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성대한 대관식이었다. 현재의 캡틴 김기희와 전반기 주장 정승현이 우승 트로피를 맞잡았다. 트로피가 하늘 높이 솟구치자 울산 문수벌에는 '챔피언' 찬가와 축포가 터졌다.
창단 후 첫 K리그1 2연패를 달성한 울산 현대의 우승 세리머니는 또 다른 감동이 물결쳤다. 4년 만에 울산으로 돌아와 우승과 득점왕을 동시에 거머쥔 주민규는 "트로피가 무겁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며 활짝 웃었다. 홍명보 울산 감독은 "트로피를 드니까 이제 우승 기분이 난다"고 반색했다.
홍 감독은 샴페인 세례와 함께 2년 연속 헹가래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올해 딱 울산에서 3년이 됐다. 그동안 울산은 중요한 경기에서 매번 지는 팀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중요한 경기에서 이기는 팀으로 성장했다. 올해는 라이벌 매치에서 승점을 많이 가져온 것이 우승 원동력이었다"며 "이 우승은 내가 아닌 울산의, 선수들의, 팬들의 우승이다. 지난해 17년 만의 첫 우승 이후 1년 만에 다시 우승했다. 17년 동안 하지 못한 것이 2년 안에 벌어진 것은 엄청난 일이다, 울산이 더 성장하는 데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승 세리머니에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처음으로 홈경기장을 찾아 함께했다. 시상식에 등장한 정 부회장은 권오갑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 등과 함께 선수들에게 '우승 메달'을 선사하며 챔피언의 환희를 함께 누렸다. 서포터스석에선 "정기선"을 연호하는 함성도 울려퍼져 더 이채로웠다. 정 부회장도 고개를 숙였다. 그는 서포터스를 향해 "팬 여러분 감사드린다. 2022년 시즌도, 2023년 시즌도 마지막 우승팀은 울산 현대였다. 가슴에 별 4개가 10개가 될 때까지 함께 뛰겠다. 오늘 우리가 챔피언이다"라고 인사했다.
대미는 화려했다. 울산은 3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가 라이벌' 전북과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파이널 최종라운드에서 설영우의 결승골을 앞세워 1대0으로 신승했다. 설영우는 골을 터트린 후 동료들과 함께 '트로피 세리머니'를 펼치며 챔피언의 환희를 만끽했다. 올 시즌 전북과의 4차례 대결에서 3승1패로 절대 우세한 울산은 승점 76점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해와는 또 달랐다. 울산의 우승 세리머니는 제주 유나이티드에 1대2로 패한 후 열렸지만 이날은 전북이 희생양이었다. 우승 세리머니는 더없이 달콤했다.
울산이 2년 연속 트로피를 품에 안은 날 전북 천하는 완전히 무너졌다. 전북은 무조건 이겨야 하는 승부에서 승점을 추가하는 데 실패,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출전이 좌절됐다. 승점 47점으로 4위에 머물렀다. ACL은 다음 시즌 엘리트(ACLE)와 2부(ACL2)로 재편된다. 전북은 ACL2 출전 티켓을 거머쥐는데 만족했다. '절대 1강'이었던 전북이 4위 밑으로 밀려난 것은 2008년 이후 15년 만이다. 전북은 2009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우승 9차례, 준우승 3차례, 3위 두 차례 등 14시즌 동안 3위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단 페트레스쿠 전북 감독은 "페널티킥이 불리지 않고 홍정호의 부상 변수가 생기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오늘 이기지 못한 것은 유감"이라며 "오늘 이겼으면 3위를 차지해 ACLE 플레이오프 출전권을 따냈을 텐데 아쉽다. 오늘의 뼈아픈 상황을 발판 삼아 다음 시즌 더 열심히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홍정호는 전반 41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공중볼을 다투다 조현우와 충돌한 후 의식을 잃었다. 조현우가 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주먹으로 홍정호의 얼굴을 가격했다. 이어 무릎과 홍정호의 가슴이 부딪혔다. 긴급히 의료진과 앰뷸런스가 투입됐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뇌진탕 증세를 보인 홍정호는 다행히 의식을 회복했고, 경기 종료 직전 경기장으로 돌아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것이 끝이었다. 2023시즌 K리그1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울산=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