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지난 한주, 김학범 감독(63)이 제주 유나이티드 사령탑을 맡아 6년만에 K리그로 복귀했다는 소식에 축구계가 시끌시끌했다. 30여년간 연령별 대표팀, 우승권 클럽과 강등권 클럽을 두루 맡은 현직 최고령 베테랑 지도자의 등장이니, 그럴만도 했다. 지난 5일 제주의 17대 사령탑으로 선임된 김 감독은 지난 9일 수원FC와 부산의 '하나원큐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을 현장에서 직관하며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제주 감독 학범슨(김학범+퍼거슨)'을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2023시즌 부진에서 반등해야 하는 제주 구단이 최적의 결정을 내렸다는 반응이다. 2021시즌 4위, 2022시즌 5위를 차지한 제주는 2023시즌 부진을 씻지 못하고 최종 9위에 머물렀다. 2020년 제주 지휘봉을 잡은 남 감독은 시즌 도중인 9월 자진 사임했다. 잔여 시즌은 정조국 수석코치가 대행직을 맡아 어렵사리 1부에 잔류했다.
제주는 현재 소속이 없는 소위 'FA 신분' 지도자 위주로 접촉했다. 김학범 전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과 지난 6월 2023년 FIFA U-20 월드컵에서 우리 대표팀의 4강 신화를 이끈 김은중 감독(44)이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제주는 '현실(성적)'이냐, '미래(유스)'냐를 둔 고민 끝에 김학범 감독을 최종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가 김 감독을 선임하기 전부터 축구계 복수 관계자는 "현재 거론되는 후보 중에 김학범 감독 만큼 경험이 많고 검증된 지도자가 또 어디있겠나. 성적을 따내야 하는 제주 입장에선 최적의 결정으로 보여진다", "나이가 많다고들 하는데, 영국 같은 경우엔 75세가 넘은 로이 호지슨 감독도 현장을 누빈다"고 말했다.
제주 구단은 "제주의 전력을 더욱 극대화하며, 점차적인 리빌딩까지 이끌 적임자"라며 "김건웅을 비롯해 서진수, 이기혁 등 제주의 미래와 격없는 소통으로 이들의 잠재력을 만개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우려도 공존한다. 김 감독이 최근에 맡았던 팀 성적에 대한 우려다. 2017년 시즌 중 남기일 감독 후임으로 광주 지휘봉을 잡았지만, 반등에 실패했다. 그에 앞선 2016시즌 도중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지휘봉을 내려놨다. 2016년 성남과 2017년 광주는 모두 강등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이끌었지만, 2021년에 열린 도쿄올림픽에선 8강 탈락했다. 김 감독은 K리그에서 288경기를 지휘해 118승84승86패를 기록했다. 승률은 약 41%다.
현장을 오랜 기간 떠난 것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마지막으로 K리그를 지휘한 때가 2017년이란 점은 간과할 수 없다. 6년 동안 K리그엔 많은 변화가 있었다. K리그1 감독들도 모조리 바뀌었다. 일부 관계자는 제주 선수들이 '강성'으로 분류되는 남 감독보다 더 강성으로 통하는 김 감독의 선임을 얼마나 반길지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는 '학범슨'이 제주를 어떻게 바꿀지 궁금하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