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중국)=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36분, 60분, 그리고 28분.
황선홍호 핵심 미드필더 이강인(22·파리생제르맹)의 최근 3경기 출전시간이다. 소속팀 파리생제르맹(PSG)과 기나긴 협의 끝에 대회 도중인 21일에야 어렵게 합류한 이강인은 항저우아시안게임 조별리그 3차전 바레인전과 16강 키르기스스탄전에 선발 출전하고 지난 1일 중국 항저우 황룽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과 8강전에선 교체로 투입됐다. 경기당 평균 출전시간은 41분. 전후반으로 따질 때, 전반 45분을 모두 소화하지 못했을 정도로 출전시간이 짧다.
이강인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성인 대표팀의 주전으로 자리잡고 유럽 빅클럽 PSG에서 뛰는 톱클래스 미드필더다. 그래서 국제축구연맹(FIFA)이 공인하지 않은 아시아 스포츠 대회 아시안게임에 이강인의 출전을 의아해하는 시선이 많았다. 일부 중국 매체는 이강인을 소개할 때 빠짐없이 '파리생제르맹'을 수식어로 달았다. 그런 '아시안게임의 사기캐'(사기캐릭터) 이강인을 '황새' 황선홍 감독은 아직 주력으로 활용하지 않고 있다. 왜일까.
여러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체력이다. 이강인은 8월말 허벅지 부상을 당해 한달가량 결장했다. 지난 9월20일 유럽챔피언스리그 도르트문트전을 통해 복귀전을 치렀다. 쉰 기간이 길어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하는 단계다. 무리해서 90분 풀타임 투입했다간 자칫 부상이 재발할 수 있다. 황 감독은 그래서 바레인과 첫 경기에서 이강인을 단 36분만에 벤치로 불러들였다. 선수 본인이 더 뛰고 싶어했지만, 황 감독 입장에선 이강인을 아껴야 했다. 공과 상관없이 반칙을 하는 중국과 맞대결에선 더욱이 이강인을 아낄 필요가 있었다.
아직까지 이강인이 '풀'로 뛸 필요가 없었다. 한국은 조별리그부터 16강까지 26골을 넣고 단 1실점만 하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자랑했다. 쿠웨이트, 태국, 바레인, 키르기스스탄은 한국과 '체급차'가 컸다. 이강인을 빼고도 압승을 거둘 정도였다. 정우영(슈투트가르트) 엄원상(울산) 고영준(포항) 안재준(부천) 홍현석(헨트) 등 2~3선 자원들이 하나같이 좋은 컨디션으로 최고의 활약을 펼치는 것도 영향을 끼쳤을거란 분석이다.
황 감독은 중국전에서 안재준 고영준 송민규(전북)로 선발 2선을 꾸리고 이강인 정우영 엄원상을 벤치에 남겨뒀다. 활동량이 많은 선수들로 강하게 전방압박해 기선을 잡고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발빠른 정우영 엄원상, 테크니션 이강인을 투입해 경기에 차이를 만들겠다는 복안이었다. 결국 이강인은 황 감독의 전략적 선택에 의해 단 28분만 뛰게 된 셈인데, 이 전략은 절묘하게 적중했다. 전반 15분 홍현석이 그림같은 왼발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낚고, 38분 송민규가 추가골을 넣었다. 이강인이 투입되기 전에 이미 승부는 어느정도 결정이 난 상태였다. 이강인은 2-0으로 앞선 후반 19분 투입돼 중국 선수들을 상대로 볼컨트롤, 패스를 하는 법을 알려주는 '축구교실'을 열었다. 3경기를 치르면서 시차 및 현지 적응을 어느정도 끝마쳤을 것이고, 자연스레 컨디션도 끌어올렸을 것이다.
이강인은 경기에 충분히 나서지 못한다는 이유로 팀 분위기를 해치진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늘 훈련장에 긍정의 에너지와 기분좋은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중국전을 마치고 누구보다 기뻐한 선수가 이강인이다. 황선홍호는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원팀'의 향기가 진해진다. 홍현석은 "나는 이 팀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한국은 4일 중국전과 같은 경기장에서 우즈베키스탄과 결승 진출을 다툰다. 한국-우즈베키스탄전 승자는 일본-홍콩전 승자와 7일 결승에서 만난다. 일본이 유력하다. 황 감독은 피지컬이 좋은 우즈베키스탄전에 이강인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심에 돌입했다. 결승에 진출할 경우 테크니션이 많은 일본을 상대로 이강인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이강인이 대회 3연패까지 2발을 남겨둔 황선홍호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 중 한 명이라는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항저우(중국)=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