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외국인 투수, 에릭 페디급 '슈퍼 에이스'다.
연봉 100만달러 투수가 '20승'을 거두고, '209탈삼진'을 올리며, 평균자책점 '2.00'을 기록했다. 소속팀 NC 다이노스를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어느 팀이든 '치트키'같은 페디급 외국인 에이스를 데려온다면 가을야구 직행이 현실화 된다. 그런데 현 시점에선 비현실적인 일이다.
첫해 외국인 선수 최대 연봉이 100만달러로 묶여 있어 A급 투수를 데려오기 어렵다. 메이저리그도 투수난에 허덕이고 있어 자원 자체가 부족하다는 게 KBO리그 구단들의 설명이다.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는 투수가 해외 진출을 추진한다고 해도 일본이 KBO리그 보다 우선순위에 있다.
일본프로야구와 연봉 경쟁이 안 된다. 올시즌 소프트뱅크 호크스 마무리 투수 로베르토 오수나의 연봉은 6억5000만엔(약 59억2000만원)이었다. 4년 총액 50억엔(약 455억2000만원) 장기 계약 이야기가 나왔다. 요코하마 베이스타즈의 트레버 바우어는 400만달러(약 52억8000만원)에 계약했다. 일본 매체들은 선수 연봉을 보도하면서 '추정'이라고 쓰는데, 외국인 선수의 경우 보장 금액만 발표할 때가 많다. 발표 금액보다 실제 금액은 더 높다.
한화 이글스가 9일 우완 투수 펠리스 페냐(33)와 재계약을 발표했다. 구단 관계자가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로 날아가 재계약 작업을 마무리했다. 인센티브 20만달러 포함 총액 105만달러(약 13억9000만원).
새 외국인 외야수 요나단 페라자(25)가 페냐와 함께 한 사진이 눈에 띄었다. 베네수엘라 국적인 페라자가 내년 2월 호주 스프링캠프에 참가하려면 비자가 필요해 구단 관계자를 만났다고 한다.
한화는 계속해서 페냐와 함께 할 1선발급 투수를 물색 중이다. 구단 관계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라고 했다. 시즌 내내 진행해온 지난한 작업이다.
1선발급 전력을 모셔올 수 있다면 좋겠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앞서 한국행을 설득했던 투수가 잇따라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택했다. KBO리그 진출이 가능한 투수는 확실한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보류 선수로 묶어둔 좌완 리카르도 산체스(25) 이상으로 확신을 주지 못한다.
한화는 페냐와 산체스를 모두 교체하거나, 둘 중 한 명을 바꾸는 쪽으로 계획했다.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 두 선수로 내년 시즌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이달 중순까지 새 외국인 투수 영입을 추진하겠지만 보험용으로 미뤄둔 '산체스 카드'를 다시 꺼낼 수도 있다. 이게 냉정한 현실이다.
위험 부담이 크다면 모험을 할 이유는 없다. 변화를 위한 변화가 낭패를 불러올 수도 있다.
올시즌 초반 외국인 투수로 인해 큰 고통을 겪었다. 1선발로 데려온 버치 스미스가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2⅔이닝, 60구를 던지고 부상으로 아웃됐다. 가뜩이나 약한 전력에 큰 구멍이 생겼다. 부상 전력에도 불구하고 면밀히 체크해 문제없다고 강조했던 구단이다.
아쉬움이 있었지만 2022년 시즌보다는 좋았다. 스미스의 대체 선수로 합류한 산체스까지 3명이 57경기에 등판해 306이닝을 던졌다. 18승19패, 평균자책점 3.78를 기록했다. 닉 킹험과 라이언 카펜터가 4월에 부상으로 빠진 지난 시즌엔 4명이 33경기, 167⅓이닝, 8승13패, 3.71을 올렸다.
2선발로 시작한 페냐가 큰 부상없이 177⅓이닝을 책임졌다. 11승11패, 평균자책점 3.60. 32경기에서 19차례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했다.
지난 5월 합류한 산체스는 두 달 가까이 무패 투수였다. 9경기에서 5승, 평균자책점 1.48을 올리며 선발진에 힘을 불어 넣었다. 팀이 8연승 신바람을 내던 시기다.
후반기 들어 상대팀에 투구 패턴, 구종이 읽혀 부진에 빠졌다. 7월 8일 SSG 랜더스전부터 15경기에서 2승8패, 평균자책점 5.24. 평가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7승8패, 평균자책점 3.79. 올해 최종 성적이다.
한화가 찾고 있는 '파랑새'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