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그래도 공부가 됐다. 졌어도 소득이 있는 경기였다."
때로는 패배가 큰 감동을 줄 때가 있다. '비록 졌지만 그래도 잘 싸웠다'를 뜻하는 '졌잘싸'라는 표현이 많은 호응과 공감대를 얻는 이유다.
2023~2024시즌 여자프로농구 개막전의 패자는 부산 BNK였다. 하지만 BNK는 지난 시즌 통합우승에 빛나는 아산 우리은행을 벼랑 끝까지 몰아붙인 끝에 아쉽게 지면서 이번 시즌 WKBL 공식개막전의 또 다른 주역이 됐다. 투지와 패기, 스피드로 뭉친 BNK 선수들의 투혼은 패배라는 두 글자로 담아내기에는 너무나 웅장했다. '졌잘싸'의 표본이라고 할 만 했다.
박정은 감독이 이끄는 BNK는 5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우리은행 우리WON 여자프로농구' 공식 개막전에서 우리은행과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70대74로 졌다. 박정은 감독은 부임 3년차를 맞이해 BNK의 팀 컬러를 더욱 빠르고 응집력있게 만들어 나왔다. 진안(22득점 15리바운드)과 이소희(14득점 9리바운드), 안혜지(15득점 9리바운드) 등이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결국 경기 내내 우리은행과 접전을 이어갔다. 승리가 눈앞에 보이는 듯 한 순간도 있었다. 4쿼터 2분48초를 남기고 진안이 페인트존 중앙에서 미드레인지 점퍼를 성공해 61-56, 5점차 리드를 만들었을 때다. 흐름을 유지했다면 이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작전타임 후 우리은행 베테랑이자 지난 시즌 통합MVP를 차지한 김단비를 막지 못했다. 김단비는 작전타임 후 연속으로 자유투 2개 포함 8점을 넣으며 역전을 만들었다. BNK는 가까스로 경기를 연장으로 몰고 갔지만, 시작 직후 김한별이 5반칙으로 물러나며 위기를 맞았다. 결국 연장 1쿼터에서 나윤정과 고아라에게 3점포를 얻어맞으며 4점차 패배를 당했다.
이날 패배에 대해 박 감독은 "준비한 것들을 잘 해보려고 했지만, 결과가 아쉽게 됐다. (마지막) 승부처에서 집중하지 못한 게 패배로 이어지지 않았나 한다"면서 "그래도 선수들이 끝까지 잘 해줬다. 덕분에 조금은 (우리은행 상대법을) 찾은 경기가 아닌가 한다. 선수들에게 공부가 됐다. 소득이 있었던 경기였다"고 말했다.
아산=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