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위기의 '브라질 9번' 히샬리송을 긴 잠에서 깨운 건 '손캡' 손흥민(이상 토트넘)이었다.
히샬리송은 11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토트넘홋스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캐슬과 2023~2024시즌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16라운드에서 데스티니 우도기의 선제골로 팀이 1-0으로 앞선 전반 38분 추가골을 갈랐다. 이날 부상 우려를 씻고 좌측 공격수로 출격한 손흥민이 상대 우측면 수비를 완벽히 뚫고 문전 앞으로 정확히 '배달'한 크로스를 스트라이커 히샬리송이 침착하게 밀어넣었다.
지난 9월16일 셰필드유나이티드전에서 시즌 마수걸이 골을 쏜 히샬리송은 손흥민의 어시스트를 받아 시즌 2호골을 작성했다. 이날 득점은 지난해 7월 에버턴에서 이적료 5800만유로에 토트넘으로 이적한 뒤 처음으로 발로 넣은 득점이란 점에서 의미가 컸다. 히샬리송은 지난시즌 적응 실패 및 잦은 부상으로 제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리그 27경기에서 단 1골에 그쳤는데, 그 1골도 헤더였다. 지난 셰필드전에서도 헤더로 골망을 갈랐다.
히샬리송은 내친김에 토트넘 커리어 첫 멀티골을 터뜨렸다. 2-0 리드가 지속되던 후반 15분, 이번엔 측면 수비수 페드로 포로의 감각적인 공간 패스를 건네받아 침착한 왼발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로써 히샬리송은 시즌 3골을 기록하며 지난시즌 득점의 3배를 달성했다. 히샬리송이 EPL 멀티골을 넣은 건 에버턴 시절이던 2022년 4월6일 번리전(2대3) 이후 1년 8개월만이다.
올시즌 토트넘 주장을 맡은 손흥민은 '멘탈이 무너진' 히샬리송을 늘 알뜰살뜰 챙겼다. 시즌 첫 골을 넣은 경기를 마치고 쭈뼛대던 히샬리송을 팬 앞으로 데려가 박수를 받게 했다. 이날도 모처럼 득점한 히샬리송과 뜨거운 포옹을 했다. 경기 후엔 구단 미디어팀과 인터뷰에서 "히샬리송이 박스 안에서 나보다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선제골을 넣고도 승리하지 못한 습관을 반복했던 토트넘은 히샬리송의 멀티골 덕에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후반 40분 손흥민이 직접 얻어낸 페널티를 성공시키며 4골차로 벌렸다. 손흥민은 이날 10호골로 지난시즌 총 득점과 동률을 이뤘다. 또한, EPL 8시즌 연속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아스널 전설' 티에리 앙리, 전 리버풀 공격수 사디오 마네(알나스르)와 동률이다. EPL 역사상 최다 연속 두자릿수 득점 기록은 '첼시 레전드' 프랭크 램파드(11회)가 보유했다. 웨인 루니(10회), 세르히오 아궤로(9회), 해리 케인(9회)이 뒤를 잇고 있다.
뿐만 아니라 2도움을 추가하며 시즌 1호 해트트릭을 작성한 번리전 이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뉴캐슬전은 손흥민이 2015년 토트넘 입단 후 골과 도움을 동시에 기록한 25번째 EPL 경기였다. 같은기간 오직 모하메드 살라(리버풀, 27회)만이 더 많이 '골-도움'을 기록했다. 올시즌 해리 케인(바이에른뮌헨)이 떠난 공백을 메우고자 원톱 스트라이커로 '포변'(포지션 변경)했던 손흥민은 이날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의 계획하에 주 포지션인 왼쪽으로 자리를 옮겨 게임 체인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손흥민은 통계업체 '후스코어드닷컴' 기준 이날 최고 평점인 9.4점을 받았고,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이 팬 투표로 뽑는 공식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영국공영방송 'BBC' 선정 이주의 팀에 토트넘 선수로는 유일하게 이름 올렸다. 히샬리송은 손흥민에 이어 2번째로 높은 8.9점으로 활약을 인정받았다.
추가시간 1분 뉴캐슬 조엘리톤의 만회골은 대세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토트넘은 4대1 스코어로 6경기만에 승리하며 승점 30점을 기록, 유럽챔피언스리그 진출 마지노선인 4위 맨시티(33점)와 승점차를 3점으로 유지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