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제주에 있을 때 득점왕을 하고 공격수로 인정을 받는 느낌이 들었다. 어느 선수나 팀에서도 득점왕을 하고 못하고는 차이가 크다. 공격수라면 받고 싶은 타이틀이다. 간절하게 준비하면서 개인적으로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상이라고 본다."
울산의 주포 주민규(33)가 이적 첫 해 득점왕 타이틀을 탈환하는 겹경사를 누렸다. 주민규는 2년 전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22골을 터트리며 토종 스트라이커의 시대를 다시 열었다. 국내 선수가 득점왕에 오른 것은 정조국 이후 5년 만이었다.
그는 지난해에도 전북 현대의 조규성(미트윌란)과 함께 나란히 최다인 17골을 기록했다. 하지만 경기당 득점에서 밀려 2년 연속 득점왕 등극에는 좌절했다.
주민규는 올 시즌 4년 만에 울산으로 돌아왔다. 그의 고지는 첫째도, 둘째도 우승이었다. 울산은 10월 29일 대구FC를 상대로 일찌감치 K리그1 2연패를 확정지었고, 주민규의 득점왕 도전도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달 12일 포항 스틸러스전에서 골폭죽을 재가동했다. 9월 24일 수원FC전 이후 49일 만의 골이었다. 이어 지난달 24일 인천 유나이티드전에서 2경기 연속골을 터트리며 17호골을 기록, 단숨에 득점 단독 선두에 올라섰다.
주민규가 주춤하는 사이 대전하나시티즌의 티아고가 기세를 올렸지만 마지막 벽은 넘지 못했다. 티아고는 2일 FC서울과의 최종전에서 한 골을 더 보태 17호골을 기록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티아고(2833분)보다 출전시간이 적은 주민규(2621분)는 3일 전북 현대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침묵했지만 경기 전 이미 '득점왕'을 확정지었다. 주민규는 "어제 어머니 생신이었는데 점심 먹으면서 티아고의 경기를 봤다. 화장실 다녀온 사이 (티아고가 골을 넣어) 아버지, 어머니의 표정이 굳어 있더라. 집에 가자고 하셨다. 결국 (티아고가 추가골을 못 넣으면서) 오늘 경기를 앞두고 득점왕 타이틀이 확정돼 팀 승리만 생각했다. 무리하게 뛰는 바람에 근육에 이상이 와서 (후반에) 교체됐다. 그래도 이겨서 만족스럽다"고 웃었다.
주민규는 K리그 통산 5번째로 두 차례 이상 득점왕을 거머쥔 선수로 등극했다. 윤상철(1990·1994년), 이기근(1988·1991년), 김도훈(2000·2003년), 데얀(2011·2012·2013년) 등에 이어 주민규다.
주민규는 토종 공격수로는 김도훈 이후 무려 20년 만의 국내 선수 '멀티 득점왕'으로 이름을 올렸다. 주민규는 "지난해 득점왕 경쟁을 벌일 때 김도훈 감독님의 이야기를 들은 터라 올해는 꼭 득점왕을 하고 싶었다. 올해 여유있게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이 생긴 터라 내년에는 더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홍명보 울산 감독은 "경기에 많이 못 넣어줘 미안했는데, 출전시간이 적은 것을 감안하면 미안해 할게 아니었다"며 웃은 후 "이적 후 우승을 했는데 좋은 한 해였을 것이다. 경험도 하고, 팀도 도움이 됐다"고 반색했다.
대한축구협회는 '불법 촬영' 논란의 황의조를 국가대표팀 선발에서 보류하기로 했다. 주민규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 그는 "모든 선수가 국가대표를 꿈꾸면서 축구를 시작한다고 본다. 내가 안주하지 않고 항상 동기부여를 가질 수 있는 것도 국가대표라는 타이틀 때문"이라며 "그런데 너무 매달리면 실망감도 크더라. 간절하게 겸손하게 노력하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움왕'은 8도움을 기록한 백성동(포항)이 차지했다. 백성동은 9월 30일 울산전 이후 부상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누구도 그를 넘지 못했다. 울산=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