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중국)=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난적' 우즈베키스탄까지 넘었다. '작우영'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이 멀티골을 폭발시켰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아시안게임 대표팀이 결승행에 성공했다. 한국은 4일 오후 9시(한국시각)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황룽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4강전에서 정우영의 멀티골을 앞세워 2대1로 승리했다. 아시안게임 3연패를 노리는 한국은 난적 우즈벡을 만나 어려운 경기 끝에 승리를 거머쥐며 결승행에 성공했다. 정우영은 대회 7호골로 득점왕을 예약했다. 일단 은메달을 확보한 한국은 7일 '숙적' 일본과 결승전을 치른다.
황선홍호는 이번 대회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과시했다. 대회 전 대표 선수 자격 문제로 엔트리 제외, 이강인 차출 문제, A대표팀 겹치기 차출 논란 등에 연결되며 어려움을 겪었던 황선홍호는 예상과 달리 8강까지 그야말로 완벽한 행보를 보였다. 쿠웨이트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정우영의 해트트릭을 앞세워 9대0 대승을 거둔 한국은 이어진 태국과의 경기에서도 로테이션을 가동한 가운데 4대0 완승을 챙겼다. 마지막 바레인전까지 3대0 승리를 거둔 황선홍호는 조별리그를 3전승, 16골-무실점,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복병으로 평가받은 키르기스스탄과의 16강전, 역시 5대1 승리를 거뒀다. 이번 대회 첫 실점이 옥에 티였다. 완승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남았던 경기, 다음 상대는 개최국 중국이었다. 자칫 심판 판정과 텃세, 분위기 등에서 꼬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홍현석(헨트)의 환상 프리킥과 송민규(전북 현대)의 대회 첫 골로 2대0 완승을 거뒀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적은 골차 승리였지만, 내용은 그야말로 한수 가르쳐줬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상대를 압도했다. 조별리그부터 8강전까지 황 감독이 준비한 빠른 트랜지션과 쉬지 않는 포지션 체인지, 쉴틈 없는 뒷공간 침투와 지체없는 전진패스, 다양한 세트피스 등이 완벽히 통했다. 황 감독은 선수 기용부터 교체까지 세밀한 전략으로 완벽한 운용을 펼쳤다.
이제 마지막 두 걸음, 상대는 아시안게임에서 우리를 괴롭혀 왔던 우즈벡이었다. 전력만 놓고보면 일본과 함께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팀이 우즈벡이다. 우즈벡은 최근 연령별 대표팀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파리올림픽 연령에 해당하는 유망주들로 올림피크 타슈켄트라는 팀을 구축, 우즈벡 슈퍼리그에 참가시키고 있다. 이 멤버들은 지난해 7월 열린 U-23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는데, 이번 아시안게임에도 대거 이름을 올렸다.
와일드카드 없이 2000년대 출생 선수로만 팀을 꾸린 우즈벡은 탄탄한 조직력을 과시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과 시리아가 기권해 홍콩과 두 차례 경기를 치러 16강에 오른 우즈벡은 16강에서 인도네시아를 2대0으로 꺾었고, 8강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2대1로 잡았다. 중앙 아시아 특유의 파워넘치는 플레이에, 탁월한 경기 운영 능력까지 과시했다. 지금까지 최고의 퍼포먼스로 4강에 오른 황선홍호가 사실상 처음으로 만나는 '제대로 된' 상대다.
우즈벡은 아시안게임에서 우리나라를 자주 괴롭혔다. 1994년 히로시마대회에서는 악몽 같은 패배를 안겼다. 볼점유율 80대20, 슈팅수 28대2, 기록이 말해주듯 일방적으로 두드렸지만, 골키퍼의 실책 하나로 0대1 충격패를 당했다. 당시 한국 대표팀의 주포가 현 황선홍 감독이었다. 우즈벡은 이 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5년 전 아시안게임에서도 힘든 승부를 펼쳤다. 우즈벡에 끌려가던 한국은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 황희찬(울버햄턴)의 결승골로 가까스로 4대3 승리를 거뒀다.
황 감독의 선택은 최정예였다. '골든보이' 이강인(PSG)이 마침내 선발로 나섰다. 황 감독은 8강까지 '에이스' 이강인을 100% 활용하지 않았다. 지난달 21일에야 현지에 합류한 이강인은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서 36분, 키르기스스탄과의 16강서 60분, 중국과의 8강전에서 28분을 소화했다. 걱정이 많았던 중국전에서, 예상 외로 벤치에서 출발한 이강인은 교체 투입 후에도 공격적이고 모험적인 플레이 대신 안정적인 플레이에 주력했다. 황 감독은 이강인에게 부담을 주는 대신, 컨디션이 좋은 다른 2선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황 감독은 중요한 우즈벡전에 역시 이강인 카드를 꺼냈다. 정우영-이강인-엄원상(울산 현대), 황금 2선을 꺼냈다. 송민규-고영준(포항 스틸러스)-안재준(부천FC)가 나섰던 지난 중국전과 비교해 전원이 바뀌었다. 최전방은 그대로 조영욱(김천 상무)이 나섰다. 중원은 '캡틴' 백승호(전북)와 홍현석이 맡았다. 황재원(대구) 이한범(미트윌란) 박진섭(전북) 설영우(울산)가 포백을 꾸렸다. 이광연(강원FC)이 골문을 지켰다. 이전까지 로테이션과 맞춤형 전술로 승부를 걸었던 황 감독은 우즈벡전에 정공법을 택했다.
한국이 환상적인 출발을 보였다. 4분만에 선제골을 넣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약속된 플레이가 빛났다. 홍현석이 찍어준 볼을 오른쪽으로 침투하던 엄원상이 잡아 지체없이 중앙으로 연결했다. 뛰어들던 정우영이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정우영의 이번 대회 6번째 골. 6분 이강인이 환상적인 탈압박 후 찔러준 볼이 조영욱 엄원상 정우영으로 연결됐지만, 아쉽게 슈팅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흐름을 이어가기에는 좋은 플레이였다. 9분에는 조영욱이 상대 몸싸움에서 승리하며 왼발슛을 시도했다.
우즈벡이 조금씩 라인을 올리며 공격적으로 나섰다. 한국은 과감한 압박에 이은 역습으로 맞섰다. 23분 우즈벡이 예리한 코너킥을 올렸지만 잘 막았다. 25분에는 아크 정면, 좋은 위치에서 우즈벡이 프리킥을 얻었다. 잘롤리디노프의 프리킥이 백승호의 머리 맞고 굴절되며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1-1.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27분 잘롤리디노프가 백승호에게 무리하게 압박하다 경고를 받았다.
한국이 다시 공세에 나섰다. 빠른 공격으로 기회를 만들었다. 31분 이강인의 스루패스를 엄원상이 잡아 컷백을 시도했지만, 부심은 오프사이드를 선언했다. 하지만 느린 그림으로 본 결과, 온사이드였다. 36분 중앙에서 패스플레이를 통해 기회를 만들었지만, 마지막 정우영이 슈팅까지는 만들지 못했다. 한국이 다시 리드를 잡았다. 38분 백승호의 헤더를 이한범이 몸싸움을 해주며 흘렀고, 정우영이 뛰어들어가며 마무리했다. 이번 대회 7호골.
분위기를 바꾼 한국은 다시 여유를 갖고 경기를 운영했다. 43분 홍현석이 기가 막히게 찔러준 볼을 백승호가 잡아 컷백을 시도했지만 상대 수비에 막혔다. 전반은 2-1로 마무리 됐다.
후반 우즈벡이 먼저 변화를 줬다. 쿠사인이 투입됐다. 공격적인 포석이었다. 한국은 전반과 같은 멤버가 나섰다. 한 골 뒤진 우즈벡이 점유율을 높이는 가운데, 한국도 침착하게 맞섰다. 4분 지아노프가 아크 정면에서 오른발슛을 시도했지만, 크게 떴다.
5분 우즈벡의 패스가 여러차례 이어지며 위협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하지만 한국 수비는 흔들리지 않았다. 육탄 방어로 상대 공격을 막아냈다. 후반 7분 위험한 자리에서 또 한번의 프리킥을 내줬다. 박진섭이 상대 공격수와 몸싸움 중 경고를 받았다. 잘로리디노프가 먼거리서 강력한 왼발슛을 날렸지만, 이광연이 바로 앞에서 바운드가 된 어려운 볼을 잘 잡아냈다.
10분에는 엄원상이 이한범의 롱킥을 기가 막히게 잡아낸 후 돌파를 시도했다. 상대 수비가 손으로 막아내며 경고를 받았다. 이강인의 프리킥은 골키퍼에 잡혔다. 우즈벡이 다시 한번 공격적으로 나섰지만 이번에도 한국 수비의 집중력이 빛났다. 한국은 빠른 패스워크가 살아나며 기회를 엿봤다. 14분 한국이 변화를 택했다. 이강인과 정우영을 빼고 정호연(광주FC)과 송민규를 투입했다. 홍현석이 위로 올라가고 정호연이 백승호와 함께 3선에 자리했다. 송민규는 그대로 정우영이 자리한 왼쪽 날개에 자리했다. 15분 한국의 수비 실수를 틈타 우즈벡이 슈팅을 날렸지만, 다행히 빗맞았다. 우즈벡도 16분 오딜로프까지 투입하는 총력전을 펼쳤다.
16분 엄원상이 오른쪽 측면을 빠른 발로 돌파했다. 우즈벡 수비가 거친 태클로 막았다. 경고를 받았다. 엄원상은 통증을 느꼈다. 결국 교체아웃됐다. 20분 엄원상 대신 안재준이 들어갔다. 한국은 무리한 공격 보다는 집중력을 유지하며 자리를 잘 지켰다. 우즈벡은 볼을 돌렸지만, 기회를 만들지는 못했다. 어쩌다 얻은 코너킥도 어이없는 킥으로 날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즈벡은 초조한 티가 역력했다.
27분 한국이 절묘한 패스워크에 이어 백승호가 조영욱에게 볼을 건냈다. 조영욱이 돌파하던 중 부리에프에게 걸려 넘어졌다. 이미 경고 한장이 있는 부리에프는 두번째 경고로 퇴장을 당했다. 한국은 숫적 우위까지 누리며 결승행을 향한 더욱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좋은 위치에서 얻은 프리킥, 중국전에서 환상 프리킥을 성공시킨 홍현석이 슈팅을 시도했지만 벽을 맞고 나왔다.
우즈벡은 자롤리디노프를 빼고 샴시노프를 투입해 중원을 강화했다. 32분 한국이 역습에 나섰다. 백승호 홍현석으로 이어진 볼이 오른쪽에 있는 안재준으로 연결됐다. 안재준은 측면에서 돌파 후 가운데로 접고 들어가 왼발슛을 시도했다. 수비를 맞고 나왔다. 우즈벡은 롱볼로 동점골을 노렸지만 세밀함이 떨어졌다.
숫적 우위를 누린 한국은 역습으로 나갈때마다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었다. 34분 홍현석이 왼쪽을 침투하며 얼리크로스를 보냈지만, 아쉽게 뛰어들던 안재준에게 연결되지 않았다. 안정감을 찾은 한국은 후방에서 여유있게 볼을 돌리며 시간을 보냈다. 체력이 떨어진데다, 한명 부족한 우즈벡은 압박하지 못하며 그 모습을 지켜만 봐야 했다.
35분 백승호가 공격을 가담하며 찔러준 볼을 받은 송민규가 조영욱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건넸다. 조영욱이 잡아 상대 수비 한명을 벗기려고 했지만 아쉽게 돌파가 되지 않았다. 한국은 계속해서 조영욱을 향한 적절한 패스로 기회를 만들었다. 38분에는 홍현석이 왼쪽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를 보냈지만, 골키퍼가 잡아냈다. 39분에는 홍현석이 기가막힌 패스를 조영욱에게 찔렀다. 조영욱이 다시 침투하던 송민규에게 내줬고, 송민규가 다시 건넨 볼을 조영욱이 강력한 오른발슛으로 연결했다. 아쉽게 살짝 빗나갔다. 39분에는 조영욱의 스루패스를 침투하던 안재준이 잡았다. 안재준이 중앙으로 이동하며 강력한 오른발슛을 시도했다. 옆그물을 때렸다.
우즈벡은 40분 두 명의 선수를 투입해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한국도 변화를 택했다. 41분 홍현석과 조영욱을 빼고 고영준(포항 스틸러스)과 박재용(전북)을 넣었다. 높이와 기동력을 모두 고려한 선택이었다. 역습 상황에서 급할 것이 없는 한국은 무리한 공격 대신 완전한 기회를 노렸다.
42분 한국이 백승호의 인터셉트를 시작으로 또 한번 좋은 기회를 잡았다. 박재용의 패스가 침투하던 안재준에게 갔다. 안재준은 컷백을 시도했다. 송민규가 원터치 슈팅을 시도했지만, 아쉽게 크로스바 옆으로 빗나갔다. 우즈벡의 계속된 롱볼 공격이 이어졌다. 우즈벡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거친 플레이를 반복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안정된 수비로 기회를 노렸다. 46분 역습에 나섰다. 고영준이 오른쪽을 파고들며 올려준 크로스가 아쉽게 송민규에 연결되지 않았다. 이어 47분에는 고영준이 멋진 패스를 찔렀지만, 아쉽게 박재용에게 가지 않았다.
한국은 물샐틈 없는 수비로 우즈벡의 공격을 막아세웠다. 48분 우즈벡이 코너킥 기회를 얻었다. 골키퍼까지 가답했다. 이광연이 멋진 펀칭으로 막아냈다. 우즈벡의 막판 파상 공세를 잘 막아내며, 결국 경기는 2대1 한국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한편, 황선홍호의 결승 상대는 일본으로 결정됐다. 일본은 4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샤오산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열린 홍콩과 항저우아시안게임 4강에서 가볍게 4대0으로 승리하고 결승에 선착했다. 일본은 '최약체' 홍콩을 상대로 큰 폭의 로테이션을 돌렸다. 결승전에 대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주전으로 활약한 마츠무라 유타, 우치노, 사토, 마츠오카 다이키, 후지타, 요시다 마나토, 야치다 데페이, 니시가와 준 등이 모조리 벤치에 앉았다. 니시가와는 등번호 10번 에이스다. 주장이자 주전 수비수인 바바 세이야 정도만이 선발로 뛰었다.
경기는 쉽게 풀렸다. 전반 23분 프리킥 상황에서 홍콩의 황당한 볼처리를 놓치지 않고 아유카와 이 왼발로 선제골을 작성했다. 전반을 1골 앞선채 마친 일본은 후반 9분 미드필더 히노 쇼타가 추가골을 낚았다. 스미 고시로가 상대 우측 좁은 각도에서 슈팅한 공이 골키퍼 손에 맞고 나온 공을 침착하게 밀어넣었다. 홍콩은 과연 이 팀이 준결승 레벨에 오를 수 있는 팀인가 의뭉스러울 정도로 수준이 낮았다. 제대로 된 볼처리도 못하는 팀이었다.
일본은 29분 상대 실수로 1골 더 달아났다. 골키퍼의 패스를 받은 수비수가 허무하게 코미 유타에게 공을 빼앗겼고, 유타는 빈 골문을 향해 3번째 골을 낚았다. 일본은 일찌감치 경기가 기운 덕에 핵심 미드필더 마츠오카 다이키, 니시가와 등을 아낀 채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후반 41분 히노 쇼타가 4번째 골을 넣었다.
한국과 일본은 지난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결승에서 만났다. 당시 한국은 연장 전반 이승우의 선제골과 황희찬의 연속골로 2대1 승리를 거뒀다.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 7승1패의 절대 우위를 보였다.
항저우(중국)=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