119⅓이닝을 던졌다. 6승8패를 기록했다.
그가 입단했던 2009년, 한화는 8개팀 중 8위를 했다. 올해까지 15시즌 동안 8차례 꼴찌를 했다.
긴 암흑기를 온몸으로 겪었는데, 비상하는 팀과 계속 함께 한다. 언젠가 복귀할 절친한 선배 류현진(36)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팀이 바닥을 친 지난 시즌, 고군분투했다. 32경기(선발 25경기)에 등판해 자신의 프로 최다 기록인 126⅔이닝을 책임졌다. 7승8패, 평균자책점 3.55. 팀 내 최다승을 올리고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개막 직후 두 외국인 투수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찾아온 기회를 움켜잡았다. 그는 "늘 선발을 준비하고 있었다"라고 했다. 선발, 중간투수를 모두 경험한 베테랑이 노련함으로 선발진을 이끌었다.
지난 1월, 1억1500만원에 연봉 재계약을 했다. 3년 만에 억대 연봉에 복귀했다. 프로 15년 만의 최고 금액이었다.
그런데 FA를 앞둔 올시즌 부진했다. 선발로 시즌을 시작해 부진으로 두 차례 1군 등록이 말소됐다. 선발을 내려놓고 불펜으로 돌아갔다. 25경기에서 3승8패1홀드, 평균자책점 4.83. 지난해 절반 수준인 69이닝을 던졌다. 많이 답답한 시즌이었다.
이제 30대 중반으로 간다. 전성기를 얘기한다는 건 민망한 일이다. 그러나 장민재의 포크볼, 제구는 여전히 살아있다. 장민재도 한화도 서로가 필요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한화 최근 FA 계약 현황
2019=송광민(2년 16억) 이용규(2+1년 26억) 최진행(1+1년 5억)
2020=정우람(4년 49억) 윤규진(1+1년 5억), 이성열(2년 14억), 김태균(1년 10억)
2021=없음
2022=최재훈(5년 54억)
2023=장시환(3년 9억3000만) 채은성(6년 90억)* 이태양(4년 25억)* 오선진(1+1년 4억)*
2024=안치홍(4+2년 72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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