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진짜 '신의 한수'가 될 상황이다.
LG 트윈스가 신인 1라운드 지명권까지 더해 3명의 유망주를 키움 히어로즈에 주면서 최원태를 데려왔을 때만 해도 LG가 원한 것은 국내 에이스의 역할이었다. 당시 임찬규 외엔 국내 선발이 약했던 상황이라 최원태같은 확실한 국내 선발이 필요했다.
그런데 지금은 최원태의 역할이 격상됐다. 영입 당시엔 3선발 자리였으나 이제 최원태는 한국시리즈 2선발로 나서게 된다. 최원태를 데려올 때만해도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전반기에만 11승을 올렸던 외국인 투수 아담 플럿코가 왼쪽 골반뼈 타박상으로 공을 못던지게 된 것.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순서가 앞당겨져 최원태가 한국시리즈에서 2선발의 위치를 맡게 됐다.
LG에 와서 그리 좋지는 않았다. 7월 29일 트레이드로 왔고 다음날 두산전서 6이닝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된 것까지는 좋았는데 이후 기복을 보이며 부진했다. 키움에서 17경기에 등판해 6승4패, 평균자책점 3.25를 기록했던 최원태는 LG로 와서는 9경기에서 3승3패 평균자책점 6.70으로 그리 좋지 않았다.
9월 30일 두산전을 끝낸 뒤 LG가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짓자 LG 염경엽 감독은 그를 바로 1군에서 뺐다. 체력을 회복하고 한국시리즈를 일찌감치 준비하라는 배려였다. 그리고 지난 23일 자체 청백전에 나와 1이닝을 던졌다.
상대 타자들이 빨리 치는 바람에 9개만 던졌는데 직구 최고 구속은 145㎞를 찍었다. 앞으로 투구수를 70개까지 끌어올리고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오를 예정. 최원태는 "체인지업도 던지고 커브도 던져봤다"면서 "체인지업이 뜨더라. 코스도 빠지고…. 만족스럽지 않았는데 앞으로 준비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PO,PO, 한국시리즈 등 포스트시즌에 총 13경기에 등판했는데 아직 승리가 없다. 특히 지난해 SSG 랜더스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서는 김강민에게 역전 끝내기 스리런포를 허용하는 아픔을 맛보기도 했다.
정규시즌 우승 때도 자신이 팀에 기여한 부분이 별로 없어 조금은 쑥스러웠다는 최원태는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만큼은 29년만에 팀 우승에 기여하고픈 마음을 밝혔다. "이번에 꼭 한국시리즈 첫 승을 올리고 싶다"라고 각오를 보였다.
최원태는 "큰 경기니까 커맨드와 로케이션에 신경을 써서 준비하고 있다"며 "우리 팀이 투수, 타격 모두 좋기 때문에 어떤 팀과 붙든 우리 것만 잘하면 될 것 같다. 상대를 의식하기보다 개개인이 준비한 것들이 잘 나오면 톱니바퀴가 잘 맞물리면서 잘 될 것 같다"며 동료들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우승에 대한 간절함은 중간에 합류한 그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최원태는 "부담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이를 잘 이겨내는 것은 선수가 할 일이다"라며 "한국시리즈에 두번 갔는데 두번 다 준우승이었다. 이번엔 꼭 우승하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이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