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지만 인생 3회차같은 능력자, 내년 1월 결혼."
'펜싱 레전드' 남현희(42·남현희펜싱아카데미 대표, 대한체육회 이사)가 '15세 연하 사업가' 전청조씨(27)와 재혼을 공식화했다.
남현희는 지난 8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혼 소식과 함께 새로운 사랑의 시작을 알렸다. '진실되고 맹목적인 사랑을 주는 사람'이라고 소개했었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그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재벌 3세로 알려진 전씨는 지난 1월 9일 원포인트 레슨을 위해 서울 강남 자곡동에 위치한 남현희펜싱클럽을 찾았다. 경호원을 대동한 전씨는 승마선수 때 다친 무릎이 아프다며 엄살을 부렸고, 남현희는 엄살인가 싶다가도 양 무릎수술을 한 선수 출신 입장에서 전씨를 친절하게 다독였다. 전씨는 꾀병에 대처하는 남현희의 친절하고 프로페셔널한 태도에 반했고 첫날 훈련 후 전씨의 제안으로 수강생들과 피자집에서 식사를 하면서 급속도로 친해졌다. 첫 만남인데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따로 앉아 스스럼없이 속이야기를 나눴다. 남현희는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대화를 나누는데 말이 잘 통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것이 좋았다"고 했다. 두 번째 레슨 때 전씨가 거절할 수 없는 호조건의 펜싱 사업을 먼저 제안했다. 이후 이들은 사업 파트너이자 인생 파트너가 됐다. 펜싱계에서도 '남현희와 함께 다니는 정장 차림 재벌 3세 전 대표'에 대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전 대표가 펜싱에 30억원을 투자하고 싶어한다더라'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이혼 전후 갖은 어려운 상황들을 함께 겪고 해결해 가면서 둘은 더욱 깊은 사이가 됐다. 남현희의 호칭은 '전대표님', 전씨의 호칭은 '현희'다. '15세 연하남'과의 재혼 결심에 어머니는 눈물을 쏟았지만 무릎까지 꿇고 진심을 다하는 전씨의 설득에 결국 마음을 열었다. 남현희는 "엄마는 그냥 미국 가라고 하셨다. '우리 딸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 싫다'시며 엄마가 펑펑 우시는데 내가 어떻게 할지를 모르겠더라. 전대표님이 '어머님'하면서 안아주고 달래주고 무릎 꿇고 '만나는 것 허락해달라. 제가 너무 좋아해요'라고 고백하는데 그런 남자다움에 반했다. 진실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프로페셔널하게 일하고 뭐든 척척 해내는 능력이 있다. 펜싱아카데미의 어머님들도 의지할 만큼 '매력'과 '마력'이 있는 사람이다. 사람을 움직이는 방법을 안다"고 했다.
23일 첫 인터뷰 사진 공개 후 '닮았다'는 평가에 남현희는 "그런 말을 자주 듣는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목소리도 똑같고 외모도 많이 닮았다고 한다. 일하는 패턴도 비슷하고, 자존심 쎈 것도 똑 닮았다"고 했다. "똑같이 자존심이 세서 싸우기도 많이 싸운다"며 웃었다. "전대표님은 어리지만 이미 모든 걸 다 가진 사람이다. 농담으로 '인생 3회차'같다는 이야기도 한다. IT에 대해서도 모르는 게 없고, 정보력도 대단하다. 결정적으로 반한 건 거듭 말하지만 사람을 움직일 줄 안다는 점"이라고 했다. "당당하게 요구할 줄 알고, 사람들이 저절로 따르게 하는 힘이 있다. 나를 도와주고 내 부족함을 메워주는 사람이다. 이젠 엄마도, 가족들도 다 좋아한다"고 했다. 7월 초 이혼 도장을 찍고, 다낭 가족여행을 함께하며 가족과 열한 살 딸 (공)하이의 지지도 얻었다.
바쁜 부모 대신 할머니 손에 자라며 외로움이 깊었던 '전 대표'와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절친을 만날 수 없었던 남현희의 마음이 통했다. 남현희는 "펜싱을 오래 하면서 나이 차이 나는 언니, 후배들은 많았지만 친구가 없었다. 위로는 8~9세 많은 선배, 아래론 14세 어린 후배들과 운동하다보니 정말 친한 친구는 없었다. 전 대표님이 펜싱을 배우려 왔다가 저와 친해지고 싶어했고 너무나도 잘해주셨다. 저희 가족은 물론, 지도자, 학생, 학부모와 소통하면서 심적으로, 경제적으로도 진심을 다해 도와줬다. 내가 '뭘해주면 좋겠느냐'고 했더니 그냥 친구가 되고 싶다고 했다. 내가 말을 놓는 데 몇 달이 걸렸지만, 서로 반말을 하게 되면서 급속도로 더 친해졌다. 전대표님은 나보다 15살이나 어리지만 생각도 마인드도 어른스럽고, 모르는 게 없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던 순간이 지난 후 대표님을 만나면서 큰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재벌 3세 자산가로 알려진 '전 대표'는 남현희 펜싱클럽 지도자들의 경기장 단체복으로 명품 티셔츠, 운동화를 직접 구입해 선물하고, 지도자 월급을 지원하고, 남현희와 딸 하이에게도 수시로 깜짝 선물을 해 감동을 안겼다. 남현희는 "이혼 후 친구로 지낼 때 전 대표가 물었다. 혼자 살 거냐고, 그래서 나는 혼자 살 순 없다고 했다. '남편이 있어야 한다. 물론 아무나 만날 순 없겠지만 딸 하이에게 가정도, 아빠도 필요하다'고 했다. 대표님은 거기서 '가능성'이 있겠구나 했던 것같다"며 웃었다. "돈도 많은 '능력자 친구'가 있어 든든하다고만 생각했지, 남편이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고 했다. 남현희는 "부귀영화 누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전 대표가 친구일 때부터 내게 26년간 국가대표로서 대단한 일을 해냈는데 왜 고개 숙이고 다니느냐, 어깨 펴고 당당히 다니라는 말이 정말 힘이 됐다"고 결혼을 결심한 이유를 전했다.
결혼 후에도 남현희는 펜싱 아카데미 사업을 변함없이 이어갈 생각이다. "사업 파트너에서 연인이 되면서 내게 돈 벌지 말고 쉬라고도 한다. 하지만 내게 펜싱 아카데미는 큰 돈이 되지 않더라도 소중하다. 나는 100년 가는 펜싱아카데미를 만드는 게 꿈이다. 펜싱 저변 확대, 후배 양성, 지도자 일자리 창출 등 하고 싶은 일이 정말 많다"고 힘주어 말했다. "물론 향후 함께 사업을 확장할 계획도 갖고 있다. 전 대표님 소유의 빌딩 2개층을 활용해, 한 층은 남현희펜싱아카데미로, 한층은 인터내셔널 펜싱아카데미로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가르칠 계획도 있다"고 덧붙였다.
남현희의 재혼 결심이 알려진 직후 온라인 여론이 후끈 달아올랐다. 세간의 관심은 '남현희와 재혼하는 재벌 3세가 대체 누구인가'에 집중됐다. '예비신랑' 전씨는 "이런 반응은 인터뷰를 결심하면서 당연히 예상했던 일이다. 어차피 내가 타깃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하지만 근거 없는 비난이나 악플에 대해선 강경하게 대응할 뜻을 밝혔다. "'사기꾼이다' '남자가 아니라 여자다' 등등의 댓글을 봤다. 나는 괜찮다. 시간이 지나면 다 알게 될 거라 괘념치 않는다.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이 다치는 건 정말 싫다"고 했다. "나는 공인도 아니고 나에 대해 함부로 얘기하는 건 모두 명예훼손이다. 냉정하게 법적 대응할 것이다. 모든 악플에 대해 강력하게 끝까지 대응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내게 현희와 하이는 누구보다 소중하고, 소중한 사람을 내가 지켜야 한다. 소중한 사람을 지킬 수 있는 일이라면 내 자리에서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혼을 결심한 이유를 묻자 그는 "좋아하고, 사랑해서"라고 즉답했다. 전씨는 "현희의 이혼이 진행될 무렵에 만났다. 과정을 모두 알고 있다. 내 인생도 스펙타클한데 저 친구도 인생 참 다이내믹하구나. 챙겨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원래 10월에 결혼할 생각이었는데 항저우아시안게임 때 나도 펜싱장에서 펜싱을 해보려다 발목 인대를 다쳐서 어쩔 수 없이 일정이 미뤄졌다. 새해 1월에 결혼할 것"이라고 계획을 전했다. 전씨는 "한국 동네 승마장에서 말을 처음 탔고, 14세 때 한국에서 승마를 시작해 한국과 미국을 오가면서 승마를 했다. 19세까지 열심히 탔는데 무릎 연골판막이 다 찢어지는 부상으로 아쉽게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스무 살 때 호프집으로 사업을 시작해 그때부터 예절교육학원을 운영했고, 글로벌 IT기업에서도 일했다. 지금도 배우면서 하고 있다"는 이력도 직접 소개했다.
결혼 후 남현희와 어떤 삶을 이어가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그는 "이 친구가 이혼한 후 만나는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사랑을 표현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흔한 손잡기도 어려웠다"면서 "남현희라는 선수가 26년간 수많은 메달을 따 대한민국에 기여했다. 운동에 최선을 다한 게 결과로 나왔고, 많은 이들의 관심도 받았다. 가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꼭 알려진 사람이라고 해서, 사생활이 비난받고 평가받는 건 많이 힘들고 속상하다. 우리가 타인에게 보여지는 시선이 아닌 서로를 바라보는 삶, 존중하고 배려하고 사랑하면서 서로를 위하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이도 잘 키우고 싶다. 가장 염려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나는 하이아빠의 빈자리에서 그 역할을 도와주고 싶다. 세상에 부모를 대신하는 사람은 없다. 그 자리를 채워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전 대표'는 '재벌 3세' 관련 정보나 배경에 대해선 아직 공개를 꺼렸다. "사업적인 이유도 있고, 관계된 사람들이 많아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다. 결혼 전인 12월 말에는 알릴 계획"이라고 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