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크게 인기 있는 것도 아니고, 유명한 선수도 아니잖아요. 저를 잘 모르는 사람도 많은데 그런 이야기를 해주는 분들이 정말 고마워요."(팬 사이에서 '후반기에 주현상이 없었으면 어쩔 뻔했냐'라는 이야기가 있다고 하자)
올 시즌 1군에 모습을 드러낸 한화 이글스 투수는 총 30명이다. 외국인 투수 펠릭스 페냐가 32경기에 선발로 나가 177⅓이닝 최다를 기록했다. 류원석 장지수가 1경기 2이닝씩 던졌다. '좌완 특급' 김범수는 총 76차례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해 78경기에 이어 2년 연속 팀 내 최다 출전이다.
30명의 투수 중 눈에 띄는 이름이 있다. 내야수 출신 우완투수 주현상(31)이다. 55경기, 59⅔이닝을 던져 2승2패12홀드, 평균자책점 1.96. 한화 투수 중 출전 경기, 투구 이닝, 보직에 상관없이 1점대 평균자책점은 주현상이 유일하다.
그는 9월 27일 삼성 라이온즈전부터 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10월 16일 롯데 자이언츠전까지 9경기, 11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다. 9월부터 21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17을 찍었다.
내야수로 입단해 투수로 전환한 지 3년이 흘렀다.
'진짜투수'로 거듭난 주현상은 한화 마운드의 핵심 전력이다. 시즌 초 부진으로 2군으로 내려갔다 복귀해, 팀 승리를 책임지는 주력 투수로 자리잡았다.
주현상에게 올 시즌 자신에게 몇 점을 주겠냐고 물었더니 잠시 침묵하다가 "95점"이라고 했다. "전반기에 안 좋은 부분이 있었는데 후반기에 만회해 그 정도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했다.
투수를 시작할 때도, 시즌 중에도 1점대 평균자책점은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다. "좀 새로운 느낌이 든다. (투수로 출전한)첫 해에 3점대를 기록하고 지난해 많이 안 좋았다. 첫해로 돌아가 보자고 생각했다. 욕심을 버린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개막 직후에 고전했다. 고비를 못 넘기고 일주일 만에 2군행 통보를 받았다. 볼넷이 많았다. 타자를 잡으려는 마음이 앞서 힘든 승부를 했다. 5월에 1군에 올라왔다가, 또 2군으로 떨어졌다.
그는 1군에 돌아와 "최선을 다해 내 공을 던진다는 마음으로 빠르게 승부했다. 독하게 마음먹고 하니까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라고 했다.
올해도 최고 시속 151km 빠른 공을 던졌다. 평균 시속 146~147km를 유지했다. '점점 스피드가 좋아지는 것 같다'라고 하자 "자주 많이 던져서 구속을 유지할 수 있는 것 같다"라고 했다.
2015년 신인 드래프트 2차 7라운드 지명으로 입단. 타자로 총 120경기, 투수로 147경기에 출전했다. 올해 투수로 나선 경기가 많아졌다.
"겨울에 몸 잘 만들어 내년에는 처음부터 잘 하고 싶다.
올해 한화의 최대 수확 중 하나가 '주현상의 발견'이다.
그의 연봉은 5000만원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