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중국)=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그냥 '날 응원하는 소리다' 생각하면서 뛰어서 괜찮다."
대한민국 수영 '황금세대 급식단'의 DNA는 뭐가 달라도 달랐다. 한국 수영은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최고의 페이스를 선보였다. 지난달 24일 시작일부터 29일 마지막 날까지 연일 메달 소식을 전하며 국민께 기쁨을 전했다. 금메달 6, 은메달 6, 동메달 10개를 합작했다. 황선우(강원도청)가 금메달 2, 은메달 2, 동메달 2개를 거머쥐며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김우민(강원도청)도 3관왕을 달성하며 '레전드' 최윤희(1982년 뉴델리) 박태환(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눈여겨 봐야 할 점은 10대 선수들의 활약이다. 이번 경영 대표팀에는 2005년생 허연경(방산고), 2006년생 김영범(강원체고) 이은지(방산고), 2008년생 고하루(강원체중) 등 네 명의 학생 선수가 포함됐다. 이들은 생애 첫 아시안게임에서 겁 없는 레이스로 한국 수영 역사에 힘을 보탰다.
시작은 이은지였다. 그는 26일 열린 여자 배영 200m에서 깜짝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결선에서 2분09초75를 기록하며 3위에 올랐다. 한국 여자 선수가 아시안게임 배영에서 메달을 목에 건 것은 1998년 방콕 대회 200m 심민지(3위), 100m 최수민(3위)에 이후 25년 만이다.
경기 뒤 이은지는 "기록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정말 오래 기다리셨다. 여러분, 제가 그 기록을 깨뜨렸습니다. 더 기대해주세요"라며 목소리에 힘을 줬다. 말 그대로였다. 이은지는 27일 열린 여자 배영 100m 결선에서도 동메달 활약을 펼쳤다. 뒤이어 치른 혼성 혼계영 400m에서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대회 마지막 레이스였던 여자 혼계영 400m에서도 미친 스퍼트로 은메달 쾌거를 이뤘다.
김영범도 '형들'과 한국의 역사를 작성했다. 그는 26일 남자 혼계영 400m 결선에서 3분32초05를 기록했다. 일본을 제치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들은 지난 7월 30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에서 3분34초25의 한국 신기록을 작성한 멤버다. 김영범은 남자 계영 400m에서도 한국의 은메달 획득에 힘을 보탰다.
'막내' 고하루는 24일 열린 여자 평영 50m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27일 평영 100m 결선에 오르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또한, 여자 혼계영 4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브이(V)' 포즈를 취했다. 허연경은 27일 혼영 혼계영 400m 예선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내며 한국의 메달 획득에 힘을 보탰다. 허연경은 여자 계영 800m에서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경영 '막내즈'의 멘털은 단단하다. 중국 선수들을 일방적으로 응원하는 '짜요'도 개의치 않는다. 이은지는 "배영 200m 메달 땄을 때 너무 좋아서 사람들이 '우와'를 하든 신경 쓰지 않고 혼자 기뻐했다. 영상으로 다시 보니까 '아, 여기가 확실히 중국이긴 하구나' 싶었다"며 웃었다.
김영범은 한 발 더 나아갔다. 그는 "(짜요) 소리가 워낙 커서 들리긴 들린다. 그냥 '나를 응원하는 소리다' 생각하면서 뛰어서 괜찮다"고 '쿨'한 모습을 보였다. 고하루 역시 "(국제무대) 처음이라 더 긴장이 됐다. 부담도 됐는데 뛰어보니까 별거 아니었다"며 강심장의 면모를 보였다.
한국 수영은 이번 대회에서 '역대급 레이스'를 펼쳤다. '막내즈' 역시 제 몫을 해내며 한국 수영의 미래를 더욱 밝게 했다. 김영범은 "고등학교에도 실업팀 형들과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이 몇 명 있다. 같이 더 열심히 해서 나중에 좋은 기록 만들자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경영팀 '캡틴' 김서영(경북도청)은 "어린 시절의 나와 비교하자면 지금의 대표팀 선수들은 나보다 더 야무지고 더 큰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한다. 더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 이 친구들이 나처럼 나이가 들면, 더 잘하고 더 한국 수영을 빛낼 수 있는 선수들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응원했다. 항저우(중국)=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