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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야수 최초 1억달러 '이정후 시대' 열렸다, "리드오프 3할만 쳐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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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시대를 열어젖혔다. 아니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 시대'를 선언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정후는 13일(한국시각) '6년 1억1300만달러, 4시즌 후 옵트아웃'의 조건으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계약에 합의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입단 조건이 역대 KBO 출신 선수들 중 최대 규모다. 일본 선수들까지 포함하면 다나카 마사히로(2014년 뉴욕 양키스, 7년 1억5500만달러)에 이어 2위, 야수로는 1위다. 그야말로 파격적인 대우다. 현지 매체들이 예상했던 5000만~6000만달러를 두 배 가량 뛰어넘었다.

이정후의 이번 계약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133번째 1억달러 이상 계약 사례다. 투수와 포수를 제외한 샌프란시스코 야수로는 역대 첫 번째 1억달러의 주인공이 됐다.

무엇이 이정후의 시장가치를 이렇게까지 끌어올렸을까. KBO리그와 WBC에서 검증된 실력과 젊은 나이, 메이저리그 FA 야수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가성비, 그리고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의 수완을 그 이유로 들 수 있겠다.

샌프란시스코는 오타니 쇼헤이 쟁탈전에서 패한 직후 이정후에게 '올인'하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카고 컵스와의 4파전의 승리자가 됐다. ▶배리 본즈도 넘었다

이정후의 계약 규모는 샌프란시스코 구단 역사에서 버스터 포지(2013~2021, 9년 1억6700만달러), 쟈니 쿠에토(2016~2021, 6년 1억3000만달러), 맷 케인(2012~2017, 6년 1억2750만달러), 배리 지토(2007~2013, 7년 1억2600만달러)에 이어 5위의 기록이다. 샌프란시스코가 1억달러 이상을 투자한 것은 2015년 12월 쿠에토 이후 무려 8년 만이다.

그런데 투수와 포수 이외의 내-외야수에 1억달러를 준 것은 이정후가 처음이다. 포지는 샌프란시스코를 세 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전설적 포수다. 1루수로 간혹 나서기도 했으나, 포수로 메이저리그를 주름잡았다. 그 유명한 배리 본즈도 1억달러 계약을 맛보지는 못했다. 본즈는 1992년 시즌 후 첫 FA 자격을 얻어 6년 4375만달러에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적한 뒤 4번의 연장계약을 거쳐 2007년을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1억달러 계약은 없었다. 2001년 12월 FA가 돼 5년 9000만달러를 받은 것이 그의 계약 '커리어 하이'다. 물론 22년 전과 지금의 화폐가치를 비교하는 건 무리지만, 1998년 11월 케빈 브라운으로 시작된 1억달러 계약의 상징성을 감안하면 이번 계약으로 이정후의 가치를 들여다 볼 수 있다.

▶누가 또 탐냈나

이정후 쟁탈전은 끝까지 치열했다. 지난 7일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이 끝나고, 오타니 쇼헤이가 LA 다저스와 계약하면서 이정후에 4팀이 최종 오퍼를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USA투데이 밥 나이팅게일 기자는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카고 컵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모두 이정후에 적극적으로 달려들었지만, 결국 샌프란시스코가 6년 1억1300만달러를 제시하며 승리자가 됐다'고 전했다. 즉 이정후를 놓고 샌프란시스코를 포함해 4팀이 경쟁을 벌였다는 얘기다.

윈터미팅이 끝난 뒤 현지 매체들은 '이정후에 눈독을 들인 구단 간 쟁탈전이 뜨거워지면서 계약 규모가 9000만달러 이상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었다.

후안 소토와 트렌트 그리샴을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해 외야 두 곳이 빈 샌디에이고가 필사적으로 달려들었다. 여기에 컵스도 오타니를 놓친 직후 이정후에 올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매체 클러치포인트는 '컵스는 이정후에게 강력한 오퍼를 했지만, 샌프란시스코가 1억1300만달러를 부르면서 패하고 말았다'고 했다.

▶리드오프-중견수 이정후, SF는 무엇을 원하나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를 데려온 것은 공수에 걸쳐 활기를 되찾기 위해서다. 샌프란시스코는 올시즌 팀 타율(0.235) 28위, 팀 출루율(0.312) 24위, 팀 OPS(0.695) 26위, 팀 득점(674) 24위 등 공격 전부문에 걸쳐 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팀 리드오프 타율(0.263) 19위, 팀 좌타자 타율(0.225) 28위, 팀 좌타자 출루율(0.317) 24위 등 발빠르고 정교한 좌타자 이정후를 데려와야 할 이유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누가 봐도 이정후를 리드오프로 쓰기 위해 영입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CBS스포츠는 이날 이정후의 샌프란시스코 입단 소식을 전하며 예상 라인업을 쓰면서 이정후를 1번타자-중견수로 제시했다. MLB 네트워크도 이정후가 리드오프와 중견수를 맡는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다면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에게 어느 정도의 기록을 바랄까. 이에 대해 ESPN은 '자이언츠는 이정후가 올스타급 기량을 지닌 선수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이번 계약을 추진했다'며 '베스트 시나리오는 타순의 선봉에 서서 평균 이상의 출루율과 3할에 가까운 타율을 올리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정후와 비슷한 스타일로 5년 9000만달러에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한 일본인 타자 요시다 마사타카는 올해 데뷔 시즌 14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9(537타수 155안타), 15홈런, 72타점, 71득점, 출루율 0.338, OPS 0.783을 마크했다. 이정후에게도 비슷한 수치를 기대할 수 있다.

▶아무나 못갖는 옵트아웃

옵트아웃은 언젠가는 '신의 한 수'로 꼽을 만한 대목이다. 샌프란시스코는 4시즌을 마치면 이정후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옵트아웃은 아무나 주장할 수 있는 조항이 아니다. 요시다도 보스턴과 5년 계약을 하면서 옵트아웃은 넣지 못했다.

이정후는 1998년 8월 생으로 내년 26세가 된다. 2027년 시즌이 끝난 뒤 29세의 나이에 옵트아웃 권리를 행사하먀 FA 시장에 나갈 수 있다. 이정후가 전성기를 이어갈 수 있는 기간이다. 타자의 전성기는 일반적으로 30대 초반까지다. 이번 계약의 5,6년째인 2028년과 2029년 책정 연봉이 얼마인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해당 연봉보다 더 좋은 대우를 보장해 주는 계약에 자신있다면 옵트아웃을 행하면 된다.

옵트아웃이 더 열심히 뛸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