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한화 이글스 리빙 레전드 좌완 정우람(38)이 플레잉코치로 변신한다.
한화는 14일 정우람의 플레잉코치 변신을 공식 발표했다. '정우람의 성실함과 꾸준함, 팀 내 평판, 후배들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지도자로서의 자질이 충분하다고 판단, 선수 자격은 유지하되 후배 양성에도 포커스를 맞출 수 있도록 이와 같이 결정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정우람은 KBO리그 1004경기 출전으로 리그 최다이자 일본과 대만 등 아시아 프로리그 내 단일리그 최다 출장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977⅓이닝을 던지며 통산 197세이브, 145홀드를 기록중인 정우람은 국내 최고 마무리 투수 중 한명.
한화는 정우람의 자기관리 능력이 구단 내 투수들에게 전수될 수 있도록 플레잉코치직을 제안했다. 정우람이 심사숙고 끝에 이를 받아들이면서 내년 시즌 선수와 코치를 겸직하게 됐다.
구단은 정우람이 잔류군에서 선수들과 소통하며 구단 마운드 뎁스를 강화하는 데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내년 시즌 잔류군 투수파트 코치를 맡게 된다. 필요 시 선수로도 합류할 수 있도록 여지를 뒀다.
정우람은 "선수로서 좋은 마무리를 준비해 나가는 시점에 구단에서 좋은 제안을 해 주셔서 뜻 깊은 시즌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라며 "선수 정우람의 마지막과 지도자로서의 시작을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만큼 우선은 후배들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해 소통해 나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달 2일 대전 NC전에서 KBO리그 최초로 개인 통산 '1000경기' 출전 기록을 세운 정우람은 지난달 15일 롯데와의 홈경기에서 아시아 단일리그 최다 1003경기를 돌파했다. 일본 프로야구(NPB)에서 활약한 이와세 히토키(은퇴·1002경기)를 뛰어넘는 아시아 신기록이다.
KBO에서 정우람에 이어 많은 경기를 던졌던 류택현(LG·901경기), 조웅천(SK·813경기), 가득염(SK·800경기)은 이미 은퇴했다. 현역 중에서는 진해수(LG·788경기)가 있지만, 정우람보다 한 살 어린 베테랑 투수다. NPB 현역 최다 등판 기록을 보유한 미야니시 나오키(38·니혼햄)도 올 시즌까지 839경기에 등판했을 뿐이다.
2004년 SK와이번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정우람은 'SK 왕조'를 이끈 핵심 불펜 투수. 2016시즌 한화로 이적한 그는 프로 18시즌 동안 1003경기 64승 47패 197세이브 145홀드 평균자책 3.18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앞으로 세이브 3개와 홀드 5개를 보태면 200세이브-150홀드 달성도 가능하다.
다음은 일문일답.
-플레잉코치 수락 이유는
▶우선 내년 시즌 우리 팀이 가야할 방향에 있어서 스스로를 돌아봤을 때 냉정하게 내가 우선순위에 없을 것이라고 판단을 했다. 그래도 선수로서 단 몇 경기라도 1군 마운드에 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선수생활을 마무리 하고 싶었는데 구단에서 플레잉코치 직을 제안해주셔서 심사숙고 끝에 결정을 하게 됐다. 나 역시 플레잉코치를 맡게 되면 선수로서도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나를 위한 운동도 할 수 있고, 코치로서 더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해서 구단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됐다. 구단에서 좋은 기회를 주셔서 선수와 지도자를 병행할 수 있는 역할을 주신 만큼 그 동안과 다른 마음가짐으로 지금의 순간을 보내고 있다. 단지 선수생활의 마무리가 아닌 코치로서의 또 다른 시작을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구단에 감사드린다.
-플레잉코치라면 코칭스태프로서 준비와 선수로서 준비를 해야 하는 만큼 비시즌이 더 바빠질 것 같은데
▶일단 선수들을 파악해야 할 것 같다. 1군에서 주로 많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잘 알지 못하는 후배들이 있다. 그동안은 나에게 온전히 100% 초점을 맞춰 시즌을 준비했다고 하면 이제는 코칭스태프 쪽에 비중을 높여서 올 겨울에는 선수들에게 조금 더 다가갈 준비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플레잉코치 생활의 시작은 선수생활 마무리 단계로 인식되는데 어떤 선수생활의 마무리를 원하는지
▶플레잉코치는 말 그대로 코치와 선수의 겸직이다. 선수로서 온전히 자리를 내 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년 시즌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치료도 받고 재활운동도 시작해서 선수로서의 어깨는 최대한 만들어 놓을 생각이다. 그래서 1군 선수들이 지쳐있거나 힘들어할 때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1군 마운드에 설 수 있을 거라는 마음으로 준비는 해둘 것이다. 다만 코칭스태프로서도 첫 출발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도 놓치는 것 없이 초점을 맞추고 싶다. 너무 내 선수 생활에만 집중해서 치우치게 되면 잔류군 후배들에게도 코치로서 예의가 아닌 것 같다. 내 어깨관리는 철저히 하면서도 선배로서, 코치로서 역할을 잘 해내고 싶다.
-신임 코칭스태프로서 어떤 부분을 후배들에게 전달하고 싶은지
▶잔류군 투수파트 코치를 맡게 될텐데, 잔류군 선수들에게 잔류군에 대한 인식을 명확하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1군, 퓨처스도 아닌 잔류군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은 1군이나 퓨처스 선수들에 비해 어떠한 부분이 준비가 덜 돼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멘탈이든, 기술적인 부분이든, 체력적인 부분이든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빨리 파악하고 보완해야 올라설 수 있다. 잔류군 코치로서 선수들과 맞춤형으로 소통해서 그런 부분을 빨리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야구라는 스포츠는 기본기가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기본기 훈련을 기존에 해왔던 것 보다 더 많이 하고 싶다. 야구는 멘탈이 중요하다. 하지만 멘탈은 체력이나 기술 부분이 보완되면 경험을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인 만큼 후배들에게 기본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고, 그 부분을 함께 해 나가고 싶다.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는 팬 여러분께 한말씀
▶플레잉코치라고 하지만 사실 아직까지 팬 여러분을 1군 마운드에서 뵙고 싶다는 목표는 항상 갖고 있다. 그러한 목표를 갖고, 내년 시즌도 잘 준비할 것이다. 그동안 한화이글스에서 정말 많은 팬 여러분들이 변함없이 사랑해주시고 성원해주셨는데, 그 응원에 보답한다는 마음으로 플레잉코치에 임할 생각이다. 많은 후배들에게 좋은 선배, 좋은 코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하지만 내년 시즌 단 한번이라도 꼭 1군에서 뵐 수 있도록 스스로 긴장감을 갖고 준비하겠다. 그 때까지 팬 여러분께서는 나를 선수 정우람으로 봐 주시면 좋겠다. 항상 변함없는 응원과 사랑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