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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⅔이닝 투구 제한…3주 쉬고 대표팀 합류, 에이스 문동주 눈부신 역투 뒤엔, 뚝심의 한화 육성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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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미래를 현재로 끌어와 엿본 것 같다.

7일 중국 저장성 샤오싱야구장에서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 결승전. 대만타선을 5회까지 2안타 무실점으로 봉쇄한 문동주(20)는 6회 1사후 가슴을 쓸어내렸다. 청종저가 친 타구가 우익수 뒤쪽으로 쭉쭉 뻗어 날아갔다. 다행히 타구가 오른쪽 펜스 맨 위를 때리고 그라운드로 안으로 들어와 2루타가 됐다. 투구수는 80개를 넘어 90개로 가고 있었다. 반드시 이겨야할 마지막 경기, 2-0 리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결과는 다 아는 대로다. 1사 2루에서 두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문동주는 포효하며 주먹으로 가슴을 두드렸다. 2대0 완승을 이끈 완벽투. 4사구없이 삼진 7개를 잡았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가장 중요한 2경기에, 고졸 2년차 우완 문동주를 선발로 내보냈다. 그는 간단명료하게 이유를 설명했다. "구위가 제일 좋다. 대표팀 에이스다"고 했다.

조별리그 대만전에서 4이닝 2실점한 문동주는 결승전에서 눈부신 역투를 했다. 두 번째 만난 대만타자들을 힘과 세기로 압도했다.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경기력으로 입증했다.

'스무살' 문동주는 지난 2년간 '한화의 미래이자, 한국야구의 미래'로 불렸다. 지난 4월 12일 KIA 타이거즈전에선 한국선수 최초로 시속 160km 광속구를 던져 KBO리그를 뒤흔들었다. 한국야구를 설레게 했던 그가 아시안게임을 통해 '미래이자 현재'라는 걸 보여줬다.

소속팀 한화 이글스가 '대표팀 에이스' 문동주를 만들었다.

문동주는 널리 알려진대로 광주 진흥고 2학년 때 야수에서 투수로 전향했다. 시속 150km대 빠른공을 던져 주목받았지만, 투수로서 완성된 몸이 아닌 성장과정에 있다. 투수 경력이 많지 않은 강속구 투수. 부상 위험이 크다.

2022년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 한화는 구단 차원에서 입단 첫해부터 관리했다. 이 와중에도 두 차례 부상을 당해 정상적으로 시즌을 보내지 못했다. 28⅓이닝 투구에 그쳤다.

프로 2년차, 올해는 130이닝 투구 이닝 제한을 두고 시작했다. 팀 전력을 생각하면 최대한 활용해야하는 게 당연한데, 멀리보는 육성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시즌 중에 적절하게 휴식을 주면서 투구, 이닝수를 관리했다. 구단과 최원호 감독의 의지가 작용했다.

시즌 전에 계획한대로 일정을 가져갔다. 9월 3일 LG 트윈스전에 선발등판해 4⅓이닝 3실점하고 올 시즌 등판을 마쳤다. 정규시즌 23경기에 나가 총 118⅔이닝을 던졌다. 8승8패, 평균자책점 3.72, 95탈삼진.

최 감독이 공언한대로 휴식하면서 재정비의 시간을 가졌다. 최 감독은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팀의 선발투수는 3주 가까이 쉬면서 가을야구를 대비한다. 3주 정도 지나면 최고의 몸 상태로 최고의 공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문동주는 9월 23일 대표팀 소집훈련이 시작되기 전까지, 3주 가까이 서산 2군 구장에 머물며 대회를 준비했다. 퓨처스리그 경기에 등판해 경기감각을 체크했다. 3주간 준비한 문동주는 최고 구위로 우승에 공헌했다.

대표팀 에이스 문동주 뒤에 한화가 있다.

문동주는 소속팀에서 118⅔이닝, 대표팀에서 10이닝, 총 128⅔이닝을 던졌다. 계획한대로다.

데뷔 시즌에 부상으로 30이닝 투구 미달. 올해도 신인왕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문동주는 프로 2년차에 수상이 유력하다. 경쟁자인 KIA 좌완 고졸신인 윤영철(19)이 최근 인상적인 투구를 하지 못했다. 지난 9월 2일 SSG 랜더스를 상대로 8번째 승리를 올린 뒤 4경기에서 2패만 기록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신인왕. 최고투수 문동주가 두 가지를 양손에 쥘 것 같다. 최상의 시나리오대로 간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